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 처·청장, 청와대 수석비서관, 일부 비서관 등 행정부 최고위직 인사 70여 명을 1박 2일 토론회에 불러 모은 이명박 대통령이 "공직자는 누구에게도 핑계를 댈 수 없다"며 최근 공직 비리에 대해 참석자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17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민생점검 및 공직윤리 확립을 위한 장, 차관 국정토론회' 자리에서 "오늘 만나는 건 여느 때와도 다른 비장한 생각을 가지고 모였다고 할 수 있다"고 운을 뗀 후 30여 분 간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께선 당혹스럽고 걱정을 많이 한다"면서 "도대체 나라가 어떻게 될 것인가, 온통 나라 전체가 비리 투성이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오랫동안 잠재된 게 공정사회란 새로운 기준으로 보면 전부 문제가 된 는 것이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관습적으로 돼 왔다", "다른 나라들은 우리를 선진국으로 취급하는데 공직자들의 일하는 자세는 과거에서 쭉 이어오고 있다"고 반복해 말했다.
'과거에는 문제될 일이 없던 것이 새로운 공정사회의 잣대를 들이대니 문제가 된다'는 이 대통령의 평소 인식이 이날도 드러난 것.
"'나는 가수다' 정신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은 "공무원들이 어디가서 연찬회하고 업자들이 좀 뒷바라지 해주던 게 오래 전부터 있었다"면서 "나도 민간에 있었기 때문에 잘 안다. 을의 입장에서 뒷바라지 해준 일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토해양부만 그런게 아니라 모든데 그랬다. 법무부 검사들도 그랬지 않느냐"면서 "그러나 오늘날 선진국 기준에서 보면 전혀 안 맞는 거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직사회 일반을 비판한 이 대통령은 "장관들이 공무원들에게 얹혀서 이해관계 때문에 부처 간의 합의도 안 되고, 국무위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마주앉아서 합의하면 될 일인데 밑에 맡기면 되겠냐"고 면전의 장관들을 질타했다.
그는 또 "검찰 경찰 싸우는 것 보니 한심하다. 밥그릇 싸움이라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누굴 탓하느냐. 정치를, 국민을 탓하느냐"면서 "우리 스스로를 탓하는 것 외에는 길이 없다. 공직자는 누구에게도 핑계를 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또 "TV를 보니 '나는 가수다'가 무자비하더라"면서 "500명 방청객이 투표해 떨어지면 '좋은 시간 가졌다. 고맙다'고 군말없이 나가는 것, 자기 실력이 안 좋다는 것을 인정하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교육과학기술부, 국방부 장관들을 일일이 지목해가며 현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가 이번 기회를 관행적 부정과 비리를 청산하는 계기로 만들자"면서도 "이건 사정과 관계없고 사정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무려 30여분간 이같이 발언한 이후 "내가 할 얘기가 있는데 그건 토론 말미에 하겠다"고 후속타를 예고했다.
이날 토론은 '서민경제'와 '공직윤리' 두 주제를 가지고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 방점은 분명히 후자에 찍혀 있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