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8일부터 14일까지 독일, 덴마크, 프랑스 등 유럽 3개국을 순방한다. 독일과 프랑스는 공식 방문이고 덴마크는 국빈 방문이다. 이 대통령은 메르켈 독일 총리, 라스무슨 덴마크 총리,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과 연쇄 정상회담을 갖는다.
특히 차기 G20 정상회의 개최국인 프랑스 방문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대통령 특사로 유럽을 방문 중으로 오는 6일 귀국할 예정이다.
4.27 재보선 패배로 여권이 최악의 상황에 처했고, '박근혜 역할론'도 높아지는 만큼 두 사람의 '유럽 구상'에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이달 하순쯤 특사 경과 보고 등을 명분으로 자연스럽게 회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 회동이 성사될 경우 여권의 향후 진로에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
대통령 자리 비운 사이에 여당 주요 일정 줄줄이
개각은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이전에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농림수산식품부, 국토해양부, 환경부, 기획재정부, 통일부 등이 교체 대상으로 꼽히지만 민심 이반이 심각한 만큼 최종적으론 개각 폭이 더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금주 중에는 2일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 6일 원내대표 경선 등 여당의 주요 일정도 잡혀있다. 빨라야 6월 하순이나 될 것으로 보이는 한나라당 임시 전당대회 이전까지 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회 인선은 그 다음 주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그 때는 이 대통령이 유럽 순방으로 청와대를 비우게 된다.
여당의 기류와 맞물릴 수밖에 없는 청와대 개편은 결국 이 대통령 귀국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청와대 대통령실은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임태희 실장 '원톱 체제'나 다름없다. 임 실장 자리에 누가 앉느냐에 따라 컬러가 확 바뀔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참모와 내각은 성격이 다르지 않냐"면서 "누가 됐건 대통령이 편히 일을 맡길 수 있는 인물 중 한 사람이 실장으로 발탁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박형준 특보, 이동관 특보, 원세훈 국정원장, 백용호 정책실장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이들은 모두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지만 신선미는 떨어지는 인물들이다.
'이명박+박근혜' 구도 펼쳐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현재 여권에서는 백가쟁명의 논의가 벌어지고 있지만, 큰 가닥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에서 잡힐 가능성이 높다.
물론 청와대와 주류 입장에서는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구체적으로 역할을 제안하느냐 여부에, 박 전 대표 측 입장에서는 부담을 무릎쓰고 구원투수 역할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느냐 여부를 둔 계산이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양측 모두 한나라당 연찬회와 원내대표 경선, 여론의 향배 등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숙고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차기'로 낙점을 하고 박 전 대표 역시 '이명박의 후계자'를 자임한다면 여권은 급속도로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일부 보수진영은 이같은 구도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은 아직도 20여 개월이나 남았다. 양측 모두 상대에 '올인'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 게다가 이재오 특임장관은 물론이고 다른 여권 내 차기주자군들이 이런 구도를 받아들일 리도 만무하다. 지지부진하고 애매한 상황이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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