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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텃밭'에서 '올드보이 대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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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텃밭'에서 '올드보이 대란' 확산

김태호 9일 경남지사 출마선언, 김문수 10일 서울시장 후보 추대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공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공천 결과에 대한 반발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한국당은 9일 오후 대구시장, 경북지사 후보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경북지사 후보 경선에서는 이철우 의원이 1위를 차지했으며,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는 현직인 권영진 시장이 재공천을 받게 됐다.

또 같은날 오전에는 전략공천을 받은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공식 출마 선언을 했다. 김 전 지사는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회견을 열고 "탄핵이란 국가적 불행에 대해 한때 집권여당 최고위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지금 보수가 벼랑 끝에 서 있다. 대한민국 땅이 한쪽으로 너무 기울었다. 보수가 망하면 나라도 국민도 불행하다"고 출마 명분을 댔다. 그는 경남이 "보수의 마지막 보루"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한국당은 다음날인 10일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서울시장 후보로 추대하기로 했다. 이로써 전국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세종시와 호남 3지역(광주·전남·전북)을 제외한 모든 선거에서 한국당 후보의 윤곽이 드러났다.

앞서 한국당은 부산·인천·울산·경기에 현직 단체장인 서병수 시장, 유정복 시장, 김기현 시장, 남경필 지사를 단수 공천했다. 대전시장에는 박성효 전 시장이, 강원지사에는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1차관이, 충북지사에 박경국 전 안전행정부 1차관, 충남지사에 이인제 전 의원, 제주지사에 김방훈 전 의원이 각각 한국당 공천을 받았다.

공천 탈락자 불만 거세…"범죄행위", "정치 사기"

그러나 당내에서 공천 잡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날 홍준표 대표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공천도 이제 마무리 국면이다. 이번에 기회를 얻지 못한 분들은 다음에 기회를 가지면 된다"라며 "더 이상 내부 분열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지만(☞관련 기사 : 홍준표가 해석한 박근혜·MB의 몰락 이유가…)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당장 이날만 해도 경남지사 출마를 준비해온 김영선·안홍준 전 의원은 김태호 전 지사 전략공천에 반발, 공천 효력 정지 등 가처분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접수했다. 김·안 전 의원은 공동으로 입장문을 내어 "헌법과 법률 및 당헌당규를 위반한 전략공천은 무효"라며 "헌법의 기본인 내용의 민주적 정당성, 법률과 당헌이 정한 절차의 민주적 공정성을 훼손했다. 이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근원적으로 부정하고 파괴하는 범죄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 전 지사는 출마선언 자리에서 이들의 반발에 대한 질문을 받고 "결과적으로 마음이 아프다. 과정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 "앞으로 그 분들이 쌓아놓은 땀을 도정에 잘 녹여낼 수 있도록 화합의 길을 찾겠다"고 답변해야 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 추대가 확실시되는 서울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는, 출마를 선언하고 경선을 요구하다가 전날 당원권 3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김정기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이 당의 처사에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 공모에 홀로 신청했던 김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당이 서울을 우선추천(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하자 이에 반발하며 "정치 사기"라고 비난했고, 한국당은 해당행위라며 그를 징계 대상으로 삼았다.

경선이 치러진 경북에서도 남유진 전 구미시장이 이날 개표 전 경선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등 잡음이 나왔다. 남 전 시장은 경선에서 1·2위를 한 이철우 의원과 김광림 의원이 허위사실 적시나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운동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부정 행위를 했다며 이의를 제기, 당초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경북지사 후보 경선 개표가 1시간 가까이 지연됐다.

앞서 한국당 부산시장 후보에 서병수 시장이 단수 공천되자, 홍 대표의 측근이었던 이종혁 전 최고위원이 이에 반발하며 탈당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한때 홍준표의 심복, 이제는 "부산의 조원진")

광역단체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권자나 언론의 관심이 덜한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원 공천도 시끄럽기는 매한가지다. 조진래 전 경남부지사 공천에 반발해 현직인 안상수 시장이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관련 기사 : 홍준표 사천 논란 '끝판왕'...'라이벌' 안상수 분개)

경남에서는 창원 외에도 김해·사천·거창·남해 등지에서 공천에 반발하며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한국당 소속 예비후보들이 나왔다. 대전 유성구청장 공천 과정에서도 한 예비후보가 탈당 선언을 했고, 충북 옥천군에서는 현직인 김영만 군수가 무소속 출마 입장을 밝혔다. 대구·충북에서도 광역의원들이 공천 결과에 불복해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일이 있었다.

한국당 공천 키워드는 '친박·올드보이?'


공천에서 낙마한 인사들의 불만도 크지만, 한국당이 신경써야 할 문제는 또 있다. 공천을 받은 인사들의 본선 경쟁력이다. 앞서 사실상의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된(한국당 공천관리위, 3월 16일) '우선추천 지역'은 서울, 충남, 경남 3곳이었다. 한국당의 '전략'은 이 곳들에 각각 김문수·이인제·김태호를 후보로 공천한다는 것이었다.

이들 3명은 모두 '올드보이'라는 꼬리표를 우선 떼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홍문표 사무총장은 지난 2일 "언론이 '올드보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한국당 후보를 흠집내고 있다"며 "노인 모독"이라고 분개했지만, 이들에게 '올드보이'란 딱지가 붙은 것은 나이 때문이 아니다. 셋 중 가장 젊은 김태호 전 지사는 1962년생으로 56세에 불과하다. 연령이 아니라, 과거 광역단체장,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등 긴 정치 경력에 합당한 뚜렷한 정치적 성과를 보였느냐 여부가 '올드보이' 논란의 핵심이다.

김태호 전 지사는 아예 스스로 출마선언에서 "경남의 오랜 친구 올드보이 김태호"를 자처했다. 김 전 지사는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국무총리에 지명됐지만, 국회 인사청문회를 넘지 못하고 낙마한 전력도 있다. 김문수 전 지사는 과거 119 구급대원과의 부적절한 전화 통화 논란(☞관련 기사 : 김문수 패러디 봇물…"이름이 궁금할 땐 119")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태극기 집회를 주도하고 적극 참여하면서 '극우' 이미지라는 평을 얻었다.

이인제 전 의원도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의 열성 참여자였다. 이 전 의원은 작년 2월 "대한민국 정통성과 정체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폭발하는 것이 태극기 집회"라며 "광장의 혁명은 대한민국 헌법을 파괴하자는 것이다. 국민은 새누리당이 싸워주길 바란다"고 공개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를 더 유명하게 한 것은, 1987년 정계 입문 이후 10여 차례의 당적 변경으로 얻은 '피닉제(불사조 이인제)'라는 별명이다. 전략공천 대상지 3곳이 아닌 단수 추천 후보들 가운데도 참신함 면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후보는 많지 않다. 부산·울산·인천·경기는 현역 단체장들이 수성에 나선 곳이다.

'올드보이' 논란과 함께 광역단체장 후보들 가운데 과거 친박(親박근혜) 그룹으로 분류됐던 이들이 많은 것도 이번 한국당 공천의 특징으로 꼽힌다. 홍준표 지도부가 박 전 대통령을 당에서 제명했던 일을 떠올리면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김문수·이인제 전 경기지사의 '태극기 집회' 참여 전적은 말할 것도 없고,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한때 친이계로 분류됐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김무성 개헌 발언 논란'이나 '유승민 원내대표 축출' 사태 당시 친박 진영의 이해를 대변해 앞장서 싸웠다는 평가를 들었다.

현직인 유정복 인천시장도 2005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 2007년 박근혜 대선 경선후보 비서실장을 지내 친박 핵심으로 분류됐고, 대전시장 후보인 박성효 전 시장은 2006년 재보선 당시 유명한 "대전은요?" 발언 사건의 주인공이었다. 강원지사 후보로 추천된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1차관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선거캠프에서 강원미래발전특별본부장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인천공항공사 사장, 관광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충북지사 후보인 박경국 전 안전행정부 1차관은 주로 충북에서 거의 대부분의 공직 경력을 채운 직업공무원 출신인데, 그가 안행부 1차관을 지낸 시기는 2014년 2월부터 11월까지였다.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에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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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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