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은 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달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김여정 특사를 통해 사실상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여건이 되면 적극적으로 응할 뜻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으로 건너가 10년 간 얼었던 남북 관계가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제1부부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접견 및 오찬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평양에서 뵈었으면 좋겠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을 전달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이날 자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했다는 사실을 처음 밝히며, 친오빠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친서의 내용은 문 대통령만 본 것으로 전해졌다.
김여정 특사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서 많은 문제에 대해 의사를 교환하면, 어제가 옛날인 것처럼 빠르게 북남 관계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께서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길 바란다"고 덕담했다.
남북 정상회담 제의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켜 나가자"고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여건을 만들어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의 의미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0년 넘는 세월 만에 이뤄지는 정상회담인데 성과 있고 의미 있게 이뤄지려면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과 여건이 무르익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 간의 조기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미국과의 대화에 북쪽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의 노력이 병행돼야 의미 있는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가 서로 대화함으로써 북미라는 두 개의 축이 같이 굴러가야 수레바퀴도 같이 가는 게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7월 베를린 선언'과 지난 1월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여건이 갖춰진다면 언제든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 대표단의 방한으로 평창 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이 되고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 및 남북 관계를 개선시켜 나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남북은 이번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한반도 평화와 화해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남북 간 대화와 교류 협력을 활성화해 나가자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김의겸 대변인이 밝혔다. 남북의 교류 협력 활성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문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은 실향민인 모친을 모시고 금강산에 간 이야기나 백두산 관광에 대한 언급을 했다.
이날 오찬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양측의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실무적 의제를 놓고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었다"며 "(비핵화 관련 대화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한미 군사훈련 문제에 대해서도 "아주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공개할 필요가 없는 통상적인 얘기가 있었다"고만 밝혔다.
이날 북측에서는 김여정 특사 외에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고위급 대표단으로 참여했다. 남측에서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정원장 등이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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