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남북 관계 및 북미 관계의 향배를 가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예정대로 시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4일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청문회 보고서에서 "우리는 두 번의 주요 전구(theater-level) 지휘소 연습과 한 번의 야외 기동연습을 해마다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0일 보도했다.
VOA는 "두 번의 지휘소 연습은 봄에 실시하는 '키리졸브'와 8월 말에 실시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야외 기동연습은 키리졸브와 병행하는 '독수리 연습'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이 군사 훈련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뿐만 아니라 재래식 무기 위협에 대한 억제를 위해서도 필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도 평창 올림픽 이후 한미 연합 훈련의 재개를 사실상 인정하는 분위기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20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올림픽 정신에 따라 연기했다는 것이 한미 정부의 공통된 보도"라면서 "패럴림픽이 끝나고 훈련 시작 전까지는 이 기조를 유지하고 그 이후에 어떻게 할지는 발표 전까지 NCND(시인도 부인도 안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패럴림픽이 3월 18일 종료되는데, 18일부터 4월 이전에 한미 양국 장관이 (훈련 재개 시점을) 정확히 발표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미 군사 당국이 훈련에 임박해 일정 발표를 해온 점에 미루어 보면 사실상 4월 1일 전후로 연합 훈련이 재개될 공산이 크다.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평창 올림픽 이후 한미 군사훈련 재개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미 군사 당국 간에 군사훈련을 재개하는 방향으로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북한은 전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국제사회도 올해에 북남관계 개선의 활로가 열리고 조선반도에 평화적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되는가 못 되는가 하는 것은 미국이 전쟁 연습을 중지하는가 마는가에 달려있다"고 한미 군사훈련과 전략 자산 전개 여부에 촉각을 세운 바 있다.
이에 따라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해빙 무드는 4월 초 최대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남북 관계 진전과 함께 북미 대화 중재라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할 우리 정부 입장에선 한미 연합 훈련 전면 중단을 추진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평창 올림픽 기간 동안 훈련이 일시 유보된 상태인 만큼,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도 재개하지 않을 명분이 별로 없다.
다만 연합 군사 훈련이 재개되더라도 한미 당국의 합의 하에 훈련의 규모와 기간을 축소할 경우 북한에 의미 있는 메시지로 읽힐 여지는 있다. 북한이 평창 올림픽 개막을 앞둔 지난 8일 건군절 기념 열병식을 대폭 축소해 진행했던 것에 상응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올림픽 이전에 이미 괌과 일본 기지 등 한반도 주변으로 모여든 미 전략자산 전개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칼빈슨호, 전략폭격기 B-1B 랜서 등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전략자산이 훈련에서 배제되느냐 여부다.
이에 대한 미국의 동의를 얻어내고,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합의한 남북 군사당국회담 등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비핵화 의제 수용과 핵미사일 추가 시험을 중단을 이끌어내면 평창 올림픽 이후에도 느슨한 형태의 '쌍중단'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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