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점은 재벌문제다. 박영선 의원이 제기한 바 있다. "재벌 후원을 많이 받은 것을 짚어봐야 한다"고 했다. 어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후에도 거듭 말했다. "재벌과 비판세력은 불가근불가원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원순 변호사도 말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 후원받은 게 아니라면서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부자들에게 후원금을 받는 것이 뭐가 나쁘냐"고 반문한 바 있다. "후원을 받아서 늘 공정하게 공익을 위해 썼다"고도 했다.
▲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박영선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
이런 재벌 문제를 놓고 두 사람의 입장이 엇갈리는 것은 그리 나쁜 일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논쟁이 단일화 과정에 앙금을 남기지 않겠느냐고 우려하지만 그건 기우다. 박원순 변호사를 "아름다운 후보"로 존중하는 박영선 의원의 자세가 유지되고, 박원순 변호사 또한 같은 자세로 일관한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오히려 생산적이다. 단일 후보 경선과정에서 두 사람이 치열하게 논쟁을 벌여 재벌 문제에 대한 하나의 입장을 도출할 수만 있다면 총선과 대선의 '학습노트'를 만드는 셈이기에 논쟁의 생산성은 배가된다.
그 뿐인가. 민주당에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복지는 입이 닳도록 운위하면서도 재벌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여온 민주당에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다. 자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박영선 의원이 재벌 문제를 주요 화두로 끌어올리고, 논쟁 과정에서 분명한 입장을 보이면 민주당은 좋든 싫든 따라가야 한다. 지금보다는 좀 더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을 수 없다. 박영선 의원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재벌 저격수, 삼성 공격수로 불릴 정도로 재벌 문제에 선명한 입장을 보여온 그이기에 재벌 논쟁을 이끌고 민주당의 전투 모드를 끌어올릴 수 있다.
▲ 박원순 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
자신을 향해 제기된 다른 문제, 즉 포스코와 풀무원 사외이사 경력 문제에 대해 박원순 변호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사외이사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에 대해 공부했고, 외압에 흔들리지 않게 하는 역할까지 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박영선 의원 또한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금산법 등 재벌 개혁 입법에 앞장 선 바 있다. 이 정도면 내실을 기할 수 있다. 뜬구름 잡기식 논쟁이 아니라 이론과 경험을 동반한 내실 있는 논쟁을 벌일 수 있다.
두 사람은 '박터지게' 논쟁해야 한다. 상호 신뢰의 바탕 위에서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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