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이날 오후 4시부터 4시 40분까지 40분 동안 전화 통화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은 이어질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은 물론이고 일본과 북한 두 나라 사이의 관계 정상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일북 사이에 존재하는 여러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이 잘될 경우 '일북 정상회담'이 이어질 필요가 있는지를 물었고,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일본과 북한 사이에는 핵과 미사일 그리고 납치 등 여러 문제가 있으나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일본과 북한 사이에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아베 총리가 사실상 북일 정상회담을 원한다고 답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은 핵 문제, 미사일 문제, 납치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럴 경우 일본과 북한 사이에서 '평양 선언'에 입각해 과거 청산과 관계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비핵화 문제와 일본인 납치자 문제 등을 해결하면, 일본은 과거사 청산과 관계 정상화를 할 수 있겠다고 한 것이다. '관계 정상화'는 북일 수교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아베 총리가 '북일 관계 정상화'를 언급한 의미는 작지 않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3월 17일에도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와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간 합의한 '평양 선언'을 언급하며 북일 대화를 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
'평양 선언'은 북일 수교를 포함한 '포괄적 북일 관계 정상화'를 핵심으로 한다. 일본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고, 북한과 수교를 논의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는 다시 말해 북한을 '정상 국가'로 대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정상 국가화'는 북한의 숙원이기도 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평양 선언 정신에 기초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상당히 명료하게 밝혔다"며 "오늘 아베 총리가 구체적으로 '북일 수교'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관계 정상화'와 '과거 청산'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굉장히 진일보한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과거 청산이라는 용어를 썼는데, 결국 일제 강점 기간 동안 있었던 배상 문제까지 해결하는 의미를 담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일 정상, '종전 선언' 위해 서로 협력키로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종전 선언'을 위해서는 일본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하는데 어떻게 일본을 빠뜨리고 할 수 있겠나. 주변 관련국들의 협조와 지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최종 목표로 하는 항구적 평화 정착, 남북 관계 발전에 일본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언론사 사장들과 한 오찬에서 "남북 간의 대화가 잘되는 것만으로 남북 관계를 풀 수 없고, 북미 관계와 북일 관계가 풀려야 남북 관계도 따라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경제 발전에 대해서도 이제는 남북 간에 협력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국제적인 참여가 이루어져야만 현실성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기회가 닿는대로 북쪽에 납치 문제를 제기했다"며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 때도 아베 총리의 입장을 전달하겠다.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이 동북아 평화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말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 뒤 아베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회담 결과를 설명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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