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이 안희정 충남도지사에 대한 성폭력 폭로로 이어지며 충남까지 상륙한 가운데 인근 대전지역에도 번질 날이 멀지 않았다는 여성계의 반응이다.
5일 대전여성단체연합 주관으로 열린 ‘대전 #Metoo운동의 현실과 방향모색(긴급집담회)’에서 여성단체 대표들은 각 분야에서 겪은 이야기와 사례들을 공유하며 “대전지역에서도 ‘미투’ 선언을 하는 피해자들에게 힘이 돼 줄 수 있어야 한다. 2차 피해를 막아줄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희 대전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앞서 “미투 이후 우리사회가 변할 수 있을까? 희망을 가져도 될까? 반신반의 한 적이 있다”며 “대전지역의 성폭력, 성희롱 등에 관한 사례를 공유하고, 대전에서 이 운동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향후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 시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임원정규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발제에서 “권력형 성범죄는 폭로 이후 2차 피해가 문제다. 그동안 폭로가 더뎠던 이유는 (성추행·성폭력)에 대해 사회의 (크게 개의치 않는) 문화가 만연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진 패널들의 발언 중에서는 대전지역 내에서도 ‘미투’가 곧 이어질 수 있음을 짐작케 하는 사례들이 간접적으로 전해졌다.
박은숙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는 “올해 대한민국 연극제가 6월과 7월 대전에서 열린다. 최근 전국에서 드러나는 문화예술계의 폭로로 시민들의 연극제에 대한 혐오·기피현상이 나오면 어쩌나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전 역시 쉬운 말로 하면 ‘까면 안 나오겠느냐’는 말들이 나온다. 연극 등 문화계는 다른 공연예술 분야보다 신체접촉이 없을 수 없다. 많이 의심되는 실질적인 이야기들이 돌고 있다. 현실적으로 드러나고 있지 않을 뿐이다. 이 기회에 드러내고 찾아내야 한다. 지역이 더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현숙 대전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후 위계·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을 상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변화된 상담 양상을 설명했다.
이진희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도 “사회복지시설에서의 여성장애인과 아동, 노인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대전지역에서도 폭로해야 할 것이 몇 건 있지만, 공론화의 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진 사례 공유시간에서는 참석한 여성들의 직·간접적인 사례 발표가 있었다.
한 여성은 “초등학교시절 남자 선생님이 신체검사 시간에 가슴둘레를 재고, 뒤에서 앉아주었던 기억에 지금도 수치심이 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여성은 “초등학교 시절 친구가 짧은 치마를 입고 올 때면 어김없이 남자 담임이 무릎에 앉히고 손을 다리에 얹어 놓는 것을 보았다. 당시는 몰랐지만, 그것이 추행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고교시절 뒤에서 브래지어 끈을 당기던 선생님’ ‘겨드랑이 옆 부드러운 살을 꼬집던 선생님’ ‘직장 생활에서 불쾌감을 준 사람’ 등 사례 공유가 이어졌다.
한편, 5일부터 오는 9일까지 대전법원에서는 강제추행 및 성폭력 관련 재판이 14건 예정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6건은 새롭게 시작되는 재판, 5건은 속행, 3건은 선고공판이다.
한 시민은 “대전도 여전히 크고 작은 미투 운동이 일어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방증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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