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분석이다. 이런 분석은 '개꿈'을 '돼지꿈'으로 해몽하는 것과 같다.
돌아보면 안다. 북한 이슈는 더 이상 국내 정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2000년 4월 국민회의가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사실을 총선 사흘 전 공개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2010년 6월 한나라당이 천안함 사건을 지방선거에 접목시키려다가 역시 역풍을 맞았다. 현실이 이렇다. 더 이상 '북풍'은 없다. 국민은 북한을 '평화 관리' 차원에서 접근하지 정치의 한 요소로 생각하지 않는다.
백 번 양보해서 홍준표 대표의 개성공단 방문이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고 간주하더라도 한나라당에 도움 될 게 없다. 홍준표 대표가 개성에서 북한 당국자를 만난다고 해도, 그 자리에서 남북관계 진전에 도움이 되는 합의를 도출한다 해도 한나라당에 득보다는 실이 크다.
▲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뉴시스 |
그냥 지켜봐도 된다. 개성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러 간다는 그를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켜봐도 된다.
어차피 가는 거라면 박수 쳐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잘 하면 하나의 계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 홍준표 대표의 개성공단 방문을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 홍준표 대표가 본인 입으로 말했다. 천안함·연평도 문제 때문에 정치군사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풀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으니까 "남북 경협과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 남북간 신뢰를 구축해 보자는 뜻"이라고 했다. 이 말을 디딤돌 삼으면 꼬일대로 꼬인 남북 교류에 돌파구를 만들 수도 있다.
이치가 그렇지 않은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정치적 의미가 따라붙는 집권여당 대표조차 정경분리, 관민분리 차원의 남북 교류는 문제없다고 주장하는 판에 정치적 위상과 의미가 없는 순수 민간 영역의 남북 교류를 정부당국이 무슨 명분으로 막을 수 있겠는가. 남북간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남북 경협과 인도적 지원은 무조건 풀라고 정부당국에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
그래도 무시하면 어떡하냐고? 민간의 방북 신청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으면 어떡하냐고? 이럴 때는 응당 이명박 정권의 '엿가락 행정'을 질타해야 한다. 민간 교류마저 자의적으로 해석해 엿장수 식으로 대처하는 행태를 문제 삼아야 한다. 홍준표 대표의 개성공단 방문이란 좋은 본보기가 있지 않은가.
이렇게 보면 홍준표 대표는 '혈전 용해제'다. 남북을 잇는 대동맥과 정부당국과 민간부문을 연결하는 소통로에 켜켜이 쌓인 혈전을 푸는 용해제다.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국민이 하기 나름에 따라…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