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이력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가 정계에 입문한 건 1998년, 김대중 정부 때다. 그가 한나라당 대표가 된 건 2004년, 노무현 정부 때다. 모두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시절이었다. 한나라당이 여당이 된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그는 한나라당 내 비주류의 수장으로 남아있다. 이런 이력이 그의 '아웃복서' 캐릭터를 만들었고, '타이밍'과 '원샷원킬'의 생산성을 키웠다.
물론 이것만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아웃복서'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던 데에는 또 하나의 결정적 요소가 있다. '안티 정서'다.
ⓒ프레시안(손문상) |
박근혜 전 대표의 '아웃복서' 캐릭터는 '반사'의 정치 덕이 크고, 박근혜 전 대표의 '생산성'은 '피동적 객체'의 어부지리 덕이 크다.
이렇게 정리하니 궁금해진다. 박근혜 전 대표가 과연 한나라당 경선을 무사통과할 수 있을까? 행여 대통령이 된다면 국정을 잘 이끌 수 있을까? 잘 그려지지 않는다.
2007년에 그는 당 대표 프리미엄조차 누리지 못하고 이명박 후보에게 졌다. 반노 정서가 'MB에 대한 기대'로 전환됨과 동시에 그의 정치적 위상은 하락했다. 재연될지 모른다. 2012년 경선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지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의 존재감이 쇠락하는 대신 '포스트 MB'가 부상하면 박근혜 전 대표의 '안티 MB' 위상은 상대적으로 축소될지 모른다.
친이계가 지리멸렬하니까, 제대로 된 '포스트 MB'를 내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니까 논외로 한다 치자. 박근혜 전 대표가 당내 경선은 물론 대선 본선까지 무사통과한다고 치자. 그래도 마찬가지다. 그려지지 않는다. '대통령 박근혜'의 국정 스타일이 그려지지 않는다.
그 때 가서도 '아웃복싱'을 할 수는 없다. 묵언 속에서 여론을 살피다가 한 마디 툭 내뱉는 식으로 국정을 관장할 수는 없다. 오히려 정반대다. 정체를 '피동적 객체'에서 '능동적 주체'로 전환해야 하고, 행태를 '반사'에서 '주도'로 바꿔야 한다. 앞서서 의제를 제시해야 하고, 여론을 따르는 게 아니라 여론을 설득해야 한다.
둘러본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이런 '미래 캐릭터'가 있는지 살펴본다. 쉽지 않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서 '능동적 주체'의 모습을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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