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계산이 나왔다. '중앙일보'가 전한 내용이다. 주민투표 투표율 예측조사 결과 투표장에 반드시 가겠다고 응답한 사람 가운데 한나라당 지지층은 65%였다고 한다. 이들 외에도 무당파층이 25%, 야당 지지층이 10% 안팎 있었다고 한다. '조선일보'도 비슷한 내용을 전했다. 주민투표 다음날인 25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민주당 지지층의 10.4%도 투표했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총투표수 215만여 표 가운데 75만여 표는 한나라당 지지표도, 오세훈 시장 지지표도 아니다. 다시 말해 주민투표에 참가한 한나라당 표는 140만여 표로 지난해 지방선거 때 오세훈 시장이 얻은 표보다 무려 33%가 빠진 것이다. '사실상의 승리'가 아니라 '참담한 패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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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떨까? 이 계산법에 근거하면 10월 26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의 승리는 무난한 걸까? 이 또한 아니다.
무당파층 25%를 주목해야 한다. 이들이 야당의 주민투표 불참운동에도 불구하고 '투표 필참' 태도를 보였다는 점은 야당에겐 경고음이다. 경우에 따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기에 경고음이다.
그리고 또 하나, 주민투표에 참가한 한나라당 고정표 140만여 표가 갖는 역의 가능성도 주목해야 한다. 주민투표에 참가한 한나라당 고정표가 적었다는 얘기는 거꾸로 확장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는 얘기가 된다. 한나라당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낼 경우, 그리고 보수층이 주민투표 패배에 따른 반격투표에 나설 경우 보수표의 확장력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이 두 가지 가능성이 현실이 되면 모른다. 야당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야당의 계산법 또한 '엿장수 계산법'이다. 주민투표에서 이겼으니까 보궐선거에서도 응당 이길 것이라는 셈법은 아전인수식의 단순 계산법이다.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 야당이 제 손으로 감표 요인을 만드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기에 더더욱 경계해야 한다.
야당이 김치국부터 마시면서 분열하는 경우다. 당별로 후보를 내놓고 멱살잡이 하다가 결국 분열된 상태로 선거를 치르는 경우다.
그리고 또 하나, 체급과 내공이 떨어지는 후보를 내세우는 경우다. 설령 야당이 후보단일화를 이룬다 해도 한나라당 후보에 비해 인물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를 내세우는 경우다.
이 두 가지 경우 중 어느 하나라도 현실화 되면 오세훈 시장이 겪은 것과 똑같은 '참담한 패배'를 야당이 맞이할 수 있다.
막연한 우려가 아니다. 야당 앞엔 악재 하나가 가로놓여 있다. 일정이다. 10월 26일 보궐선거까지 남겨진 시간은 딱 두 달이다. 이 짧은 기간에 자기 당 후보를 정리하고, 다른 후보와의 단일화를 모색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민주당의 경우 자천타천 거론되는 후보만 줄잡아 10명 가까이 된다. 본선 치르기도 전에 예산 치르다 시간을 다 허비하는 우를 범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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