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빚 줄이고 임대주택은 늘려? 羅·朴 둘다 말 안 된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빚 줄이고 임대주택은 늘려? 羅·朴 둘다 말 안 된다"

[서울시장 후보 정책검증②] 羅 'MB-오세훈 복사판' vs 朴 '두 마리 토끼 잡기'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발끈'했다. 1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부친의 사학재단 관련 의혹에 대한 질문을 받자, "정책 질문은 안 하느냐"고 사회자에게 따져 물은 것. 이는 사실 범야권 박원순 후보가 나 후보 측의 '네거티브 공세'를 비판하며 지속적으로 요구한 사안이기도 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정치적 공방만 넘쳐나고 정책 검증은 뒷전으로 밀려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각 후보 정책을 총 4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첫 회는 두 후보 모두 전면에 내세운 '변화'의 내용, 그에 따른 주요 정책을 개괄적으로 훑어봤다. <편집자>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기본3요소에 속한다는 의식주 가운데 '주(住)', 즉 주택은 상당 기간 한국 정치의 핵심 요소였다. '집값'으로 대표되는 주택 정책이 한국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난 2008년 총선에서 극단적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뉴타운 정책'을 등에 업고 한나라당은 서울을 '싹쓸이' 하는데 성공했다.

서울시 선거도 다르지 않았다. 이명박, 오세훈 전임 한나라당 시장은 재건축, 재개발을 화끈하게 들고 나와 표심을 가로챘다. 아무리 정치의 화두가 '개발'에서 '복지'로 넘어갔다지만, 이번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역시 주택 정책은 화두 가운데 하나다. 더욱이 전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주인집 전화번호만 봐도 심장이 내려앉는다는 요즘 아닌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가 내놓는 이에 대한 대책을 주목하는 이유다. 공공임대주택을 각각 '5만 호'(나경원 후보)와 '8만 호'(박원순 후보) 공급하겠다는 것으로 대표되는 이들의 '친서민 주택 정책'은 나날이 서울 외곽으로 밀려나는 서민의 아픔을 다독여줄 수 있을까.

"나경원의 주택 정책, 속살은 이명박-오세훈과 같다"

▲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연합뉴스
나경원 후보의 주택정책은 크게 '비(非)강남권 재건축 연한 축소'로 대표된다. 나경원 후보는 지난 3일 금천구 독산동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계적인 재건축 연한을 폐지하고 주민들이 합의하면 재건축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비강남권 재건축 연한 규제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남권을 제외한 노원·도봉·강서·구로구 등에 1985년에서 1991년 사이에 지어진 낡은 아파트를 위주로 현행 최대 40년으로 규정돼 있는 재건축 연한을 줄여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강남북의 격차를 줄이고 소형주택의 공급도 늘릴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나 후보가 얘기하는대로 재건축 연한을 줄이려면 결국 서울시의 조례개정안을 고쳐야 한다. 문제는 이런 시도가 지난 2009년 이미 한나라당이 주도한 서울시의회에 의해 한 번 있었다는 점이다. 서울시의회는 당시 최장 40년인 재건축 허용 연한을 30년으로 줄이는 내용의 주거정비 조례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이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서울시가 지난해 4월 재건축 정책자문위원회를 구성해 1986년~1991년에 준공된 335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안전정밀진단을 벌여 그 필요성을 입증하려 했지만, 정밀 진단한 11개 단지 모두에서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재건축 허용 연한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 3월이다.

결국 나 후보는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가 추진하다 객관적 이유로 좌절된 '재건축 연한 축소'를 고작 7개월 만에 다시 들고 나와 강북권의 표심을 자극하려 한 셈이다.

박원순 후보 측도 바로 이 부분을 공격하고 있다. 박원순 후보 선대위는 지난 18일 정책논평을 통해 "나 후보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이미 민선 5기 4개년 계획에 들어있던 내용들이며 계획의 종류는 같으나 내용은 심지어 더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 전 시장은 공공임대주택 10만 가구를 내세워 민심을 흔들었지만, 나 후보는 이를 절반으로 뚝 잘라 공약을 내놓았기 때문.

오세훈에게 '승리' 안겨줬던 2006년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후보가 이런 공약을 들고 나온 것은 '제2의 뉴타운 바람'을 기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무리 현실성이 없다 하더라도 강북의 '집주인'들이 "재건축에 들어가면 이득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꿈을 꾸게 하려는 의도인 셈. 실제 나 후보의 주장대로 재건축 연한이 줄어들면 당장 2012년에 재건축이 가능해지는 단지들이 생겨난다.

문제는 이명박-오세훈이 '뉴타운 바람'을 일으킬 때와 2011년 10월 현재는 부동산 시장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는 데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민선 4기 시장으로 처음 당선되던 2006년은 주택가격의 상승기였다. "우리 집도 부자될 수 있다"는 '개발 공약'이 고르게 먹혀들어갈 수 있는 조건에 있었던 것이다.

2010년 간신히 한명숙 후보를 누르고 오 전 시장이 재선에 성공할 때도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친 후 수도권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약세장이 이어지던 때이긴 하나, 아직은 개발 중심의 공약에 대한 관심이 남아 있었다"는 것이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의 평가다.

그러나 현재 부동산 시장은 완전히 이와 다르다. 전체적으로 거래 자체가 없는 침체기인 것. "오히려 나 후보의 공약은 현재도 공급 과잉 상태인 아파트 공급을 더 늘려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을 더 깊은 수렁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실제 나 후보의 이런 공약 발표에도 강북권 부동산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별다른 문의조차 없다"는 것이 강북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재건축, 재개발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현재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앞으로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라며 "시장이 받쳐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연한을 축소한다는 것은 표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과거 '뉴타운 공약'의 반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후보보다 2배 많은 박원순 후보의 공공임대주택 공약, 현실성은?

▲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연합뉴스
그렇다면 박원순 후보의 주택 정책은 어떨까. 조 교수는 "전체적으로 가지 수는 많지만 알맹이가 없는 나경원 후보와 달리 박원순 후보는 일단 가지 수가 너무 빈약하다"고 꼬집었다.

박 후보의 주택 정책은 공공임대주택 8만 호 공급으로 대표되는 '서민주거안정'에 촛점을 맞췄다. "서민과 중산층에게는 장기전세주택을, 저소득층에게는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 집으로 인한 고통을 경감시키겠다"는 것이다.

나 후보에 비해 2배 가까이 많다. 이 수치가 얼마나 어려운 목표인지는 한나라당 집권 10년의 서울시가 간신히 4만8000호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데 그쳤다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홍재형 민주당 의원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시가 공급한 임대주택은 6604호에 불과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재직한 2007년부터 2011년 8월 말까지 공급된 임대주택은 4만1395호였다.

더욱이 박 후보는 8만 호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면서도 "재건축·재개발의 과속추진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꺼번에 재건축 허용연한이 축소되면 철거 주택이 크게 증가해 전월세 대란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다. 재개발에는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면서 임대주택을 늘리겠다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대주택을 늘리려면 결국 공급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박 후보가 얘기하는 1~2인 가구를 위한 공공원룸텔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지적에 박 후보 측은 "민간 임대주택의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주택정책 관련 한 전문가는 "민간임대주택의 활성화는 10년 이후에나 가능한 것으로 짧은 임기 내에 달성하기 어려운 장기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부채도 줄이고, 임대주택도 늘리고?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나 후보보다 2배 많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박 후보가 서울시의 부채 역시 나 후보보다 2배 가까이 확 줄여내겠다고 약속하는 것까지 연결시켜 보면 이 공약의 비현실성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임대주택 공급은 돈 없이는 안 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현재 2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시 부채 가운데 주택공급 사업을 담당하는 SH공사의 부채가 16조 원으로 절반이 넘는다. 결국 부채 규모를 박 후보가 약속한대로 7조 원 줄이려면 SH공사의 사업 축소도 불가피하다.

오세훈 전 시장의 재임기간 빚만 늘었다는 지적에 대해 한나라당은 "오 전 시간이 임기 초기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을 많이 건설해 부채가 늘어난 것"이라고 해명해 왔다. 즉, 서민주거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 얘기도 다르지 않다. 한 전문가는 "공기업 개혁이 물론 전제가 되어야겠지만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려면 SH공사 쪽으로 돈을 많이 주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두 후보 모두 서울시 부채규모를 줄이겠다고 마음 먹는 순간, 임대주택은 더이상 지을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 역시 "임대주택 8만호 공급 공약의 경우 재정이 따라갈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더욱이 박 후보의 주택정책은 지나치게 백화점식"이라며 "비록 양이 적긴 했으나 오세훈 시장의 '시프트'와 같이 집중된 간판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그콘서트에서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코너 <사마귀유치원>에서 '진학상담선생님'으로 출연하는 개그맨 최효종은 "초등학교 선생님, 어렵지 않아요"라며 "초봉 140만 원을 받고 '아무 것도 안 하고 숨만 쉬면서' 열심히 살면 89세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어요"라고 풍자해 씁쓸한 폭소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개그는 개그일 뿐, '숨만 쉬면서' 살 수 없는 현실의 시민들에게 두 후보의 주택 공약은 어떤 의미를 주고 있을까.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