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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도시' 분당의 혁명…"손학규가 결국 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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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도시' 분당의 혁명…"손학규가 결국 일 냈다"

[분석] 손학규, 적진에서 날다…"기대주에서 보증수표로"

그가 살아 돌아왔다. 그것도 벼랑 끝 전투에서 이겼다. 개인의 승리였지만 그 승리가 '경기도의 강남'이라는 분당의 정치사를 바꿨다. 그리고 새로 쓰여진 역사는 "국민 여러분의 가슴 한 쪽에 제 운명을 맡기겠다"던 그의 미래에도 빛을 비추고 있다.

지역구가 만들어진 이래 한 번도 현재의 야권 성향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었던 경기도 성남시 분당을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이변을 일으켰다. 비록 인구 구조의 변화가 다소간 있었다고는 하나, 전통적인 한나라당의 텃밭에서 일궈낸 승리다.

손 대표의 2012년 대선 가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제껏 야권의 누구도 증명해 보이지 못했던 '부자들의 도시'에서 몸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패배의 가능성이 높았던 곳에서 울린 승전보의 메아리가 크고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월등히 앞섰던 인물 경쟁력, 분당 민심을 흔들었다

▲ 4.27 재보궐 선거 경기도 성남시 분당을(乙)에서 손학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연합뉴스
4.2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나온 손 대표의 분당 출마론은 초기 손 대표 측에게 '손학규 흔들기'의 일환으로 여겨졌다. 승리 가능성이 희박했던 곳이기 때문에 더 그랬다. 손 대표가 쉽게 결심하지 못했던 이유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몸을 던졌고, 분당 유권자는 그의 손을 잡았다.

승리의 1차적인 원인은 누가 보더라도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에 비해 압도적 우위에 있었던 인물 경쟁력으로 풀이된다. 인물 경쟁력은 흡연율과 고위험 음주율이 경기도에서 가장 낮고, 고학력자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분당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잘 맞아 떨어졌다. 주류 지향성이 강한 분당에서 대학 교수, 장관, 경기도지사의 경력을 가진 손학규는 한 마디로 '간지 났다.'

더욱이 야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였다. 손학규는 선거에 뛰어들며 일찌감치 배수진을 쳤다. "내가 가야할 길을 분당 주민들이 선택해 달라"던 그의 출사표는 패배할 경우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보겠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24일에도 "국민이 제가 말씀드리는 변화에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제가 해야 할 일도 없음을 잘 안다"고 재차 강조했다. 분당 유권자의 손에 야권 대선 주자의 '운명'이 달려 있었던 것이다.

반면 강재섭 후보는 대구에서만 13대 총선부터 17대까지 내리 5선을 한 사람이다. "15년 분당 토박이"라는 강 후보의 주장은 분당 주민들의 비웃음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20년 동안 정치를 업으로 삼았지만,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지낸 것을 빼곤 내세울 만한 경력도 없다. 분당 유권자에게 강재섭 후보는 손 후보에 비해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전체 유권자의 70% 차지한 20~40대는 왜 손학규를 선택했나?

분당의 인구구조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과거 '실버타운'으로 분류됐던 분당이지만, 최근 들어 노인층이 더 외각으로 빠져 나가고 그 자리를 청장년층이 채우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 결과 현재 분당 유권자의 67%를 20대부터 40대까지 이른바 '젊은 유권자'가 차지하게 됐다. 분당의 '반란'에 이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여야에 관계없이 공통되게 나오는 분석이다.

분당에 거주하는 젊은 세대는 또래에 비해 '성공한' 집단이다. 이는 이들이 또래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소득이 높을수록 한나라당 지지도 높은 것은 여러 차례 검증된 바 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오세훈 시장으로 쏟아진 강남 3구의 몰표는 전체 서울시민의 민심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불러왔다. 그런 그들이 손학규에게 표를 던졌다는 것의 의미는 간단치 않다. 자신의 계급과 계층에 따른 투표 성향을 세대별 투표 성향이 누른 것이다.

이는 분당의 결과가 개인 손학규의 승리를 넘어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이라는 설명을 가능케 한다. "분당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은 전멸이다"라는 한나라당의 위기감이 존재한 이유기도 했다.

양 후보 측의 선거 메시지도 확연히 대비됐다. 손 대표는 중산층의 역할론을 강조하면서 유권자들에게 긍정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심어준 반면 강 후보는 "분당 선거는 6.25 전쟁의 낙동강 전투"와 같은 방어적 태세와 "좌파 세력 척결"과 같은 구태의연한 구호를 되풀이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강재섭 후보의 선거 테마, 컨셉, 캐치 프레이즈는 하나도 제대로 맞은 것이 없고 반면 손학규 캠프의 전략은 분당 주민들에게 제대로 잘 맞아 떨어졌다"고 또 하나의 승리 원인을 꼽았다.

▲손학규 민주당 분당을(乙) 후보가 승리한 1차적인 원인은 누가 보더라도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에 비해 압도적 우위에 있었던 인물 경쟁력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탈당' 손학규에서 민주당의 확고한 1인자로

손 대표의 당선이 가져올 파급력은 만만치 않다. 지난해 10월 그가 민주당의 전당대회에서 1위를 했을 때 많은 이들은 그 결과를 작은 이변이라 했다. 당시 민주당 당원들이 한나라당 출신의 손학규를 지지한 이유는 간단했다. 2012년 정권교체의 열망이었다. 비록 민주당의 정체성보다 다소 오른쪽에 있을지는 모르나, 손학규라면 정권교체를 위해 반드시 끌어 안아야 하는 중도층의 마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였다.

그 당원과 지지자들의 기대를 손학규는 분당에서의 승리로 만족시켰다. 그들에게 '역시 내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준 것이다. 4.27 재보선 이전의 손학규가 '막연한 기대'의 대상이었다면, 이번 승리로 손학규는 '확실한 보증수표'가 됐다. 그리고 민주당의 지역기반인 호남은 앞으로 누구보다 든든한 손학규의 지원세력이 될 것이다.

이것은 손학규 대표의 경쟁자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의 분명한 차이점이기도 하다. 유시민 대표가 야권의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 존재하는 수도권, 지식인 계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그 세력을 호남으로 넓혀가야한다. 호남의 마음을 누가 최종적으로 얻을지를 장담하긴 이르지만, 1차전의 승자는 손학규다.

또 이는 민주당 내 그의 기반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원외였던 손 대표가 모두가 '사지(死地)'라고 한 곳에서 살아 돌아온 것은 그의 당내 장악력을 획기적으로 확고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정상호 서원대 교수는 "민주당 안에서 역학 관계가 바뀌며 그 효과도 바로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교수는 "원내대표가 주도하던 문제도 앞으로는 당 대표가 챙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외라는 한계 때문에 박지원 원내대표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던 손학규 대표의 행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대여 투쟁과 협상에서 비교적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박지원 원내대표의 임기는 5월까지다.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는 "손 대표의 승리는 앞으로 민주당이 2012년 대선까지 손학규의 정당이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자연히 '빅3'라고 불리던 정동영 최고위원과 정세균 최고위원 등 민주당 내 또 다른 잠재적 대권 주자들의 선택지는 좁아진다. 손학규 대표가 명실상부한 1인자로 등극하는 셈이다.

이런 변화는 손 대표가 대표직을 내놓고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를 펼치면서 열리게 될 민주당의 연말 전당대회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2년 대선 앞둔 야권 전체에서도 '손학규 중심성'은 강화된다

야권 전체에서도 손학규와 민주당 중심성은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상호 교수는 "연대 정치와 관련된 손 대표의 자기 주도성이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2012년 대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야권의 선거연대 혹은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야권 누구도 이견이 없다. 다만 '누구로 단일화냐'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민주당 내에서 확실한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 현실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대표를 야권의 1위로 만들어줬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르다. 유시민 대표가 야권 단일화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에서 패배한 것은 손 대표의 '가치'를 한껏 더 돋보이게 했다. 강력한 야권의 대선주자였던 유시민의 패배는 '손학규 대안론'을 더 부각시킬 전망이다. 김해의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이 여러 차례에 걸쳐 양보를 했음에도 유시민과 이봉수 후보는 확장성의 한계를 다시 드러냈기 때문이다.

김해와 달리, 민주당이 '무공천'이라는 희생을 했던 전남 순천의 결과도 손학규에게는 호재다. 민주당 무소속 출신 후보들의 온갖 공세에도 불구하고 야권 단일후보인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가 당선됐다. 야권연대의 승리를 일궈낸 호남에서의 조건 없는 양보는 손 대표의 결단력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동안 연대 협상 때마다 야권의 맏형인 민주당에게 비난이 쏟아졌던 것과 달리 이번 재보선 협상에서는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손학규 대표는 선거를 사흘 앞둔 지난 24일 "승리는 모두의 것이지만, 책임은 저의 한 몸에 지겠다"고 했다. 한껏 몸을 낮춘 손학규는 결국 '모두의 승리'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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