지난 27일 남북 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이 여전히 회자되는 가운데, 냉면에 관한 뒷이야기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의 상징 중 하나였던 냉면은 외신도 크게 관심을 보였다.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 이후 열린 만찬 뒷이야기가 공개됐다. 북측 관계자들은 남한 시민이 냉면에 관심을 보였다는 소식에 크게 고무됐다.
냉면 얘기에 '빵 터졌다'
29일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만찬에서 단연 화제는 냉면이었다. 두 정상의 만찬에 옥류관 냉면이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27일 많은 시민이 점심 메뉴로 냉면을 택했다. 유명 냉면가게 앞은 인파로 인산인해였다.
만찬 참석자들은 이 소식에 크게 관심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뉴스에서 한국의 평양냉면 집이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소식을 전하니, (만찬 참석자들이) 다들 좋아하셨다"며 "그야말로 '빵 터졌다'"고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만찬에서 물냉면뿐 아니라 비빔냉면도 제공됐다. 관계자는 "우리는 함흥냉면은 비빔냉면, 평양냉면은 물냉면으로 아는데, 평양에서는 두 종류(비빈, 물)를 다 먹었다"며 "(북측에서는) 빨간 비빔냉면을 '쟁반냉면'으로 부르는 것 같았다. 다만 정확한 명칭이 맞는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만찬에서 남북 두 정상 내외는 모두 물냉면을 선택했다.
한편 평양냉면 제면기가 고장나 만찬이 늦춰졌다는 소식에 관해서 청와대 관계자는 "평양냉면뿐만 아니라, 모든 음식이 다 늦어졌다"며 "앞서 공식 공연이 길어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공연 중 모든 서빙이 중단되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만찬이 늦춰졌지, 평양냉면 문제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평양냉면 맛이 백퍼센트 구현되기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공연 순서와 만찬 순서 등이 딜레이되면서 북측의 냉면을 준비하는 분도 경황 없이 준비했을 것"이라며 "면을 뽑은 후 5분 안에 육수에 담가야 하는데, 이걸 맞추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만찬에서 술을 상당히 마신 걸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몇 잔인지) 세보진 않았다"면서도 "상당히 많이 드신 걸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정은 위원장을 찾아 인사를 나누고 술을 건네는 남측 인사가 많았다"며 "다만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리설주 여사의 경우 "(술 마시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 드셨는지 아닌지 확답을 못 하겠다"며 "다만 김여정 부부장은 술을 마신 걸로 안다"고 전했다.
만찬 이모저모
27일 만찬은 저녁 6시 30분에 시작되어 9시 10분경 끝났다. 당초 청와대는 두 시간가량을 예상했다. 즉, 8시 30분경 만찬이 끝나고 공식 일정이 모두 종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좋아 만찬이 예정 시간을 넘겼다.
청와대 관계자는 "워낙 자유롭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여서 9시 10분에 '억지로 끝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며 "지금껏 봐온 어떤 만찬보다 더 자유롭게 이야기가 오고갔다"고 언급했다.
이어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었고, 편한 사람들끼리 서로 통성명도 하고 술잔도 부딪치고 술 따라주기도 하고 안부 묻기도 하는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다"며 "보통은 자기의 자리를 떠나는 일이 별로 없는데, 이날 만찬은 자기 자리라는 게 없다고 말할 정도로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만찬의 공연도 관심거리였다.
만찬의 첫 공연은 해금과 옥류금 연주였다. 두 악기는 연주에 이어 오연준 학생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고향의 봄'을 불렀다. 당초 오 학생은 '바람이 불어오는 곳'까지만 부를 예정이었다.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자가 오 학생에게 '고향의 봄'을 불러주기를 즉석에서 제안했고, 오 학생이 이를 수락해 일종의 '앙코르 공연'이 열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고향의 봄'을 듣고) 리설주 여사, 김여정 부장, 현송월 단장 등 북측에서 오신 분들이 따라 불렀다"고 말했다.
이후 남북 두 정상이 건배사를 제의했다. 이어 전설적 포크 팝 듀오 어떤날 출신의 기타리스트 이병우 씨가 '새'를 연주했다. 만찬은 이병우 씨의 공연 후 시작됐다.
북 만찬 스타일 남과 달라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북한의 만찬 스타일은 한국과 다르다. 한국의 공식 만찬은 대체로 공식 공연과 정해진 순서에 따른 발언 등이 정해져 있다. 반면 북한의 만찬은 공식 행사보다 여흥이 강조된다. 이날 만찬 초반이 한국식이었다면, 이후 자유로운 분위기는 조금 더 북한 스타일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음식이 나오고 25분 정도 지난 후 북측에서 현송월 단장을 주축으로 한 예술단이 몇 분 내려오셨다"며 "이분들께서 즉석에서 무대를 꾸며주셨는데, 이게 어떤 준비된 공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만찬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여러분이 사람들과 모여 즐거움 나누는 자리라고 연상하시면 더 가깝다"고 전했다.
이어 뉴스에도 소개된 대로 북측 예술단의 마술이 진행됐다. 북측은 마술을 '요술'로 표기한다. 이후 북측 예술단은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불렀다. 이 자리에 가수 윤도현 씨가 함께 올랐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측에서 남북 정상의 만남을 축하하기 위해 '우리도 공연을 하고 싶다'고 먼저 제의했다"며 "보통 만찬은 초청국이 공연과 모든 음식을 준비하는데, 북측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움을 보여주고 싶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후 남측의 답례 공연은 가수 조용필 씨와 윤도현 씨 무대로 이어졌다. 조용필 씨는 '그 겨울의 찻집'을 불렀다. 현 단장을 무대로 올려 함께 불렀는데, 사전 조율이 되지 않아 조용필 씨가 현 단장의 키에 맞춰 불렀다. 앞서 평양공연에서는 현 단장이 조용필 씨의 키에 맞춰 노래를 불렀는데, 그에 대한 답신의 의미다.
이어 '이번에는 제가 분위기를 띄울 타이밍'이라며 무대에 오른 윤도현 씨는 '나는 나비'를 기타 연주와 함께 불렀다.
두 공연 모두 사전 준비되지 않아 윤 씨는 가져온 기타로 솔로 무대를 열었고, 조용필 씨는 현장의 피아니스트 반주에 맞춰 즉석에서 노래를 불렀다.
마지막 공연 실무자도 함께 즐겨
9시경 마지막 디저트가 나왔다. 방송에 소개된 대로 초콜릿 공을 깨면 한반도기가 나오는 형태의 디저트였다. 참석자 각자에게 디저트가 나왔고, 특히 두 정상용으로 크게 제작된 것도 있었다. 두 정상이 함께 나무망치로 공을 깨는 퍼포먼스는 방송에 소개됐다.
이후 만찬 참석자들은 만찬장 바깥으로 나왔다. 이들을 맞아 3D 맵핑 공연이 이어졌고, 작곡가 겸 음악감독 정재일 씨가 '아리랑', '새야 새야 파랑새야', '고향의 봄'을 모티프로 만든 '하나의 봄, 새로운 봄'이 연주됐다. 정 씨는 헝가리에서 작업 도중 정상회담을 위해 귀국했다.
해당 무대에 앞서 관계자들이 공식 행사장으로 가는 길에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가 나왔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판문점에서 불을 끄고 야외 행사를 진행한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부였다.
이 관계자는 "판문점이 도심 한 가운데가 아니라서 불을 끄면 매우 어둡다"며 "남과 북의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한 데 어우러진 공간이라 불을 다 끄는 게 사실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로를 향한 믿음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을 다 끈 상태에서 정재일 씨의 영상이 시작됐는데, 현장 분위기는 뭔가 짜릿한 기분"이었다며 "저뿐만 아니라 많이들 그렇게 얘기하셨다. 만찬장과 평화의집 앞마당 모두 하나가 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하나의 봄' 공연이 진행될 때 원래는 공식 수행원들과 만찬 진행자를 제외한 다른 실무진은 나오지 않도록 했다. 공간이 협소한 데다, 대부분 공식 행사가 이런 관례를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마지막 공연은 실무진도 나와서 함께 즐겼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자는 취지"였다며 "대기하던 실무진 중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는 분들도 계셨고, 옆자리 사람과 통성명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훈민정음 작품은 김정숙 여사 제안
두 정상을 상징한다는 문 대통령의 설명으로 화제가 된 훈민정음 작품은 김정숙 여사의 아이디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글이 두 나라에서 공통으로 쓰는 언어인 만큼, 서로 소통할 상징이고, 세종대왕은 애민정신을 대표하는 왕이기도 하다"며 "이런 의미들을 보여주고자 김정숙 여사가 훈민정음 작품을 선정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김 여사가 제안한 작품은 병풍 형태의 고정적 형식이 아니라, 사진으로 재해석된 작품이었다. 현대적인 느낌을 통해 권위적 모습을 덜어내려는 시도였다.
두 정상은 이날 만찬에서 선물을 주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선물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원래 국빈 간 주고받는 선물은 비공개"라며 "남북뿐만 아니라, 국빈 정상간 선물 교환 내용은 비공개"라고 밝혔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는 풍산개와 진돗개 등이 선물로 오간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공개 여부에 관해) 북측과 합의가 있어야 하고, 우리가 선물 내역을 공개하는 게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석이 있어야 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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