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를 대비해 내곡동 사저 부지를 사들여 논현동에 기거할 일이 없어진 상황이었기에 증여의 동기가 발생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믿을 수가 없다. 공시가격이 16억원 줄면 증여세가 11억 8000만원에서 5억 5000만원으로 줄어들어 6억원 넘는 혜택을 본다고 하지만 그래도 믿을 수가 없다. 서울에서 한 해 사이 10억원 이상 공시가격이 낮아진 사실이 밝혀진 주택이 이명박 대통령의 논현동 주택뿐이라는 점을 들어 단순 착오가 아니라 의도적인 공시가격 축소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믿을 수가 없다.
▲ 이명박 대통령 논현동 사저. ⓒ연합 |
생각해 보라.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이, 그리고 강남구청이 무슨 일을 벌인 것이 되는가? 직위를 이용해 편법을 동원하고, 편법을 이용해 사익을 탐한 셈이 된다. 직위에 짓눌려 행정을 비틀고, 행정을 비틀어 사익을 보장한 셈이 된다.
다른 일도 아니고 대통령과 관련된 일이 이렇게 처리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현 정부 들어서 유행어가 되다시피 한 '국격'을 훼손하다 못해 뭉개는 일이다. 해외토픽에 나고도 남을 일이다. 그래서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듣고 싶다. 청와대의 완강한 부인, 적극적인 해명을 반드시 듣고 싶다. 그 해명을 통해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이 허무맹랑한 소설이었음을 확인하고 싶다.
청와대의 해명이 나오긴 했다. 골자는 '몰랐다'는 것이었다. "통상 지난해 세금을 얼마 냈는지 모르는 것처럼 서울시가 18일 늦게 보고하기 전까지 청와대는 (작년보다 세금을 적게 납부한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일단 납득이 가지 않는다. 청와대는 '통상' 지난해 세금을 얼마 냈는지 모른다고 했지만 보통사람들은 '통상' 안다. 세금도 아닌 전기료 몇백원 오르는 것에도 벌벌 떠는 보통사람들은 지난해 세금을 얼마 냈는지 대개는 기억한다. 더구나 재산세가 1257만 600원에서 올해 654만 2840원으로 절반 가까이 깎이면 눈이 두 배로 커지는 게 통상적인 모습이다.
그래도 이해하려 한다. 대통령 또는 대통령 부인이 직접 재산세 고지서 받아들고 은행으로 가지는 않았을 터, 비서진이 그 일을 대신 처리했을 테니까 상대적으로 주의를 덜 기울였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주의를 덜 기울인 것이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걸린다. 대통령의 재산내역을 파악하는 일은 분명한 '자기 일'이다. 비서진이 챙기고 또 챙겨야 하는 기본 업무다.
대통령은 매년 재산변동내역을 신고해야 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그 비서진은 대통령의 재산과 수입 변동내역을 꼼꼼히 챙겨 신고과정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도록 해야 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챙겨야 하는 대통령의 재산변동 내역 가운데 일순위를 차지하는 게 논현동 주택이다. 끊임없이 얘기하지 않았는가. 대통령이 자신의 사재를 기부해 남은 재산이라곤 논현동 주택, 달랑 하나 뿐이라고 되풀이해서 얘기하지 않았는가.
이처럼 대통령 재산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큰 논현동 주택의 공시가격 변동내역을 허투루 흘려넘겼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 일조차 '통상'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말이 나온 김에 하나 더 짚자. 강남구청이 공시가격 축소 사실을 확인하고 청와대에 보고한 시점이다. 18일이었다. 청와대가 내곡동 사저 건립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이 일도 '통상'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우연 치고는 너무나 절묘하게 시점이 맞아떨어지는 이런 현상도 '통상' 나타나는 일인가?
청와대의 속시원한 설명이 정말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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