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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2루 진출', 대선 '적시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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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원순 '2루 진출', 대선 '적시타' 나올까?

[분석] "'2012 대전'의 총성은 울렸다"

"박원순은 안타 치고 2루까지 진출했다. 이제 필요한 건 적시타다. 야권 통합 정당이라는 적시타 한 방이면 2012년 총선은 '게임 끝'이고 그 성적표 들고 대선에 만루 홈런 치러 갈 수 있다."

진보정당 출신으로 현재는 야권 통합정당 건설을 목표로 하는 '혁신과 통합'에 몸 담고 있는 박용진 '혁신과 통합' 상임운영위원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앞으로 정치권에 미칠 영향을 이렇게 평가했다.

박용진 상임운영위원은 "솔직히 선거운동만 놓고 보면 박원순은 져도 한참 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압도적 1등으로 시작한 '이길 수밖에 없었던' 선거를 "인저리타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박원순 선대위 우상호 대변인) 위태로운 선거로 만들어놓았지만 박원순 야권단일후보는 결국 최종 승자가 됐다.

무엇이 "선거 기간 내내 무능하게 보였던" 박원순에게 승리의 영광을 안겨준 것일까. 그리고 이 승리가 시사하는 바는 또 무엇일까.

"1등으로 시작한 선거를 인저리타임까지 불안하게 만든" 이유는?

"박원순이 이기는 게 너무 당연한 선거였다"는 평가에는 누구도 대놓고 토를 달지 못한다. 오죽하면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투표를 하루 앞둔 25일 "초박빙까지 선거구도를 끌고 갔다는 것만 해도 열심히 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을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주민투표 '패배' 이후 야권은 승기를 일찌감치 잡았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잠시 선거판을 흔드는 듯 했으나,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그 모든 소란을 순식간에 잠재웠다.

안 원장이 5% 지지율의 박원순에게 '양보'하던 그 순간부터 장충체육관에서 박 후보가 민주당의 박영선 후보를 제치고 단일후보로 선출되던 날까지, 한나라당은 그저 또 하나의 '관객'일 뿐이었다. 한나라당이 경선조차 없이 나경원 후보를 확정한 데는 "이미 졌다"는 안팎의 분위기도 강하게 작용했다.

그런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병역, 대기업 기부금, 서울대 법대 학력, 등산 용품 협찬, 아름다운가게 직원 해고 등 하루가 멀다 하고 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쏟아졌다. 그리고 지지율은 빠지기 시작했다. 선거 초반 TV토론에서 보여준 박 후보의 '답답한' 모습은 지지율 하락세에 날개를 달아줬다.

한나라당의 '미친 듯한' 공격도 원인이었지만, 박 후보의 선거전략 역시 허술하고 초보적이었다. 네거티브 공세를 차단하는 데는 미숙했고, 그렇다고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도 못했다.

박원순 선대위의 박선숙 선거대책본부장은 "TV토론만 끝나면 상황실에 항의전화가 불이 났다"고 토로했다. 박선숙 본부장은 "TV토론은 마음으로 점 찍은 후보에 대한 확신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보는 것인데 초반 내리 3연패를 당하면서 우리 지지층이 '유보'적 입장으로 빠져 나갔다"고 덧붙였다.

"과정에서 지고도 결과에서 이긴 이유? '최악에 대한 심판'이 더 중요했다"

그렇다면 마음을 돌린 이들이 왜 다시 박 후보에게 "돌아간"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캠프 안과 밖의 설명이 엇갈린다.

캠프 관계자는 "선거 중반 캠프가 전략을 수정하면서 지지율이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말한다. '정권 심판론'을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나경원 후보에 대한 역공세를 벌이기 시작하면서 유권자들이 "그래도 역시 박원순 밖에 없다"고 마음을 돌렸다는 얘기다.

박선숙 선대본부장은 "한나라당이 초반에 주먹을 너무 많이 써서 우리가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를 오히려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전략 미스'가 박 후보에게 회복의 기회를 줬다는 것. 네거티브 공세가 '연회비 1억 원'의 피부과 논란 등 결국 나 후보에게 더 강력한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캠프 밖에서는 다른 의견도 나온다. 박용진 상임운영위원은 "선거운동은 확실히 나경원 후보가 이겼다"고 평가했다. 박 위원은 "박원순 캠프처럼 선거운동을 못 한 경우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런데도 결국 승자가 된 이유? 유권자들은 이미 선거운동은 상관 없었던 거다."

유권자들에게는 여전히 '최선을 선택'하는 것보다 '최악을 심판'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는 얘기다. 이런 분석은 민주당 내에서도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진보진영이 이번 선거에서 '가치'를 통해 승리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박원순의 승인은 기존 정치에 대한 반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며 "결국 또 '비토론'으로 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래 전부터 한국 정치를 휩쓸었던, 집권 세력을 심판하기 위한 '비판적 지지'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한 선거였다는 얘기다. 젊은층을 투표장에 끌어내는 데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되는 안철수 원장의 막판 메시지 역시 특별한 가치를 담지 않은 단순한 투표 참여였다.

"전통적 야권 지지자들의 힘도 컸다"

물론 박원순과 안철수로 대표되는 '장외 인사'들이 기존의 정당이 별로 포괄하지 못하는 20~40대의 마음을 얻어낸 것 또한 사실이다. 박 후보는 이들 계층에서 나 후보에 비해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당의 힘이 얼마나 큰지 또한 확연히 드러났던" 선거였던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캠프에 관여하고 있는 민주당 인사들 뿐 아니라 시민사회진영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박 후보 본인 역시 선거 막바지, "선거라는 것이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기존 정당의 '저력'이 대표적으로 드러난 것이 TV토론이다. 초반 '죽을 쒔던' 박 후보가 달라진 모습을 보였던 마지막 두 번의 TV토론에는 민주당 서울시의원들이 적극 결합해 준비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 밀리던 순간, 반전을 일으키면서 다시 주도권을 쥐게 된 데는 민주당 전통적 지지층의 이번 선거에 대한 입장 정리도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장은 내줬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민주당이 주도권을 쥐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선거를 이겨야 한다는 논리가 기존 민주당원들에게 통하면서 박 후보의 지지율도 회복기로 돌아섰다는 것.

'야권통합' 포커판"경우의 수 너무 많은 핀볼 게임"

'서울시장 선거 이후'가 복잡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후 야권이 '통합' 논의로 빨려들어갈 것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지난 4.27 재보궐 선거까지는 '유효'했던 기존 정당간의 후보 단일화가 서울시장 선거를 거치면서 새로운 문법으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떤 형태로'다. 그 형태의 핵심은 주도권 쟁탈전에 있다.

서울시장 선거를 거치면서 변수는 더 복잡해졌다. 기존 야권에 덧붙여 '시민사회' 진영이 더 막강한 파워를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기존의 '혁신과 통합'이 시민사회를 포괄하고 있었지만, 서울시장 선거 결과로 박원순으로 대표되는 진영의 목소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기존 정당만의 포커판에 새로운 베팅자가 나타난 것이다.

당장 박원순 당선자가 어느 세력에게 힘을 실어줄지가 최대 변수다. 박 당선자는 이미 문재인, 이해찬 등이 주도하고 문성근, 김기식 등 시민사회 진영까지 참여하고 있는 '혁신과 통합'의 회원이다. 그러나 박 당선자로서는 선거기간 최대 지원군이었던 민주당을 모른척 하기도 어렵다. 반면 특정 정당에게 힘을 실어줘서 얻는 실익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안철수 교수 등과 함께 중립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민주당 관계자가 "이제부터는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핀볼게임"이라고 내다본 이유다. 이 관계자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쉽사리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 방송사 출구조사가 발표되던 순간, 캠프 상황실에서 손을 맞잡고 있는 박원순 당선자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 한명숙 전 총리. ⓒ프레시안(최형락)

이해찬, 문재인, 한명숙 등으로 대표되는 친노 그룹, 손학규 민주당 대표로 표현되는 민주당 내 현재 주류 그룹과 정동영 최고위원으로 대표되는 비주류 그룹, 그리고 486(40대, 80년대 학번, 6월항쟁 세대)으로 표현되는 그룹까지 각기 통합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 자명하다. 이미 당권 도전을 선언한 박지원 전 원내대표로 대표되는 호남 인사들의 의사도 주요한 변수다.

박원순 당선자가 야권의 통합 논의에 특별한 입장을 피력하지 않으며 한 발 떨어진 위치에 자리 잡을 경우, 이 전쟁은 더 격해질 가능성이 높다.

야권 대통합, 진보대통합 전철 밟지 않을 수 있을까?

일단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를 선점한 것은 '혁신과 통합'으로 보인다. 이들은 야권의 물밑 전쟁을 대비해 오래 전부터 자체적인 '플랜'을 마련해 왔다. 이들은 시장선거 직후 통합계획 최종안을 내놓고, 공식적인 추진기구를 띄운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존에는 막아뒀던 기존 정당 소속 정치인의 개인 참여까지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야권 세력 전체를 놓고 '갈라치기'에 나서겠다는 것.

"통합이라는 대세를 거부하는 자가 누구인지 보여주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를 거치면서 민주당 역시 '통합' 움직임에 흡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쪽 관계자들의 기대 섞인 바람이다. 그러나 반론 역시 존재한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오히려 제1야당의 내공을 보여줌으로써 통합 논의의 주도권을 쥘 토대를 마련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민주당보다 더 크게 흔들릴 쪽은 '진보대통합 실패'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진보정당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진보정당 내에서 '대통합'을 긍정하는 세력은 소수다. 그러나 "박원순의 성공은 이후 야권의 모든 논의를 빨아들일 '블랙홀'을 만들어낼 것이며 이 흐름에서 진보정당이 중심 잡기는 난망해졌다"는 것이 진보정당 관계자의 예측이다.

한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시민사회진영이 '변화'를 들고 나오면서 대안세력으로서의 진보정당의 입지도 더 좁아졌다"고 토로했다. 정치 신인이 들고 나온 '변화'의 화두가 진보정당마저 '구시대 정치'로 읽히게 만들었다는 하소연이었다.

모두가 '대세'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다시 '현실'로 되는 것은 서울시장 선거 승리보다 어려우면 어려웠지 결코 쉽지는 않다. 8개월여의 우여곡절 끝에 실패로 일단락된 진보대통합이 그 근거다. 예상치 못한 변수는 어디서든 튀어나올 수 있다. 상층부가 합의했다고 끝나는 문제 또한 아니다. 새 정당의 운영방식과 이른바 당권 배분과 같은 '지분' 문제는 같은 정당의 상층부 내에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모든 것이 불투명한 현재 상황에서 하나 분명한 것은, 총선과 대선으로 가는 '2012 대전'의 총성은 이미 울렸다는 사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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