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공생 발전'을 주창했다. 지난 해 광복절에 제기했던 '공정한 사회'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개념이다. 공정사회론에 대해선 인사 난맥상, 각종 비리 등이 터져나오면서 "명실이 상부하지 못하다"는 역풍이 불었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지난 해 주창한 공정사회론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비전들이 아직 현실에서 확고하게 뿌리 내리고 있지는 못하다.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지적도 잘 듣고 있다"면서도 "'녹색성장', '친서민 중도실용', '공정사회'는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발전의 양' 못지않게 '발전의 질'이 중요하다"면서 "이것이 바로 '공생 발전(Ecosystemic development)"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미 FTA 되면 GDP 5.7% 늘고 일자리 35만개 생긴다더라"
이 대통령은 이날도 'G20'을 강조했다. 그는 "G7은 부자 나라들만이 모인 회의였다. '강자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를 대변한 체제였다"면서 "G20은 선진국과 신흥국, 저발전국, 그리고 5대륙이 골고루 모두 모여 '함께 문제를 푸는 세계'를 상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금년 상반기에 고용의 질이 좋은 상용직 일자리가 60만개가 늘었다"면서 "어렵다고 하지만 우리 실업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저 수준이고, 청년 실업률은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낮다. 8년 만에 소득 양극화 추세가 꺾여 완화되고 있고, 중산층 비율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인간애' '공정' '삶의 질' 등의 덕목을 강조하면서도 "정치권의 경쟁적인 복지 포퓰리즘이 국가 부도 사태를 낳은 국가들의 전철을 우리는 밟아서는 안 된다"면서 "잘 사는 사람들에게까지 복지를 제공하느라, 어려운 이들에게 돌아갈 복지를 제대로 못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며 보편적 복지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제 임기가 끝나는 2013년까지 가능하다면 균형 재정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면서도 감세 철회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이 대통령은 "미국과의 FTA가 비준되면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FTA의 허브 국가가 될 것"이라면서 "한미 FTA가 GDP 5.7% 성장과 35만 개 일자리를 가져온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며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았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4% 선으로 전망되는 수준에서, 한 미FTA를 과잉 홍보한다는 비판도 뒤따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경제 문제에 대해 경축사의 대부분을 할애한 이 대통령은 북한과 일본에 대한 메시지는 간략하게 제시하는데 그쳤다.
그는 "통일은 겨레의 소원이다. 광복의 완성이다"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책임 있는 행동과
진정한 자세로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도발을 통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남과 북이 신뢰를 바탕으로 평화를 이루고, 서로 협력하여 번영의 길로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을 향해서도 "우리는 미래를 위해 불행했던 과거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지만 지난 역사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면서 "일본은 미래세대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칠 책임이 있다"고만 말했다. 독도나 동해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공정사회' 안 먹혔는데 '공생발전'은 뜰까?
이날 이 대통령이 주창한 '공생발전'은 최근 <조선일보>가 제기하고 있는 '자본주의 4.0' 개념과 맞물리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날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소외된 계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최근의 '자본주의 4.0' 움직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공정사회론에 대해선 오히려 역풍이 적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각종 비리, 양극화 심화, 인사청문회에서 나타난 현 정부 핵심 인사들의 몰도덕적 행보 등을 대면한 국민들은 "이것이 공정사회냐"고 분개했다는 것.
최근 인사청문회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난 가운데 과연 공정사회와 어감조차 비슷한 공생발전론이 호응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힘들다 힘들다 하지만 OECD에서 우리가 제일 낫다"는 식의 현실인식을 노출했다. 역풍의 소지는 여전하다는 말이다.
또한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북, 대일 메시지가 너무 단순했다는 점에 대한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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