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9일 <입양특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고, 지난 8월 4일 대통령에 의해 선포되었다. 선포된 날로부터 1년 뒤인 2012년 8월 5일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이번 입양특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까지에는 누구보다도 귀환입양인들 스스로의 노력이 컸다.
2009년 초, 귀환입양인 단체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TRACK)>은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과 <국외입양인연대(ASK)>와 <뿌리의집(KoRoot)> 등과 결합하여 입양특례법 개정작업에 들어갔다.
이 단체들은 면밀하게 법안을 검토하고, 2009년 11월 10일 국회아동청소년미래포럼(공동대표 국회의원 최영희/이주영) 주최의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후원하여 개최했다. 최영희 의원은 작년 5월 11일 이 법안을 발의했고, 1년이 지난 올 해 6월 보건복지부의 수정 제안을 받아 보건복지상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지난 6월 29일 마침내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하게 되었다.
이 법안의 개정 작업을 시작하고 통과에 이르기까지 가장 주도적이었던 사람들은 이 법의 규율 아래 자신들의 삶의 여정을 시작했던 귀환입양인들이었다. 그들의 가슴 속에 담긴 삶의 애환과 열정이 이 법 개정의 추동력이었고, 그런 점에서 이 법 개정에 있어서 주연은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TRACK)>과 <국외입양인연대(ASK)>였으며, 공익변호사그룹 <공감>과 <뿌리의집(KoRoot)>, <한국미혼모가족협회(KUMFA/미스맘마미아)>, <민들레어머니회>는 조연을 했을 뿐이다.
물론, 이 법안의 개정에 있어서 결정적인 위치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분이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라는 점을 간과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또 법안의 마지막 개정과정에서 부분적인 수정제안을 하고 흔쾌히 조정안에 합의해준 보건복지부의 기여를 감사히 여기지 않는 바가 아니다.
스웨덴의 한국 입양인 토비아스 휘비네트(한국명 이삼돌)박사는 그의 저서 <해외입양과 한국 민족주의>에서 "누가 고아가 된 나라를 위로할 것인가?"를 물으면서, "귀환입양인들이 그 위로자가 될 것"이라고 예언적 발언을 했다. 이 입양특례법의 개정이 귀환입양인 주도로 이루어졌고, 이 법이 한국 입양아동의 권익을 보호하고, 미혼모에게 힘을 실어주며, 한국사회에 인권신장을 돕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는 점에서 토비아스 박사의 예언은 적중했다. 이제 우리가 입양의 이름으로 외국에 내보낸 해외입양인들이 이 땅을 위한 공헌자와 위로자로 우리에게로 돌아오고 있는 한 표시로서 이 <입양특례법>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입양특례법 무엇이 달라졌나
▲ 한 입양기관에서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영아들. ⓒ연합 |
이번 법안은 국내외를 물론하고 입양을 법원허가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했다. 입양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국민의 신분상의 지위와 인권에 관련되는 즉, 시민권의 문제라는 점에서, 입양을 법원허가제로 한 일은 매우 적절하고, 국제기준에도 부합하며, 국제간의 아동입양에 관한 국제조약인 헤이그협약에 가입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개정된 법은 친생부모의 동의를 아동의 출산 후 1주일이 지난 후에 할 수 있도록 했고, 가정법원의 허가 이전까지는 철회가 가능하도록 했다. 친생부모와 그 자녀의 결별은 그것이 아무리 선한 의도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양 당사자의 삶에 있어서 일생에 걸친 트라우마를 남기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를 출산 한 후, 일정기간 출산과 모성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성찰의 기회를 가진 후에 입양여부를 결정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또한 입양부모와 가정에 대한 가정조사제를 정식으로 도입한 일이다. 아동학대, 가정폭력, 마약 등의 범죄나 알코올 등 약물중독의 경력이 없는 자로 입양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입양부모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소정의 교육을 이수하도록 했다. 이것은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법률적 관점에서 볼 때, 이 전 법에서는 입양의 효과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이 법을 통해서 입양아동은 민법상의 친양자와 동일한 지위를 가지도록 했다.
또, 이 법은 입양인은 입양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입양정보의 공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입양기관의 장은 친생부모의 동의를 받아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며, 친생부모가 정보공개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는 그 인적사항을 제외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고, 친생부모가 사망하거나 그 밖에 불가피한 사유로 동의를 얻을 수 없는 경우와 의료상의 목적 등 특별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친생부모 동의와 무관하게 입양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같은 입양인의 알권리 명시는, 그 동안 모국을 방문하고 또 친가족찾기를 추구해왔던 입양인들이 입양기관의 자의에 의한 정보공개 여부에 따라 고통과 불이익을 당해왔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입양인의 알권리 확보라는 차원에서 큰 진척을 이루어 낸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의 논의 과정에서 보다 심도 있게 논의하고 그것을 개정안에 담아 내지 못한 것은 입양인의 알권리는 친생부모의 사생활보호의 이익보다 훨씬 무겁고 우선하는 권리라는 점이다. 입양인이 친생부모에 대해서 알 권리는 인간의 정체성, 인간존재의 의의에 관련되는 권리이다. 반면, 친생부모의 사생활보호권은 본인과 가정의 성숙도에 따라 이 권리의 침해에도 불구하고 수습이 가능할 뿐 아니라 더 풍부한 삶의 세계를 열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인 권리에 불과하다.
또 입양인은 친생부모가 사생활보호의 이익을 관철하여 행복을 추구해가는 동안, 바로 그 사유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과 인간존재의 의의를 발전시켜가는 일에 있어서 미완성상태나 폐쇄회로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차기 개정안에서 이 점이 충분히 고려되어 입양인의 알권리를 보다 근원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한계는, 친생부모의 입양인에 대한 알권리 부분인데, 이 점은 이 번 개정 법률에 반영되지 못했다. 친생부모에게 있어서, 비록 입양을 통해서 친권을 상실하기 때문에, 입양인에 대해서 알권리가 전혀 없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을지 모르나, 친생자의 신분적지위의 여하를 막론하고 친생자의 생사나 행복여부에 대한 알권리의 충족 역시 인간존재의 근본적인 의의에 관련되는 일이므로, 친생부모의 입양인에 대한 알권리를 보장할 길을 모색해야 한다.
입양활성화정책을 폐기하고 친생가족보호정책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
입양은 어디까지나 상대적 가치 혹은 차선적 가치를 지닌 사회복지일 뿐이다. 아무리 긴급하게 아동을 구해야 할 상황이라 하더라도, 입양 그 자체가 하나의 영구적이며 또한 최우선적인 해결책으로 한 사회 안에 자리를 잡는 일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다. 아동이 친생가족의 품에서 자라도록 한 사회의 틀을 구성해가려는 노력이 결핍된 입양운동은 온정적 시혜주의 범주를 뛰어넘기 어렵다. 가족해체와 결별의 위기에 처한 가족구성원들로 하여금 입양이라는 선의와 온정의 손길에 내어 몰리지 않도록 그 사회를 재구성해가려는 노력이 입양운동 보다 우선하는 일이어야 한다.
"아동은 최우선적으로 친생가족의 품에서 자라도록 도와야 하며, 불가피할 경우 국내입양을 통해서, 그리고 국내입양조차 불가피할 경우 해외입양을 할 수 있다"고 국가간의 아동보호와 입양에 관한 국제조약인 헤이그협약은 표명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현재 그 역순의 중간과정을 밟고 있다. 해외입양이 불가피하고 최우선적인 선택이었던 시대를 지나서 국내입양 활성화가 국가정책의 중심축으로 이동한 상황이다.
친생가족보호를 위한 정책이 최우선적으로 수립되고 점차적으로 그 결과 입양아동의 숫자가 감소해 더 이상 국내입양활성화정책이 필요하지 않는 사회로 우리나라가 진입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입양활성화는 입양아동 숫자의 최대화(maximize)를 지향하고 있는 바, 국가의 중장기적 목표는 입양아동의 최소화(minimize)가 되어야 할 것이다. 친가족으로부터 아동이 결별해야 하는 상황을 최소화하는 것이 자명한 시민에 대한 국가의 책무가 아닌가? 이런 점에서 근본적으로 우리사회는 입양에 관한 한 국가정책의 아젠다가 잘못 설정된 사회다.
입양을 하지 않으면 그 아이들이 시설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비난도 있다. 우리 정부에 의해서 유엔아동권리협약기구에 보고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입양아동은 5개월 미만의 영아이고, 이 영아들의 90%가 미혼모에게서 출생한 아이들이다. 이른 바, 황금똥 누는 어린 아기들이 친엄마의 품을 떠나 입양되고 있는 것이다.
입양문제에 관한 저명한 미국의 정신과 의사 낸시 뉴턴 베리어(Nancy Nweton Verrier)는 그녀의 저명한 저술 <원초적 상처(Primal Wound)>에서 영아 시기의 아동이 친생모와 결별하는 것은 일생을 가름하는 원초적 상처를 남긴다고 그녀의 세밀한 연구 결과를 통해 웅변하고 있다.
물론 자기 낳은 아이를 입양보낸 엄마에게도 일생을 가름하는 트라우마를 남긴다는 사실은 불문가지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미국의 입양 관련 심리상담을 전공한 입양인 학자 조 솔(Joe Soll)은 그의 책 <입양 치유(Adoption Healing)>에서 입양이 생모에게 남기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PSTD/Post Stress Traumatic Disorder)가 얼마나 깊게 남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영아 입양은 유럽 각국에서는 극히 미미하다. 아동복지에 있어서 매우 후진적인 미국에서 조차도 미혼모가 자기 아이를 입양 보내는 경우가 2%에 못 미친다. 정부는 영아입양을 역설하기 전에, 미혼모들이 이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도록 하는 일에, 구체적으로는 그에 부합하는 사회적 합의와 제도를 만드는 일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입양은 자명한 답이 아니다. 정부의 역할은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또 정부는 입양기관으로부터 미혼모시설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이 입양기관이 미혼모시설을 운영한다는 것은 재정적 수익이 되는 입양아동을 얻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하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2010년 개정된 한부모가족법은 2016년부터 입양기관은 미혼모시설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이 일의 실현을 위해서는 정부가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미혼모시설 운영 주체들을 개발하는 등 지금부터 면밀한 준비를 해야 하는데, TF를 구성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1년에 시설로 입소하는 아동이 7000여 명이 되는 현실에서 입양특례법을 개정한 일이 결국 입양의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고 염려하고 있는 분도 있다. 그러나 시설에 입소하는 아동들 대부분은 미혼모들이 낳은 영아들이 아니라 가족해체로 인해 친생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동들이다. 결국 입양을 통해서 해결된 문제도 아니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연장아 입양운동이 명실상부하게 결실을 맺기 전에는. 입양활성화를 반대하는 주장이 시설아동에 대한 무책임한 처사라고 하는 관점은 맥락을 잘 못 집고 있는 것이다. 입양보다는 미혼모의 자립 지원체계의 확충을 통해서 아동이 더 이상 입양되지 않아도 되는 사회로 가자는 필자의 주장에 대해서, 국내입양을 주도해온 입양기관들이나 국내입양운동단체들이나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입양에 대해서 우호적이고 지원적인 학자들은 '그러면 아이들을 시설에서 키우도록 해야 할 것인가?'하고 공박을 하고 나서지만, 사실상 번짓수를 잘못 짚고 펼치는 반론에 다름이 아니다.
G20 의장국을 감당할 만큼 성장한 우리 사회는 '황금똥 누는 아기들을 결혼 여부에 상관없이 친생모가 키우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되는 사회가 아닐까? 문제의 핵심은 아동을 입양할 것인가 시설에서 키울 것인가라고 하는 대립구도가 아니다. 핵심은 영아를 친생모(미혼모)가 키울 것인가 입양가정이 키울 것인가 하는 것이다. 친생모가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서 입양아동의 숫자를 줄여가는 지향을 공유하면서 이 땅 아동의 복리에 마음을 같이 할 수는 없을까?
친생가족보호정책의 우선적 실천으로 더 이상 입양활성화 정책과 운동이 필요하지 않은 사회가 되어, 오히려 법이 실효성을 상실하고 사문화되기를 희망한다. 아기를 친엄마가 편안하게 키울 수 있는 사회, 아이 키우기 좋은 우리나라에 대한 꿈은 너 나가 없고 공무원과 귀환입양인과 가슴가득 사랑을 품고계신 입양부모들, 입양기관 종사자들, 시민운동가들 모두가 간직하고 키워가야 할 꿈이 아닐까?
출생신고제를 출생등록제로 전환입법 해야할 필요성
우리나라는 현재도 입양기관을 통해서 국내 입양되는 아동의 98%가 비밀입양 즉 친생자 입양이다. 년 간 약 1,000명 이상이 친생자로 입적되고 있다. 우리나라 민법에 의한 입양이 년 간 약 4천 명 인 점을 볼 때, 입양기관을 거치지 않고 사인간의 합의로 아이를 데려다가 친생자 입양을 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추정 할 수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에 의하면 지난 2009년 우리나라에서 비밀입양된 아동이 3014명이다. 이들은 비밀입양을 통해 자신의 존재의 근원에 관한 진실을 상실했다. 그러나 친생부모에 관한 진실은 한 인간정체성과 존재의 의의를 가름하는 진실이기에 어떤 이유로도 왜곡, 은폐해서는 안 된다.
미혼모 역시 자신의 삶에 대해서 책임 있는 존재로서 적어도 자신만이 들여다 볼 수 있고, 친생자만이 그 사실을 알 수 있는 형식, 즉 제3자 혹은 미래의 남편조차도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자기 이름 아래 자신의 자녀를 기재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입양부모 역시, 입양인만 알고 또 입양부모만 알 수 있는 방식으로 아동을 친양자로 입적할 수 있어야지 친생자 입적을 통해서 아동 자신의 인생에 관한 진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인권에 대한 침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출생신고제를 출생등록제로 전환입법을 하면 된다. 출생신고제는 친생부모가 주로 하게 되어 있고, 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물게 되며, 아이가 취학하기 전에는 거의 다 한다. 사실상 큰 문제가 안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입양아동의 경우가 문제이고, 다문화가정의 자녀들 혹은 기지촌여성들과 미군 사이에 태어난 아동들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출생등록제는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시행하는, 아동출생에 대한 등록을 병원/산부인과와 동사무소/구청의 연계구조 안에서 시행하도록 하는 제도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동이 자신의 존재에 관한 진실을 알권리를 담보하는 차원에서 정부와 국회에 권고하여 입법이 추진되도록 했으면 한다. 제도개혁이 완전한 해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출생의 비밀'이 한 편에서는 관음증의 대상이 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정체성에 관한 일생의 슬픈 과업이 되지 않아도 되는 최소한의 사회적인 장치는 마련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이 글은 지난 7월 22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입양특례법 개정에 즈음한 입양문제 관련 간담회'의 발제문을 필자가 요약해 다시 쓴 글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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