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 놓고 '바터'를 한다?
이율배반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동병상련이라고 해야 하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모두 위장전입 때문에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한나라당은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의 위장전입이 골칫거리이고 민주당은 자신들이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위장전입이 골칫거리이다. 자, 이 난감한 '시츄에이션'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동아일보'는 '바터(교환)' 가능성을 점쳤다. "(민주당) 지도부가 두 후보자 처리 문제를 한나라당과 '바터'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당내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꽤 그럴듯한 관측이다. 두 당 모두 두통거리를 치워버리고, 두 당 모두 비토에 따른 정치적 타격을 입지 않는다는 점에서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단서가 따른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려면 '등가교환'이라는 걸 당 안팎에서 추인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 단지 '부도덕 야합'이라는 비난 때문만이 아니다. 더 크고 중한 정치적 이유가 있다.
검찰총장은 총선과 대선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내년 한 해의 정국 풍향을 좌우하는 사람이다. 그가 행여 사정 칼을 뽑으면, 그가 행여 권력형 비리에 눈 감으면 선거 판도와 선거 민심이 달라진다. 따라서 누가 검찰총장 자리에 앉느냐 하는 문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에게 중대하고도 절실한 현안이다. 헌법재판관 자리도 나라 운영의 헌법적 기틀을 튼튼히 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검찰총장 자리에 못잖지만 당장의 정치적 이익을 기준 삼으면 아무래도 무게감은 떨어진다.
이렇게 보면 위장전입 때문에 '바터'를 하는 건 등가교환이 되지 못한다. 현상은 등가교환 같지만 실제론 민주당이 밑지고 파는 셈이다.
민주당이 부등가 교환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바터'를 하되 비토를 위한 '바터'를 하는 것이다. 살(조용환)을 주고 뼈(한상대)를 취하는 전략이다. 이건 소모적이다. 둘째, 우회공격을 하는 것이다. 위장전입이 아니라 다른 사안으로 한상대 후보자의 낙마를 끌어내는 것이다. 이건 생산적이다.
언론이 이미 보도했다. 병역면제 해명에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고, 이어서 서울 서빙고동에 10억과 13억짜리 아파트 두 채를 갖고 있다는 점을 보도했다.
지켜볼 일이다. 민주당이 이런 사안을 어떻게 공격용 실탄으로 갈고 닦는지, 민주당이 이미 불거진 사안 외에 어떤 히든카드를 갖고 있는지…. 그에 따라 정치적 소출의 크기가 달라진다.
손학규, 누구와 대화하나?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선을 그었다. "책임정당·수권정당으로서 민주당의 위상을 항상 염두에 두기 바란다"며 "강하지만 절제된 투쟁, 선명하지만 균형감을 잃지 않은 투쟁"을 강조했다. 가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진중공업 크레인 앞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정리해고와 강제진압을 막아야 한다는 정동영·천정배 최고위원 등의 요구를 거절한 것이다. '희망버스'에 올라타지도 않겠다고 했다. "희망버스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뒷받침되고 있기에 그 의미가 큰 것"이라며 불참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 치자. 민주당이 거리정당·노숙정당이 아닌데 항상 아스팔트 위를 누비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이것 하나만 짚자. 손학규 대표의 다른 말, 즉 "정리해고와 경찰의 강제진압, 사측의 용역동원을 반대한다"는 말과 "당 대표로 투쟁과 대화의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갈 것"이라는 말의 실현가능성만을 짚자.
손학규 대표의 말을 의역하자면, 시민의 자발적 참여 정기를 받아 대화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한데 문제가 있다. 대화 상대가 귀를 틀어막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마이웨이'를 외치고 있고, 조현오 경찰청장은 희망버스에 대한 강경진압을 되뇌이고 있다. 이런 판에 누구와 대화할 수 있을까? 정부와 여당? 하지만 이들은 '고액연봉' 타령하며 뒷짐지고 있다.
잘 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향하는 주된 이유는 대화를 하자는 것이다. 일방통행식 해고와 진압을 일단 멈추고 대화하자는 것이다. 손학규 대표가 강조하는 대화와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 직원들은?
삼성은 '오비이락'이라고 한다. 삼성노조가 설립신고필증을 교부받은 어제 노조 설립을 주도한 조장희 부위원장을 해고한 것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한다. 5월부터 조사에 들어갔단다.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보안점검을 5월부터 실시해 조장희 부위원장의 문제를 적발했단다. 그가 회사 경영기밀과 임직원들의 개인 신상정보를 외부로 빼돌린 점, 그리고 '대포차량'을 불법운행하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된 점을 찾아냈단다. 따라서 상관이 없단다. 조장희 부위원장에 대한 해고조치와 노조설립과는 무관하단다.
그래도 짚을 부분은 많다. 조장희 부위원장이 회사의 징계사유에 대해 강하게 항변하고 있는 만큼 징계사유의 적합성도 따져야 하고, 왜 '굳이' '하필' 보안점검을 노조설립 물밑움직임이 나타났음직한 5월부터 실시했을까 하는 의문점도 풀어야 한다. 하지만 관두자.
정말 중요한 문제는 회사 대 노조라는 대립구도가 아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삼성 직원들의 태도다. 결국은 이들의 태도와 움직임이 사내 분위기와 풍토를 결정짓는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삼성 직원들이 회사의 '무노조 경영' 방침에 부응해 '무관심 태도'를 또 다시 내보인다면 조장희 부위원장의 해고가 '부당'으로 판정 나도 그건 큰 의미를 획득하지 못한다.
* 이 글은 '미디어토씨'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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