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수 "이정희, 결혼식 날짜 잡아놓고 바람피나?"

격화되는 공방전…"참여당, 진보정당 아냐"

통합을 앞두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공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양당이 모두 연석회의 합의문에 대한 공식 추인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합의문 해석과 국민참여당의 참여 여부를 놓고 신경전이 날로 가열되는 모양새다.

선제 공격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먼저 했다. 이정희 대표는 10일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를 향해 "합의문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승수 대표는 13일 "이정희 대표가 합의문을 왜곡해서 이해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정희 대표가 참여당 유시민 대표와 공동으로 책을 내는 등 스킨십의 밀도를 부쩍 높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조승수 대표는 "편치 않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정희 대표가 합의문 왜곡해서 이해하고 있다"

조승수 대표는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상도입니다>에 출연해 "합의문의 뒷 문장이 다소 애매하게 되어있지만 북한의 권력 승계 문제가 남쪽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공동 인식을 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정희 대표의 주장과는 어긋난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조승수 대표에게 드리는 편지'에서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것은 당내 의견의 하나로서 소수 의견 존중의 원칙에 따라 '존중'되는 것으로 이 의견을 놓고 토론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어떻게든 합의문이 통과되기를 바라는 마음, 이해하지만 조승수 대표는 합의 내용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조 대표는 그러나 "(북의 권력 승계에 대한) 비판적 견해는 분명히 존중한다고 확인했고 이후에 이 문제를 어떻게, 어떤 수준에서 새로운 정당에서 밝힐 것인지에 대해서는 토론이 필요하고 토론이 되어질 문제라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해석은 각자의 권한이므로 사실 관계 왜곡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어렵게 합의한 합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해석의 문제를 '왜곡'이라고 지적하며 합의정신을 먼저 깨트린 것은 이정희 대표라는 우회적 비판이다.

"진보신당 당원, 이정희-유시민 행보로 상당히 격앙"

조 대표는 "(북한의 권력승계 문제로 당원들을 설득하기) 어렵다기 보다는 이정희 대표의 이런 문제제기나 유시민 대표와의 행보 문제로 우리 당원들이 상당히 격앙돼 있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왜냐하면 자존심이 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진보정당끼리 통합을 진행하기로 해 놓고 진보정당인지 아닌지 공동으로 확인되지 않은 세력과 (공동)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 어떤 언론에서는 결혼식 날짜 잡아놓고 바람 피우는 거 아니냐는 표현까지 나왔다"며 "어쨌든 저희로서는 편하지 않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조 대표는 "연석회의에서 참여당이 최종 합의문에 동의하는 의사를 밝혀오면 참여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이 합의문이 정당들 내부에서 최종 의결 절차를 거치고 있는 상황이므로 (참여당 참여 문제가) 불쑥 끼어들 듯이 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가 참여당 문제를 지속적으로 거론하는 것과 관련해 "합의정신과 연석회의에서 확인해 온 내용과는 다소 돌출적인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와 조 대표의 이런 생각 차이는 참여당의 성격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 차이에서 비롯된다. 조 대표는 "참여당이 과연 진보정당인가에 대해 아직은 확신하지 못하고 있으며 나아가서는 오히려 민주당과 더 가까운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것이 아니"라며 "자신의 정체성을 (참여당이) 분명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참여당이 과거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자기 반성을 분명히 하고 이에 대한 진보적 대안을 제출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진보정당에 합류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본다"고 분명히 했다.

지난 11일 있었던 진보신당의 전국위원회는 일단 연석회의 합의문을 당대회에 상정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지만, 두 정당이 9월 창당대회까지 이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진보신당의 최종 합의문 통과가 만만치 않은데다, 이정희 대표가 시작한 두 정당의 신경전이 날로 과열되고 있기 때문.

이 대표는 참여당과 "밀애"를 즐기고 있다는 당 안팎의 비판에 대해 한 번도 공식적으로 부인한 적이 없다. 그러나 안팎의 비난이 이어지자 이 대표 측은 21일 개최할 예정이던 <미래의 진보>(민중의 소리 펴냄)의 출판 기념회를 연기하자고 참여당에 제안했다. 이백만 참여당 대변인은 이날 "민노당의 요청으로 출판 기념회를 7월 초로 미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계속되는 '잡음'과 '신경전'을 해결하기 위해 연석회의 대표자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조 대표는 성명을 통해 "최종합의문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표출되고 있고 참여당 등 자유주의 세력과 함께하려는 움직임은 합의문 정신에 대한 분명한 훼손"이라며 "대표자회의를 통해 합의문 해석 상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한 의견 접근을 이루자"며 이같이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