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판단을 받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사표를 17일 수리할 예정이다.
김기식 원장은 애초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돈으로 '외유성 출장'을 갔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정작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위법하다고 판단받은 사안은 '종전의 범위를 벗어난 정치후원금 기부 행위'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책 연구 모임인 '더좋은미래'에 가입비 1000만 원, 월 회비 20만 원을 내다가 추가로 5000만 원의 특별회비를 낸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로써 김기식 원장의 거취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 해석에 맡긴 문재인 대통령은 '자진 사퇴' 형식으로 김 원장의 인사를 철회하게 됐다. 김기식 원장이 취임한 지 15일 만이다.
김기식 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선관위의 결정 직후 이를 정치적으로 수용하고 임명권자께 사의를 표명했다"며 "누를 끼친 대통령님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김기식 원장은 "총선 공천 탈락이 확정된 상태에서 유권자 조직도 아닌 정책 모임인 의원 모임에, 1000만 원 이상을 추가 출연키로 한 모임의 사전 결의에 따라 정책연구기금을 출연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의 판단을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김 원장은 "법 해석상 문제가 있는 경우 선관위는 통상 소명 자료 요구 등 조치를 하는데, 지출 내역 등을 신고한 이후 당시는 물론 지난 2년간 선관위는 어떤 문제 제기도 없었다. 이 사안은 정말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법률적 다툼과는 별개로 이를 정치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저의 경우가 앞으로의 인사에 대한 정치적 공세에 악용되지 않도록 견뎌야 하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했다"며 "저는 비록 부족하여 사임하지만 임명권자께서 저를 임명하며 의도하셨던 금융 개혁과 사회경제적 개혁은 그 어떤 기득권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추진해야 하고,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고 적었다.
청와대가 선관위에 인사 검증 관련 해석을 맡기면서 김기식 원장은 취임 15일 만에 퇴진하게 됐지만, 불똥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도 튀었다. 월 회비 20만 원을 내오던 홍종학 장관도 19대 국회 막바지에 남은 정치후원금 422만1830원 전액을 '더좋은미래'에 후원했다는 점이 거론됐다.
청와대는 홍종학 장관이 후원한 400여 만 원이 '종전의 범위를 벗어난 정도'로 큰 돈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선관위가 과거의 관례의 범위를 딱 숫자로 제시하지 않았고, 두루뭉술하게 해석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전날 선관위의 정치후원금과 관련한 유권 해석을 앞으로 새로운 '인사 검증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어제 선관위의 유권 해석을 청와대는 존중하기 때문에 이 유권 해석이 또 하나의 인사 검증 기준이 되지 않겠느냐"라며 "인사수석실 차원에서 후속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