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북콘서트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양정철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친(親)노무현 성향의 인사들이 게스트로 출연한다. 문 이사장은 내달 부산에서도 북콘서트를 가질 계획이다.
▲ 26일 4년 만에 국회를 찾은 문재인 이사장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뉴시스 |
29일부터 이틀간 있을 북콘서트에서도 향후 정치 행보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자리의 성격상 맞지도 않다.
문 이사장의 '애매모호한 행보'를 놓고 두 가지 해석이 존재한다. 우선, 본인이 여러 차례 밝혔듯이 정치할 마음이 크게 없기 때문이다. 문 이사장 본인의 권력 의지는 크지 않지만 주변 상황이 그를 자꾸 정치 쪽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 스스로 "나는 당신(노 전 대통령)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고 책 제일 마지막에서 밝혔던 것처럼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의 억울한 죽음, 자신이 나서기를 바라는 친노세력(가장 직접적으로는 부산 친노그룹), 지지부진한 야권 상황 등 오히려 외부 조건이 그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가 아니었다면, 평생 '인권변호사'로 지냈을 것 같은 문 이사장의 현재 위치는 남편의 죽음이 아니었다면 평생 정치인 남편을 외조하며 살았을 필리핀의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과 유사하다. 아키노 전 대통령은 남편 아시노 아키노가 마르코스 정권에 의해 피살되자 1986년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남편의 피살 전까지 아키노 전 대통령은 정치적 경력이 전무했다. 현재 문재인 이사장이 정치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적자'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후자는 최대한 정치 참여 선언 시기를 늦추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정치 참여를 선언하는 순간, 여당과 여론의 검증이 본격화될 것이므로 최대한 '진지'를 구축하고, 상대편 진영의 구도를 파악한 뒤 뛰어들어도 늦을 게 없다는 것.
어쨌든 분명한 것은 문 이사장에 대한 지지도가 올라감에 따라 기대와 요구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28일 한진중공업 문제로 20일 가까이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가 "부산의 일인만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같은 분들이 적극적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힌 것도 이를 보여준다. 실제 문 이사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느냐와는 별개로 정치 일선에 나설 경우, 한진중공업 문제에 어떻게 대응했느냐가 잣대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노무현 정부가 집권당시 노동문제에 기대에 못미치는 대응을 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문 이사장은 <운명>에서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참여정부 초기 그 같은 정부와 노동계의 충돌(화물연대 파업을 말한다. 편집자)로 노정관계는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진 면이 있었다. 노동계가 참여정부에 대한 기대 때문에 처음부터 서두르거나 과욕을 부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는 노동계의 높은 기대를 참여정부가 감당 못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노동 분야에 있어서 참여정부 개혁을 촉진한 게 아니라, 거꾸로 개혁역량을 손상시킨 측면이 크다고 생각한다." (261-262쪽)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권변호사 시절 김진숙 지도위원의 변호를 맡았었다. 부산에서 처음 변호사 개업을 할 때부터 '동업자'였던 문재인 이사장도 고(故) 김주익 씨의 생전에 변호를 맡았었다. 김주익 씨는 지난 2003년 현재 김진숙 위원이 고공농성 중인 85호 크레인에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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