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대놓고 말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새 지도부와의 오찬간담회 자리에서 "법무장관으로 현 민정수석은 적절치 않다는 게 여당 의원 절대다수의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의 생각은 다릅니다.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청와대는 남경필 최고위원의 의견을 일부 소장파 의견 정도로만 본다"고 일축했다고 합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현상은 하나인데 진단은 왜 '절대다수'와 '일부'로 갈리는 걸까요? 어쩌면 이런 물음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현상을 진단한 반면 청와대는 현상 타개를 전망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청와대 오찬간담회 뉴스 말미에 이런 내용이 끼어있습니다. 홍준표 대표가 오찬간담회가 끝난 뒤 이명박 대통령과 40분간 독대했다는 내용입니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인선에 대해 깊은 얘기를 나눴다는 내용입니다.
홍준표 대표는 애당초 권재진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기용에 찬성했습니다.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는 검찰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총장이지 법무행정을 총괄하는 법무장관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런 홍준표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40분간 독대하며 '깊은 얘기'를 나눴다면 이제 행동으로 들어가지 않겠어요? 어떨까요? 홍준표 대표가 '권재진 법무' 카드에 반발하는 의원들을 진압하고 설득할 수 있을까요? 사무총장 인선 때처럼 밀어붙일 수 있을까요?
권재진 민정수석이 청문대에 서기 전에 홍준표 대표가 시험대에 먼저 올라갈 것 같습니다.
'트위스트' 추는 민주당
민주당이 트위스트를 추고 있습니다. 몸을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며 갈짓자 행보를 긋고 있습니다. '한국일보' 보도를 보면 그렇습니다.
민주당이 반값등록금 정책을 바꿨답니다. 국·공립대의 경우 내년부터 등록금을 절반 인하하되 사립대의 경우 내년부터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절반 인하하기로 했답니다. 지난달 7일 반값등록금 전면시행을 주장한 지 한 달여만에 정책을 바꾼 겁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민주당의 대학등록금 정책은 그동안 끊임없이 오락가락했습니다. 올해 1월 소득수준 하위 50% 계층에 한해 등록금을 차등지원하기로 했던 방침을 지난달 7일 반값등록금 전면시행으로 바꿨고, 지난 9일 '국·공립대 전면시행-사립대 단계적 시행'으로 선회했다가 사흘 뒤인 12일 다시 '모든 대학 동시시행'으로 원위치했다가 또 다시 '국·공립대 전면시행-사립대 단계적 시행'으로 바꿨습니다.
민주당의 죽 끓는 듯한 행보는 필연일지도 모릅니다. 중심 없이 시류에 영합하는 가벼운 체질의 발로일지도 모릅니다.
돌아보면 기점은 반값등록금 촛불시위였습니다. 손학규 대표가 이 촛불시위에 참석한 후 소득하위 50% 계층 지원 정책을 버리고 반값등록금 전면시행을 들고 나온 게 기점이었습니다. 준비된 것 하나 없이 촛불시위 현장의 분위기에 압도돼 덜컥 정책을 내놓은 게 두고두고 발목을 잡고 있는 것입니다. 이리 재면 재정이 걸리고, 저리 재면 대학 구조조정이 걸리는 걸 금세 알 수 있는데도 무턱대고 선심 한 번 쓰려다가 덫에 빠져버린 것입니다. 사립대 단계적 시행을 최종 당론으로 정하면 '배신'이라고 욕먹고, 모든 대학 전면시행을 최종 당론으로 정하면 '무대포'라고 욕먹는 진퇴양난의 덫에 빠져버린 것입니다.
한선교 제 발 저리나
▲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13일 오후 국회의장 해외순방 공식 수행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도청 논란'과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
법리가 궁금합니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로 한정돼 있는데요. 발언의 전 단계, 즉 불법도청물인 걸 알면서도 취득한 행위까지 면책특권 범위에 들어가는지 궁금하지만 논외로 하겠습니다. 여기서는 법리가 아닌 정치적 논리만 따지겠습니다.
한선교 의원의 주장엔 야릇한 대목이 하나 숨어있습니다. '제 발 저려 하는' 대목입니다. 한선교 의원이 취득한 녹취록이 불법도청물이 아니라면, 아니 그렇게 확신한다면 면책특권을 주장할 이유도, 경찰에 못 나갈 이유도 없습니다. 오히려 경찰에 나가 가서 떳떳이 밝히고 불필요한 논란을 조기에 끝낼 수 있도록 하는 게 낫습니다. 행여 '정보원 보호' 때문이라면 얼마든지 방법을 강구할 수 있습니다. 경찰의 수사에 협조하되 '정보원 보호'를 조건으로 달면 될 일입니다. 녹취록이 정말 불법도청물이 아니라면 '정보원'을 밝힌다고 해서 그가 처벌받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런데도 왜 한선교 의원은 한사코 경찰에 못 나간다고 버티는 걸까요?
한선교 의원은 지난달 25일 KBS '심야토론'에 나와 말했습니다. "누가 도청을 했다면, 만약 제가 도청을 했다면 처벌받아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당연한 말입니다. 국회의원은 법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그런 국회의원이 만든 법 가운데 하나가 통신비밀보호법입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통신비밀보호법을 어기고 도청을 한 사실을 알고 있다면 '처벌' 이전에 정치적으로 책임을 묻고 짊어지는 태도를 견지해야 합니다.
* 이 글은 '미디어토씨'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편집자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