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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이석연을 띄우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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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이석연을 띄우는 이유는?

[김종배의 '뉴스진맥'] 이석연이 박원순 대항마?

이석연 전 법제처장의 서울시장 출마를 보도하는 언론의 접근법이 다릅니다.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한국일보'는 한 줄 걸치기만 했습니다.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후보 선출과 관련해 눈치작전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외부 인사로는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최종 영입대상에 올랐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경향신문'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나라당이 강지원 변호사를 삼고초려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강 변호사와 더불어 이석연 전 법제처장도 접촉 중이다"고 전했습니다. 이게 끝입니다.

한데 다릅니다. '조선일보'는 두 신문과는 확연히 다른 보도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했다는 소식을 1면에 전진배치한 데 이어 4면에 인터뷰 기사와 분석기사를 실었습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의 출마에 상당한 무게를 둔 겁니다.

▲ 이석연 전 법제처장 ⓒ뉴시스
왜일까요? '조선일보'는 왜 두 신문과 달리 이석연 전 법제처장에 관심을 보인 걸까요? 일단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팩트의 차이입니다.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의 취재결과가 '설' 또는 '전언'에 머물러 있는 반면 '조선일보'는 '최종 확인'을 거친 것입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인터뷰를 해서 그의 속내를 직접 들은 것이죠. 이 같은 차이가 기사 처리 방식의 차이를 낳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관점의 차이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이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대수롭지 않은 인물로 바라본 반면 '조선일보'는 다른 무엇에 주목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것입니다.

똑같습니다. '조선일보'가 전하고 부각시킨 '이석연의 길'이 '박원순의 길'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습니다.

먼저 출마 방식.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그랬답니다. "한나라당에 입당해 경선에 나서는 문제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라며 "건전 시민세력과 함께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 시민들의 평가를 받아볼 생각"이라고 했답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의 이 같은 구상은 박원순 변호사가 택한 출마 방식과 완전히 똑같습니다. 이른바 '시민후보'가 되어 한나라당 내부 경선을 거친 후보와 단일화 경선을 하겠다는 점에서 100% 일치합니다.

다음은 걸어온 길. '조선일보'가 정리했습니다. 두 사람의 뿌리가 똑같이 시민운동이고, 변호사 출신이라는 점도 같다고 했습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경실련에서, 박원순 변호사가 참여연대에서 시민운동을 했는데 2000년 총선 때 박원순 변호사가 주도한 낙천·낙선운동에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반대하면서 두 사람의 길이 갈리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두 사람이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보수와 진보 노선으로 나뉘었다는 겁니다.

이렇게 뜯어보고 나니까 궁금해집니다. '조선일보'가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띄운 의도가 더욱 궁금해집니다.

상업성을 고려했기 때문일까요?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박원순 변호사의 '같은 뿌리 다른 길'이 독자들의 흥미를 돋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여서 일부러 키운 걸까요?

아니면 전략적 고려를 했기 때문일까요?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손자의 말을 교본 삼아 박원순 변호사를 '잘 아는'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의도적으로 키우는 것일까요? '같은 뿌리'를 가진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내세워야 박원순 변호사의 '뿌리'를 들춰낼 수 있고, '오른쪽 길'을 택한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내세워야 박원순 변호사의 '왼쪽 길'을 공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걸까요?

'조선일보'의 의도가 무엇이든 그것에 부응하기엔 이석연 전 법제처장의 체급이 낮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래도 지켜볼 필요는 있습니다. 체급이야 보수언론의 '영양식' 집단공급을 통해 인위적으로 끌어올릴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박원순 변호사를 향해 쏟아낼 말, 말, 말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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