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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호, 2003년 목숨 잃은 김주익·곽재규 "난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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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조남호, 2003년 목숨 잃은 김주익·곽재규 "난 몰라"

한나라 의원들조차 "한진, 법도 어기고 국민정서법도 어겨"

정동영 : 사진 속 이 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
조남호 : 잘 모르겠습니다.
정동영 : 2003년 정리해고를 철회하라고 85호 크레인에서 넉달을 버티다가 자기 밥통을 올려주던 밥줄에 목을 멘 김주익 지회장입니다. 그럼 이 사람은 누굽니까?
조남호 : 모릅니다.
정동영 : 곽재규 조합원입니다. 김주익 지회장이 목을 멨을 때, 그래도 회사가 끄떡이 없을 때, 죄책감을 느끼고 절망해 도크에 몸을 던진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람도 모릅니까?
조남호 : 네.
정동영 : 1991년 한진중공업 노조 위원장입니다. 감옥에서 나온 뒤 의문의 타살을 당한 사람입니다. 이 사람들 장례식에는 한 번이라도 가봤습니까?
조남호 : 안 갔습니다.
정동영 : 유족들에게 한 번이라고 사과한 적 있습니까?
조남호 : 없었습니다.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을 몰아붙이던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이 사람들이 원래 죽을 운명이었습니까. 증인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아이들의 아빠로 살아 있을 사람들입니다. 증인이 오늘 이 자리에 나온 이유입니다"라고 말하다 잠시 숨을 골랐다.

2003년 김주익, 곽재규 두 사람의 합동 장례식 영상을 청문회장에서 튼 이후였다. 현재 220일 넘게 85호 크레인에서 고공 농성을 하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그 동영상 속에서 울음 가득한 목소리로 추모사를 읽어내려가고 있었다. 당시 사태는 아직도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마음 속에 상처로 남아 있지만 조남호 회장은 그들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장으로, 회장으로가 아니라 인간으로 어떻게 생각하냐"는 정동영 의원의 말에 조 회장은 "당시 상황을 본인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조 회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태 발생 9개월 여 만에 드디어 국회에 출석한 조 회장은 정리해고 철회는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현재는 모두가 같이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비해고자 1400여 명부터 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리해고자 명단 발표 다음날의 '배당 잔치'나 임원들의 임금 인상, 다른 조선회사에 비해 2배가 높은 영업이익율, 수빅조선소의 대규모 수주 등의 "안방에서 불이 나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는데 옆방에서 갈비든 라면이든 먹으면서 잔치를 벌인 것으로 국민정서상 납득될 수 없는 상황"(손범규 한나라당 의원)을 지적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똑같은 입장만 되풀이할 거면 국회 청문회 자리에는 뭐하러 나왔냐. (사태 해결을 위해 회사에서도) 조금 더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정진섭 한나라당 의원)는 질타에도 조 회장은 말이 없었다.

어렵사리 열린 한진중공업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부당성을 지적했다. 참고인으로 채택된 김진숙 지도위원은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조남호 "비해고자 1400명부터 살려야…정리해고 철회는 불가능"

조남호 회장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었다.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면 "본인의 불찰로 이런 문제를 야기시킨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러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특히 노사 대립 와중에도 계속 해외에 체류하고 해외 출장 중이라면서 국내에 있었던 사실이 드러난 데 대해서는 "본의 아니게 불필요한 오해와 심려를 끼친 점을 사과한다"고 조 회장은 말했다.

그러나 정리해고의 정당성은 굽히지 않았다. 조 회장은 "현재 영도조선소에 남아 있는 수주 선박 수나 전세계적인 조선산업의 시황을 감안할 때 어쩔 수 없었다"고 되풀이했다.

조 회장은 "주주에게 배당한 것은 174억 원이 아니라 24억 원이고 현금 배당액 52억 원도 작년에 흑자를 낸 4개 계열사의 배당 액수이며 적자가 난 한진중공업 배당액수는 1원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미경 민주당 의원은 "주식배당은 싯가로 계산할 수 있는 것으로 174억 원이 맞다"고 반박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이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한진重, 2010년 수주한 31척 중 19척은 영도에서 건조 가능했다"

환노위 의원들은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이미경 의원은 "2009년 3월부터 올해까지 3년 간 현금배당액은 440억 원으로 이 돈이면 정리해고자 94명에게 10년 동안 월급을 주고도 남는 돈"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영도조선소의 영업이익율은 13%로 다른 조선업종 평균 6%에 비해 2배 이상 높다"며 "수주 실적만 하더라도 수빅조선소와 영도조선소의 수주 영업팀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수빅조선소만 31척을 가져간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한진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조선 기술이 가장 앞선 회사였음에도 같은 경제위기 시기에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다른 회사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데 한진만 무리하게 해외투자를 결정해 경영에서 실패한 것"이라며 경영진의 책임을 지적했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도 "한진중공업은 부산지노위 구제신청 사건 심리 과정에서 2010년 상반기 필리핀 수빅에 수주한 23척 중 11척, 하반기에 수주한 8척은 영도에서 제작이 가능하다고 스스로 얘기해놓고도 제작 가능한 19척 가운데 한 척도 영도조선소로 보내지 않았다"며 "정리해고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최후의, 최소한의 수단인데 조남호 회장은 수단과 목적을 헷갈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도 "퇴직자 학자금 지원, 지역 발전자금? 그 돈이면 정리해고 철회하라"

한나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은 STX와 비교해 한진중공업의 경영 철학을 문제 삼았다. "STX는 2009년 1557억 원의 적자를 봤지만 한 명도 정리해고를 하지 않았고 노사가 단합한 결과 2010년에는 754억 흑자를 만들어냈다. 반면 한진중공업은 2009년까지 계속 흑자를 냈음에도 2010년 단 한 번 517억 원 단기 순손실을 봤다고 그 이후 2년 동안 3000명을 해고했는데 이것이 과연 정당하냐"는 지적이었다.

장 의원은 "둘의 경영 철학이 이처럼 다르다"며 "무조건 사람을 자르는 것이 한진중공업의 경영 철학이냐"고 비판했다.

손범규 의원은 "법원이나 지방노동위원회가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가 합법이라고 이미 했음에도 오늘 어느 누구도 증인의 입장을 두둔하지 않는 이유는 증인이 이성보다 앞서는 감성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 의원은 "또 최대 주주로 실질적 지배자인 사람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 자세를 보이지 않고 외국 출장이다 뭐다 하면서 안 나타나더니 알고 보니 국내에 있으면서도 국회에 나오지 않은 것은 심지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실정법 위반"이라고 몰아세웠다.

손 의원은 "지난 번 기자회견에서 퇴직 근로자 자녀들을 대학 졸업때까지 학자금을 대주고 원하면 해고자들에게 위로금도 주고, 지역 발전자금을 대겠다고 하던데 그것을 다 하려면 수백 억이 든다"며 "그런 돈이 있으면 정리해고를 안 하면 되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진섭 한나라당 의원은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이 제안하는 해결책은 조남호 회장은 왜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냐"며 "똑같은 얘기만 반복하려면 뭐하러 청문회에 나오냐"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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