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지나면서 서울시장 재보선 상황이 조금씩 더 명확해지고 있다. 13일, '불임정당' 위험에 처한 민주당 중진들로부터 출마 압박을 받아온 한명숙 전 총리는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박원순 변호사는 이날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회동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입장일 뿐이다. 김황식 총리 영입도, 깜짝 카드 영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에선 천정배만 고군분투?
한 전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백원우 민주당 의원이 대독한 '서울시장 보선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 자료를 통해 "당 안팎의 많은 분들과 상의하고 여러 날 고심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이 지금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은 정치권의 변화와 2012년의 정권교체"라며 "앞으로 민주당의 혁신, 야권과 시민사회의 통합, 2012년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 10여 명으로부터 출마 요청을 받았던 한 전 총리는 이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박원순 변호사와 만나 '단일화'를 약속한 바 있다.
한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재판도 진행 중이고 여러가지 사정상 애초부터 출마 생각이 크진 않았다"면서 "대안이 없을 경우는 어떻게 하나 고민이 있긴 했지만 이제 (박 변호사 출마로) 상황도 괜찮아 홀가분해진 것도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내에선 '한명숙 불출마 시 출마 검토'라는 포지션을 가진 인사들이 없지 않았지만, 한 전 총리가 불출마했다고 해서 이들이 출마를 선택할 가능성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배수의 진을 친 천정배 최고위원은 여러 일정을 소화하며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손-박 회동, 입당 권유엔 "국민 생각은 변화 요구"
공교롭게도 한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 직후,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박원순 변호사가 민주당사에서 회동했다.
손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서울시장 선거는 야권 통합의 중요한 출발점이자 시금석이며, 내년 총선과 대선의 출발점"이라며 "민주당의 문이 활짝 열려있다"고 우회적으로 박 변호사의 입당을 권유했다.
이에 박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라든가 새로운 정부를 바라는 국민의 요구가 너무나 깊다"면서도 "당연히 야권과 시민사회 통합 후보로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히 그 길로 갈 것"이라고만 답했다.
박 변호사는 "다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나 저를 통해 드러난 국민의 생각은 현재의 정당 질서가 아닌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출마 권유를 완곡하게 거절했다.
그는 "조금 더 혁신과 통합이 이뤄지고 그런 과정에서 저도 역할을 하고 일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손 대표는 "민주당은 야권통합의 제1당이자 민주진보 진영의 종가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정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도 정치가 없을 수는 없는 만큼 정치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사명감을 갖고 서울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누가 됐든 민주당이 앞장서서 통합을 이뤄낼 것이다. 좋은 후보, 이기는 후보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도 이날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박 변호사가 민주당에 입당 안하겠다고 이야기한 적 없다"며 "정치에서 모든 가능성은 다 열려있다"라고 박 변호사의 입당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박 변호사 측에선 "지금 민주당 입당은 어렵다. 물론 통합 야당이 구성된다거나 하면 또 모르는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들린다.
박원순, 사무실 준비하랴 캠프 꾸리랴 눈코뜰새 없어
박 변호사 측은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는 후문이다.
박 변호사는 지난 9일 아름다운 재단, 아름다운 가게, 희망제작소를 차례로 방문해 이사직 등 관련 직책을 사임했다. 1995년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맡아 시민운동에 몸 담은 지 16년 만에 시민단체 직함을 모두 내놓은 것이다.
그는 연휴 첫날인 지난 11일에는 수해를 당했던 서울 남태령 전원마을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박 변호사 측은 현재 캠프 구성에 여념이 없다. 선거대책본부 격이 될 사무실은 시민운동의 상징성이 강한 종로 모처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할 몇 몇 인사들은 결정이 됐지만 "아직 멀었다. 선거를 해 본 사람, 허리 역할을 할 사람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일부 언론에선 "박 변호사가 14일 출마선언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박 변호사측 인사들은 "오래 끌고 갈 수야 없지만, 14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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