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주목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원순 후보 지원에 나설 것인지를 놓고 정치권과 언론이 촉각을 곤두세운다.
정치권과 언론의 이런 관심사는 기계적이다. 주체와 객체를 단순하게 가르고 있다는 점에서 일방적이다. 안철수 원장을 주체로, 박원순 후보를 객체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안철수 원장을 시혜자로, 박원순 후보를 수혜자로 본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기계적이지 않다.
안철수 원장이 박원순 후보 지원에 나서려면 크게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판세와 전선이다.
최소한 박빙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안철수 원장이 지원에 나서면 판세를 즉각 뒤집을 수 있을 정도의 박빙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안철수 원장이 나설 수 있다. 지원의 생산성과 자신의 파괴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
최대한 전선을 세워야 한다. 박원순의 '도덕성'에 갇혀 있는 전선을 한나라당 '심판'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안철수 원장이 나설 수 있다. 박원순 후보를 두둔하는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한나라당을 심판하는 대의적 차원에서 나왔다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 안철수 원장 ⓒ프레시안(김하영) |
이렇게 보면 박원순 후보는 주체다. 안철수 원장의 지원을 이끌 수 있는 능동태다. 박원순 후보 하기 나름에 따라 안철수 원장의 선택지와 보폭이 달라진다.
물론 독립항이 있다. 박원순 후보의 노력과는 별개 사항이다. 안철수 원장의 복심이다. 대선에 대한 자신의 심중이다.
정말 대선에 뜻이 없다면 좁혀진다. 안철수 원장이 박원순 후보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차원으로 한정된다. 자신이 후보 자리를 양보했던 사람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으로 제한된다. 이 경우 박원순 후보 지원은 선택사항이지 필수사항이 아니다. 박원순 후보의 노력 또한 참고사항일 뿐이다.
반대로 대권에 대한 야망을 갖고 있다면 분명해진다. 안철수 원장이 박원순 후보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정치적인 차원으로 확장된다. 자신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사람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면 자신 또한 피해를 입는다. 제3후보에 대한 회의론이 퍼지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 또한 좁아진다. 이 경우 박원순 후보 지원은 필수사항이다. 더불어 박원순 후보의 노력은 선결조건이 된다.
안철수 원장이 대권 도전에 뜻을 두고 있다고 전제하면 그와 박원순 후보는 공동운명체다. 네가 살아야 내가 사는 상생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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