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후면 6.13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전국단위 선거다. 자유한국당은 100일 뒤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겠다고 벼른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유한국당이 심판대에 오를 분위기다.
여권의 기저에는 '주류 교체론'이 흐른다.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화두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전에 펴낸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가장 강렬하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정치의 주류세력을 교체해야 한다는 역사적 당위성"이라며 "낡은 체제, 낡은 질서, 낡은 정치문화에 대한 대청산 이후 새로운 민주체제로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기조 아래서 '적폐청산'이 중단없이 진행돼 왔다.
'20년 집권론'이 이에 공명한다. 7선 이해찬 의원이 지난 1월 "네 번, 다섯 번 집권해야 정책이 정착된다"고 했다. 추미애 대표도 올해를 "대한민국 개혁 원년"으로 규정하며 "최소 20년 이상의 연속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을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이렇게 보면 여권의 지방선거 전략에는 단순히 집권 2년 차에 치러지는 중간평가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전임 대통령의 국정농단으로 인한 정부 유실 사태 속에 치러진 지난해 대선의 연장전이자 장기적 권력 접수전의 출발점이다.
정당체제의 변화가 수반돼야 20년 집권의 토대가 놓인다. 지난 2월 김민석 민주연구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촛불 이후 한국의 정치구도가 장기적으로는 1.5당 체제로 바뀔 것으로 본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분할하는 사실상의 양당 체제에서 탈피해 민주당이 중심정당으로 우뚝 서고 그 외 정당들이 주변화되는 구상이다.
이 공격적인 구상들의 현재적 타깃은 자유한국당이다. 116석을 보유한 자유한국당의 입법 비토권은 적어도 2년 간 유지된다. 지방선거 뒤 민주당이 민주평화당을 흡수하는 정계개편이 일어나도 현상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올해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자유한국당 몰락이냐 부활이냐의 방향성이 달라진다. 보수 개혁을 내건 바른미래당의 미래 역시 한국당 운명의 종속변수다. 따라서 다른 무엇보다 우선하는 이번 지방선거 최대 관전 포인트는 자유한국당의 운명이다.
한국당과 홍준표 운명은?
지난 2014년 치러진 6.4 지방선거는 17곳의 광역단체장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이 9곳,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이 8곳을 각각 승리해 무승부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속살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치와 행정의 모세혈관인 226곳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117곳을 쓸어담은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80곳에 그쳤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의 인천·경기, 강원, 영남, 충청권의 기초단체 다수가 여전히 한국당 수중에 있다. 한국당으로선 이번 선거가 방어전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국적 인물난을 겪고 있는 홍준표 대표는 광역단체장을 기준으로 "6곳+알파(α)"를 선거 목표로 내세우며 영남권 선거에 진퇴를 걸었다. 한국당과 홍준표 대표의 명운을 넘어 보수의 향배가 걸린 곳, 영남권 선거가 올해 지방선거의 핵심이다. 그러나 한국당의 '영남 텃밭'은 옛말이 됐다.
부산에선 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앞서 있다. 리얼미터가 국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10~11일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오 전 장관은 51.6%로, 한국당 서병수 시장(29.3%)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4%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김영춘 해수부 장관이 나설 가능성도 있다.
홍준표 대표가 재신임을 결부시킨 경남지사 선거도 녹록치 않아 보인다. 홍 대표가 측근인 윤한홍 의원을 여러차례 언급한 가운데, 민주당에선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김경수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현역의원들의 지방선거 출마를 만류하는 민주당 지도부도 김 의원의 출마는 예외로 두는 분위다. 영남 공략을 위한 필승 카드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방선거와 결부된 두 가지 이슈, 개헌과 대북 정책에서도 한국당은 수세적이다. 한국당은 6월 개헌론을 홀로 반대한다. 한국당의 반대로 여야 합의가 난망해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가 조만간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지방 분권에 초점을 둔 대통령 개헌안이 공론화되면 한국당 내부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북한 이슈도 한국당의 극우화를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북한의 평창 동계 올림픽 참가, 북한 대표단의 방남, 대북 특사단의 방북을 고리로 "주사파 정권" 공세를 펴고 있지만, 좀처럼 주도권을 행사하지는 못하고 있다. 색깔 공세에 그치는 반북 캠페인으로 선거 승리는 어림없다.
한국당은 5일 "<한국갤럽>이 한국당에 대해서만 유독 낮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며 갤럽 불신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언론 탓에 이어 이젠 여론조사기관 탓이다. 보수표가 결집하고 있어 실제 민심은 한국당에 우호적으로 돌아섰다는 게 자체 분석이다. 100일이 지난 6월 13일, 시비가 가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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