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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벌써…'포스트 오세훈'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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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벌써…'포스트 오세훈'은 누구?

[전망] 나경원? 이인영? 박영선?…"보궐선거, 단정하긴 이르다"

"사실 서울시 보궐선거를 할 거라고 누가 예측했겠나."

정치권의 시선은 이미 '패잔병' 오세훈 서울시장을 넘어 '보궐 선거'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유효 투표율 33.3%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오세훈 시장의 사퇴가 기정사실이 됐기 때문이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은 정치권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떠난 이들보다 새로 들 가능성이 높은 사람 이야기로 화제는 쉽게 옮겨간다. 더욱이 대선주자로 가는 길목이라 불리는 서울시장 자리 아닌가.

엄청난 국민세금을 들여 벌인 주민투표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투표함조차 열어보지 못하고 무릎을 꿇으면서 전임 시장의 '쓸쓸한' 퇴장이 보선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벌써부터 후보군의 이름도 거론된다.

정치권에서는 "아무래도 야당이 유리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다수였지만, 정치평론가들은 "단정하긴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상 '공개투표'에서 투표소 간 25.7%가 의미하는 것

▲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투표함조차 열어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투표율은 유효 투표율 33.3%를 넘기지 못했다. ⓒ연합뉴스
"야권이 유리하리라 단정하긴 어렵다"는 주장은 주민투표 무산이 보수층의 결집을 보다 견고하게 만들 것이라는 예측에서 기반한다. 10월 재보선이 치러질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 '대형 보선'이라는 점에서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동하겠지만, 그 동력은 패배한 쪽이 더 강할 수 있다는 것.

시사평론가 김종배 씨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한명숙 후보가 왜 졌겠냐"고 되물었다. 김종배 씨는 "당시는 야권이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선거였음에도 졌다"며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후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33.3%를 넘지는 못했지만 야권의 당초 예상보다 높았던 주민투표 투표율은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투표 하루 전날만 하더라도 민주당 관계자들은 "아무리 강남이라도 자기 호주머니에서 돈 나가는 건 싫어한다"며 "투표율이 20%에도 못 미칠 것"이라 예측했었다. 그러나 실제 투표율은 이런 예측을 다소 민망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야권이 적극적으로 '불참 운동'을 벌인 속에서 진행된 이번 주민투표의 투표율은 고스란히 한나라당의 지지층으로 봐도 무방하다. 투표소 곳곳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좋아서가 아니라 민주당이 얄미워서 투표한다"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러 나간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심정적으로 한나라당에 정당 귀속감이 있는 사람들이 투표소에 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민투표에서 지면 한나라당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데 위기감을 느낀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도 "거의 공개투표처럼 된 이번 주민투표에서 투표율 25%가 됐다는 것은 중도층도 '야당이 심했다'는 생각이 있는 것"이라며 "보궐 선거에서 야당이 이긴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오세훈 시장의 사퇴를 계속 압박하면 오히려 역풍이 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10월 재보선, 이미 'KO승' 거둔 야권이 유리하다"

야권에서는 아직 장밋빛 전망이 다수를 이룬다. 우상호 전 민주당 의원은 "4월 총선 때 서울시장 선거를 같이 치른다면 오히려 민주당에 더 유리하겠지만 10월 보궐 선거도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우상호 전 의원은 "주민투표 참여자의 25~30%는 오세훈 시장에게 반대 의사를 피력하기 위해 투표한 것으로 중도층 중에는 '투표는 민주주의의 기본인데 왜 불참하냐'는 사람들도 꽤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 전 의원은 "기본적으로 보선은 인물 대결과 구도 싸움이 되겠지만 국민 세금을 들여 시장 선거를 다시 하게 만든 데 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보수층이 결집하겠지만 10월 재보선은 한나라당이 '패닉'에 빠진 상태에서 치르게 될 것이기 때문에 야권이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한나라당은 모든 조직을 총동원한 주민투표에서 패배하면서 조직의 한계를 드러냈고 담론 투쟁에서도 '반(反) 복지' 세력으로 몰려 칼자루가 아니라 칼끝을 쥐고 있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도 투표 전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투표해서 (오세훈 시장을) 이기면 판정승이지만 투표율이 미달되면 KO승"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특히 야당에서는 인물에서도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감지된다. 한나라당에서 재보선 후보로 거론되는 나경원 의원, 원희룡 의원 등에 비해 민주당 후보군인 이인영 최고위원, 박영선 의원, 이계안 전 의원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본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미 강금실 전 장관, 한명숙 전 총리의 이름도 나오고 있다.

"오세훈, 사퇴 미루면 완전히 죽는다"

한나라당이 보선 시기를 내년 4월로 어떻게든 미루고자 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 탓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직'을 걸고 배수진을 치자, 한나라당에서는 "투표 결과와 별도로 시장직 사퇴는 최고위에서 논의해야 한다", "사퇴하더라도 10월 재보선은 안 된다" 등의 온갖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투표율 상승세가 둔화되던 이날 오후 일찌감치 "민주당이 힘껏 반대하는 상황 속에서도 25% 투표율을 넘으면 내년 총선에서 청신호가 켜진 것"이라며 의미 부여에 나서기도 했다.

물론 오세훈 시장이 10월 보선을 위한 사퇴 시한인 9월 말을 넘기도록 이런 상황을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대선 후보 하고 싶어서 이런 상황까지 벌인 사람이 사퇴마저 자꾸 뒤로 미루면 완전히 죽는다"고 잘라 말했다. 던질 거면 빨리 던지는 것이 본인의 '환생'을 위해서도 좋다는 얘기다.

▲물론 오세훈 시장이 10월 보선을 위한 사퇴 시한인 9월 말을 넘기도록 이런 상황을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합뉴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오세훈 시장의 스타일상 며칠 내로 시장직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래야만 오세훈 시장이 잠재적 대선주자 가운데서도 '친이계의 황태자'로 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팔을 내놓으라면 팔을, 눈을 내놓으라면 눈을 주겠다"던 손학규, 서울시장 재보선에선?

다가올 서울시장 보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야권연대다. 야권단일정당을 주장하는 민주당과 '민주당과는 연대가 최대치'라는 진보정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까지 변수는 있다. 진보정당의 통합 성사 여부, 그리고 국민참여당의 합류 여부가 그것이다.

그럼에도 "서울시장 보선이 야권연대 혹은 통합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연말 전까지는 당 대표직을 내놓아야 하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대통합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손 대표는 최근 "민주당이 헌신해야할 때 팔을 내놓으라고 하면 팔을 내놓고 눈을 내놓으라고 하면 눈을 내놓겠다"고까지 얘기한 바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손 대표가 그동안의 언사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다수다. 한 의원은 "지자체장 선거에서의 연대는 어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신창현 부대변인은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통합 변수를 놓고 서울시장 재보선을 얘기하긴 어렵다"면서도 "야권연대의 기본 틀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며 민주당의 태도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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