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오후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에 내정했다.
한나라당이 이날 오전 의총에서 권재진 법무장관 카드에 대해 '수용' 쪽으로 가닥을 잡자 이같은 인선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TK장관-고대 총장 라인업 구축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권 후보자의 인선배경에 대해 "정책판단과 분석력, 대외조정력을 겸비했을 뿐 아니라 친화력과 온화한 성품을 바탕으로 검찰 내외로부터 실력과 신망을 인정받은 검찰 내 대표주자"라고 설명했다.
또 "법질서를 확립하고 공정사회 구현의지를 구체화해 선진일류국가로 진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상대 후보자에 대해선 "선이 굵고 강직한 검사로 정평이 났다"면서 "공사구분이 명확하고 수사에서도 강한 소신을 지키는 등 원칙주의자로 법조계 안팎에서 신망이 높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설명대로라면 두 사람은 흠잡을 곳 하나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김윤옥 여사와 각별한 관계인 권재진 후보자가 임명장을 받을 경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최초의 민정수석 출신 법무부 장관이 된다.
또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 검경 수사권 대립시 역할 부족 등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이도 적지 않다.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의 경우 권 후보자보다 논란이 적지만, 병역 면제 문제와 한 후보자의 친형인 한상기 씨와 이 대통령의 친분 등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두 사람 모두, 정치적인 문제와 별개로, 검찰 주변에선 '될 만한 사람'이라는 중평"이라면서 "검찰 쪽의 관점에서 보면 무리한 인사는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나라당 반발 일단은 '진압'했지만
애초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에서도 홍준표 대표를 제외한 최고위원 전원이 반대 의사를 표했고 소장파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높았다.
하지만 홍준표 대표가 청와대 회동을 전후해 "뭐가 문제냐"고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 대통령 직계가 "대통령 인사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반대파와 대립각을 세우자, 이날 의총에선 오히려 찬성 목소리가 높았다. 김두우 수석도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큰 반대는 없지 않았냐"고 말했다.
이로 인해 야당이 아무리 강력하게 반대하더라도 청문회에서 '새로운 건'이 터지지 않는 이상 권재진 내정자는 법무부 장관에 임명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하지만 논란이 이대로 잦아들긴 어려워 보인다. '불씨'는 살아있다. "5년 전 문재인은 안 된다면서 지금 권재진은 왜 괜찮냐"는 질문에 대한 한나라당의 답은 "검찰에서 인기가 좋다"는 것밖에 없다.
그리고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이날 의총 직후 "이 문제는 누가 적절하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다. 인사문제가 아니다"며 "국민이 '나를 무시하는구나' 할 때 민심이반이 생긴다. 결국 차곡차곡 쌓여서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 의원은 "정권 재창출이 우선순위이지 레임덕 방지가 어떻게 우선순위냐"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 그런 상황에서 정권재창출을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알고 있잖아"라고 까지 말했다.
권 후보자 내정에 대한 여론이 더 험악해 질 경우 청와대는 물론 당까지 큰 흠집이 날 수 있다는 우려다. 이같은 경우 책임론, 차별화론이 한층 더 강화될 것은 불문가지다.
신재민 전 차관 민정수석설?
게다가 다른 불씨도 남아있다. 청와대는 이날 민정수석 후임자를 발표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이날 "검찰 밖에서 민정수석을 고를 수도 있다"면서 "여권에서 정종복 전 한나라당 사무부총장,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 기용설이 들린다"고 보도했다.
김두우 수석은 "밖에서 그런 이야기가 들리는 것일 뿐"이라면서도 "검찰을 잘 아는 외부 인사를 기용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들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이상득 의원의 직계로 분류되는 인물이고 이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인 신 전 차관은 장관으로 내정됐다가 청문회에서 낙마했었다. TK에 고대 출신인 노환균 대구고검장을 기용하는 것 보다 더 큰 분란을 일으킬 수 있는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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