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며 '공생발전'을 내건 것도 낯설고, 한나라당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 대한 공청회'에서 대기업의 탐욕을 비난하며 전경련 해체까지 요구한 것도 낯설다.
이쯤 되면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걸고 부자감세를 실행하려 했던 이명박 정권의 어제를 되돌아보면 오늘의 모습은 천지개벽에 가까우리만치 극적이다. 그래서 낯설다.
괜찮다. 비록 변신이 극적이라 해도 그 방향이 옳다면 뭐라 탓할 필요가 없다. 굳이 어제를 들춰 오늘을 재단할 필요가 없다. 한데 께름칙하다. 이명박 정권의 극적인 반전이 전향적인 모습으로 비쳐지는 게 아니라 정략적인 모습으로 비쳐진다. 그래서 경계한다.
2007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파죽지세의 기세로 대선판을 휘저었다. '잃어버린 10년'을 운위하면서 분실물 영순위로 민생을 꼽았다. 지난 10년 동안 양극화가 심화되고 민생은 도탄에 빠졌다며 그 책임을 김대중·노무현 정권에게로 돌렸다. 할 말이 없었다. 당시 여권은 '경제 대통령' 이명박 후보의 위세에 눌려 힘 한 번 쓰지 못했고, 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다섯 번의 대선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남겼다.
어떻게 될까? 내년 대선(총선 포함)에서도 이런 판이 짜이면 어떻게 될까? 이명박 정권 들어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졌다는 국민의 불만이 정권 심판으로 이어지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묻는 게 바보 같은 짓이다.
이명박 정권의 대기업 때리기는 이런 상황이 도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책인지 모른다. 정권 책임론을 희석시키기 위한 '동네북' 매달기인지 모른다. 국민으로 하여금 '동네북'을 두드리게 함으로써 정권을 향해 분출될 불만과 분노를 희석시키려는 것인지 모른다. '동네북' 소리를 이명박 정권의 '친서민' 구호로 변주하려는 것인지 모른다.
집권 여당의 대기업 때리기는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인지 모른다. 야권이 재벌개혁 또는 시장개혁을 무기 삼아 대선판에서 우위를 점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인지 모른다. 복지담론에 한 발 걸쳐 야권의 '독점이윤'을 방지한 것처럼 재벌개혁 또는 시장개혁 담론에 '알박기'를 하려는 것인지 모른다.
▲ 8.15 경축사를 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
그러면 결정된다. 여권이 수용하고 동참한다면 재벌개혁 또는 시장개혁에 가속도를 붙이게 되고, 여권이 거부한다면 '동네북' 소리가 빈소리임을 만천하에 알리게 된다.
야권으로선 밑질 것 없는 꽃놀이패이건만 패를 만지작거리는 거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여권의 '동네북' 때리기에 추임새를 넣으며 '광' 팔려는 어지러운 행보만 그을 뿐….
* 이 글은 '미디어토씨'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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