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9일 청와대 개편을 단행했다. 임태희 대통령 실장은 이날 "정무수석에 한나라당 김효재 의원, 홍보수석에 김두우 청와대 기획관리실장, 기획관리실장에 장다사로 민정1비서관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청와대 대변인에는 박정하 춘추관장이 내정됐다. 이밖에 정무2비서관으로는 김회구 인사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민정1비서관으로는 신학수 총무비서관 등이 내정됐다.
이날 인사는 4.27 재보선 패배 후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포함한 수석급 인사들이 사실상 사의를 표명한 지 한달여 만에 이뤄지는 인사지만, 최근의 예상보다는 앞당겨 진 것이다.
청와대 안팎에선 최근까지만 해도 7월 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후 개편 단행설이 높았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물밑 접촉 폭로 △장기화되고 복잡해지는 저축은행 사태 △힘을 얻고 있는 대학 등록금 인하 촛불 시위 등 악재가 연이어지고 있다. 또 일반의약품 슈퍼마켓 판매 무산 등 일선 부처에서도 줄줄이 일이 터지는 상황 속에서 이 대통령이 '조기 쇄신'을 택했다.
<조선>과 <중앙> 출신 양날개의 의미
이날 인사에 대해선 '친정 체제 강화'라는 해석이 높다. 또한 이번에 내정된 인사들은 이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할 '순장파'로 꼽힌다. 김효재 의원은 의원직 사퇴를 약속한 상황이다.
김효재, 김두우 수석 내정자에 대한 여권의 평가는 긍정적인 편이다. 하지만 "청와대 칼라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 "정무, 홍보 파트에 대한 변화만 주고 외교안보와 정책파트는 유임시킨 것은 '하던대로 쭉~'을 의미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이상득 의원 보좌관 출신인 장다사로 민정1비서관을 기획관리실장으로 승진시킨 것, 이 대통령이 의원 시절 지구당 총무부장을 지냈던 신학구 총무비서관을 민정1비서관으로 전진 배치한 것은 적잖은 울림을 남긴다.
유임된 임태희 실장을 보좌하면서 양날개 역할을 할 김효재 정무수석 내정자와 김두우 홍보수석 내정자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임은 두텁다.
<조선일보> 출신인 김 내정자는 대선 기간 이 대통령 언론특보를 지낸 이후 18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이후 '함께내일로' 등 당내 친이계 조직에서 활동했고 박희태 대표 시절 대표비서실장을 지내기도 했다.
<조선일보> 초대 노조위원장 출신인 김 내정자는 한나라당 내에서 친화력이 높고 "할 말도 한다"는 평가를 받는 편이다. 하지만 보수적 성향이 강하고, 야권 인사들과 특별한 접점이 없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또 전임 정진석 정무수석과 비교할 때 친박계와 특별한 접점이 없다. '판'을 짜기보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을 충실히 수행하는 쪽에 방점이 찍힐 수 있다.
<중앙일보> 출신인 김두우 홍보수석 내정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정무2비서관, 메시지기획관, 기획관리실장을 지내면서 한 번도 청와대를 떠나지 않은 인물이다. 정무, 홍보, 기획 분야에서 '숨은 실세'로 꼽히기도 했다.
김 내정자에 대해선 '홍보수석 이상'의 역할을 할 것 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홍보수석을 지낸 <동아일보>출신 이동관 홍보특보와 여러 면에서 비교됐던 인물로, 이 특보에 비해선 "덜 공격적이다"는 평을 받고 있다.
<조선>, <중앙> 출신 수석의 포진을 두고선, 올해 들어 보수언론들이 청와대에 각 세우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과 연관시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대통령 가신이나 다름 없는 장다사로 기획관리실장 내정자, 신학구 민정1비서관 내정자는 청와대와 정부 부처를 틀어쥐며 누수를 막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이 이번 인사의 주요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박정하 대변인 내정자는 모나지 않은 성격으로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전임자들에 비해 지명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하던 일을 잘, 열심히 하자"?
이번 청와대 개편은 레임덕 차단을 꾀함과 동시에 총선과 대선이 있는 내년을 바라본 사실상 마지막 전열 정비의 성격을 띄고 있다. 물론 7월 김준규 검찰총장 임기만료와 더불어 민정수석 인사가 나올 가능성이 있고 임태희 실장은 "일부 비서관 인사도 남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가 정치권이나 국민들에게 '쇄신'의 인상을 주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친이직계인 김효재 의원의 발탁을 제외하곤 청와대 내 승진 및 수평이동이 대부분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리가 중점을 두고 있는 정책을 일관되게 끊임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정 방향 전환보다는 하던 것을 '잘', '더 열심히'하자는 의미로 이번 인사에 이 대통령읭 의중은 고스란히 담겼다. 하지만 "더 열심히"로 현재의 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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