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LG텔레콤과 LG데이콤·LG파워콤의 합병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통신 시장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그룹은 8일 "시장에서는 LG데이콤과 LG파워콤의 합병에 관심이 많았지만 KT-KTF의 합병 이후 데이콤-파워콤으로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없어 한 번에 3사를 통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며 합병 계획을 공식 인정했다.
LG그룹은 이달 중순 이사회를 열어 합병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합병의 형태는 매출과 이익 규모가 가장 큰 LG텔레콤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합병 인가가 3개월 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3월 이전에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고 자산 7조8000억 원 규모의 거대 통신사가 출범하게 된다.
LG 3대 통신사의 합병은 유·무선 결합상품의 규모가 커지는 등 통신 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6월 기준으로 47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포화상태에 이른 반면 인터넷 전화 가입자들은 최근 통신사별로 한 달에 약 10만 명씩 늘어나는 추세다. 8월 기준으로 인터넷 전화 가입자는 LG데이콤 182만 명, KT 105만 명, SK브로드밴드 76만 명에 달했다.
이에 따라 각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이동통신과 인터넷전화, 집 전화 등을 한데 묶은 결합상품을 앞다투어 선보이며 가입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결합상품 가입자가 늘면 이동통신과 인터넷 서비스 계약이 같이 묶여 해지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KTF와 합병한 KT는 최근 이동통신 요금 인하 방안에서 유·무선 결합상품에 방점을 두었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 역시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3위 사업자인 LG가 이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각 통신 자회사를 통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이통 3사가 지난 9월 이동통신 요금 인하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 측면에서 뒤떨어진 LG텔레콤이 가장 소극적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이 같은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회사 통합을 통한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LG의 통신 3사가 합병해도 통신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의 안재민 연구원은 "유선전화 시장에서 KT, 이동전화 시장에서 SK텔레콤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LG로서는 현재 2강 1중의 구도를 3강으로 바꾸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의 심준보 연구위원 역시 "이동통신, 인터넷, 유선전화 시장에서 각각 3위 사업자끼리 합쳐지는 셈"이라며 "당장의 비용절감에 따른 효과는 있을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합상품 경쟁 결과나 내년부터 출시가 본격화될 아이폰 등의 변수를 고려하면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분석했다.
"통신사 규모 커질수록 진입장벽 높아질 것"
이통사들의 덩치 불리기가 시장 경쟁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이통사들이 통신 요금 인하를 계기로 신규 고객 유치보다는 기존 가입자 붙들기에 치중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유·무선 시장이 3대 통신사에 의해 장악되면 신규사업자가 진입할 수 있는 여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단말기 보조금과 장기가입자 약정 할인으로 시장 고착화는 이제 피할 수 없다고 본다"며 "LG 역시 이대로는 융합서비스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에 어쩔 수 없이 합병에 뛰어든 것일뿐 시장의 전반적인 변화를 이끌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안재민 연구원 역시 "통신사들의 규모가 커질수록 시장의 진입장벽은 점점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몇몇 업체들이 가상망재판매사업자(MVNO)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당장 진입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의 최영진 통신경쟁정책과장은 "합병 전의 이통사들도 작은 규모의 회사는 아니었고 MVNO도 결합상품을 취급하는 형태를 갖출 수 있다"며 "통신 시장의 경쟁은 계절적 수요에 의해 변화가 많기 때문에 합병이 일어나기도 전에 시장에 미칠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때가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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