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오류가 또 발견됐음에도 한나라당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일방적으로 국회에 상정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12일 전체회의를 열어 지난 6일 정부가 제출한 한·EU FTA 비준 동의안을 상정했고 야당은 이에 반대하며 전원 퇴장했다.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번역 오류가 또 지적된 데 대해 "발견된 오류는 사후 정부가 고쳐나가면 된다"며 상정을 밀어붙였다.
한나라당 측 간사인 유기준 의원도 "세번째 상정하는 것도 유감인데 오류가 또 발견됐다"고 정부를 질타했지만 "네번째로 국회로 온다면 기술적 오류, 번역의 지난한 작업에 대한 비관용으로 보일 수 있다"고 상정을 요청했다.
번역 오류의 책임을 지고 사과까지 했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영문 자구의 번역 어려움에 대해 좀더 관용적으로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야당은 상정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측 간사 김동철 의원은 "번역 오류로 비준안을 두번이나 국회에 제출한 데 대해 외국 언론에서 신기하다고 보도해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며 비준안을 정부에 돌려보낼 것을 주장했다.
같은 당 원혜영 의원도 "국회의원이 (비준안의) 한글본과 영문본을 확인하고 있는 처지가 참 한심하다. 이것이 국회의원이 담당할 일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기호 변호사가 지난 2월 21일 <프레시안> 기고를 통해 한·EU FTA 비준안 협정문 한국어본의 번역 오류를 처음 지적한 뒤, 외교통상부의 총체적 무능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정부를 비호하고 나선 것이어서 일방 상정은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외교통상부는 이날 3가지의 오류를 스스로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더 많은 오류들이 있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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