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바람이 부는가 싶었던 한나라당이 소장파-주류-비주류간 견제와 역견제로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주류 진영도 전열정비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상득계의 중심으로 '전횡 논란'이 그치지 않았던 박 차관의 당 복귀는 적잖은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박 차관의 당 복귀로 이상득계가 친박계와 우호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박영준 당 복귀, 한나라당 내 역학 구도 변화 계기될 수도
▲ 박영준 차관이 사퇴하고 당으로 복귀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뉴시스 |
박 차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변화나 도전을 주저하거나 두려워한 적이 없다"며 당 복귀를 시사한 바 있다.
박 차관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시 정무담당 국장을 거쳐 대선 당시에는 안국포럼 창립멤버로 최대의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의 조직을 책임졌었다. 대통령직 인수위를 거쳐 현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을 지낸 박 차관은 2008년 총선 직후 소장파의 공격에 청와대를 떠났다가 2009년 1월 총리실 국무차장으로 컴백했다.
이후에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불법사찰 논란과 맞물려 이름이 오르내렸고 선진국민연대 및 '영포라인' 출신의 중심에 서 있다는 비난을 받았었다. 이에 지식경제부 2차관으로 자리를 옮겨 자원외교를 담당했지만 '실세'라는 꼬리표는 떨어지지 않았다.
경북 칠곡 출신인 박 차관이 총선 경쟁에 뛰어들 경우 이 지역 현역 의원인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친박계인 이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에서도 공천에 탈락했지만 무소속으로 당선, 복당한 바 있다.
한편 박 차관의 '보스'격인 이상득 의원은 당내 소장파들의 내년 총선 불출마 요구에 대해 "몇 번 나왔던 얘기 아니냐. 나는 그저 담담하게 듣고만 있을 뿐"이라며 일축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 특사로 남미 볼리비아와 페루를 방문한 뒤 귀국한 그는 15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인간적 모욕이나 근거 없는 비방에 대해서는 대처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상득 의원이나 박영준 차관에 대한 한나라당 내 수도권 그룹의 불신은 상당히 높다. 한나라당 수도권 의원들은 "두 사람이 경북에 출마하면 수도권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상득 의원 측은 주류 그룹 가운데서도 박근혜 전 대표 측과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쪽이다. 반(反)박 성향이 짙은 이재오계와는 결이 다르다는 것. 당료 출신인 박 차관은 다선 친박 의원들과 친분도 깊다. 친박계 역시 영포라인 논란 등이 벌어졌을 때도 이 의원 측에 대한 공격을 삼갔었다.
대구경북(TK)권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는 이상득계가 박영준 차관의 당 복귀를 계기로 세를 불리면서 친박계와 협력관계를 강화할 경우 한나라당은 다시 복잡한 합종 연횡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영향력 강화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수도권 소장파 그룹이 행보를 바꿀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장관직을 사퇴하고 완전히 당에 복귀할 채비를 갖춘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여권 친이계가 완전히 분화하면서 한나라당이 '친이vs 친박' 구도가 아닌 '친박vs비박' 구도로 재편될 조짐이 엿보이는 상황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