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라도 동반성장위원장 직을 사퇴할 것 같던 정운찬 전 총리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21일 오후)"라며 숨을 고르고 있지만 사태는 더 복잡해지고 있다. 친이계 내 이재오 특임장관 쪽과 이상득 의원-임태희 대통령 실장 라인 간의 힘겨루기 양상까지 엿보인다.
21일 여권은 정 전 총리를 만류하기 위한 여러 시그널을 보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동반성장은 대통령이 중점을 두고 있는 중요 정책이다"고 강조했고 정 전 총리과 각을 세워왔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도 "(정 전 총리가) 동반성장위원회를 계속 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정 전 총리가 동반성장위원회를 계속 맡아줘야 한다는 것이 우리 뜻"이라고 말했다.
일견, 모두가 정 전 총리를 붙잡고 나선 모양새였다.
정운찬 편은 역시 이재오?…유일하게 이건희 겨냥
하지만 이번 사태의 촉매제가 된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언급한 사람은 이재오 특임장관이 유일했다.
이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동반성장은 이익이 많이 생기면 중소기업에 기술개발비도 좀 지원해주고 상생하자는 것인데, 알 만한 사람들이 교과서에도 없으니 자제하라느니, 왜 그러는지 참 알 수 없다"고 지원사격을 가했다.
최근 4대그룹의 한 임원은 "기업 쪽에선 초과이익공유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면서 '현실화 가능성이 별로 없지 않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재오 특임장관과 정 전 총리 사이에 미리 이야기가 다 됐다는 설도 파다하다"고 대답했었다.
여권 내에서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부정적 견해가 더 우세한 것과는 다른 기류인 것.
초과이익공유제를 둘러싼 '전선'은 여권 내 복잡한 역학관계와도 맞물린다. 이재오 특임장관 쪽을 비롯해 일부 대통령 특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등 소장파 그룹이 정 전 총리 쪽에 우호적이라면 이상득 의원이나 임태희 실장 쪽은 애초부터 심드렁했다. 친박계도 정 전 총리에 대한 의구심을 여전히 거둬들이지 못하고 있다. 4.27 재보선 분당을 공천을 둘러싼 혼선은 이같은 맥락에서 표출됐다.
홍준표 최고위원, 원희룡 사무총장 등 일부 중도파는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입장이다.
MB특유의 정치거리두기가 일 키워
결국 이번에도 키는 이명박 대통령 손에 들어있다. 이 대통령이 정 전 총리에게 강하게 신임을 표명할 경우 이상득-임태희 라인은 물론이고 관망파들도 대통령의 뜻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경제수석 출신 최중경 장관의 발언이나 청와대의 공식 견해에서 나타났듯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은 뜨뜻미지근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원색적 발언이 나왔을 때도 편들어 준 적이 없다.
또 정 전 총리 문제가 권력투쟁 양상으로 비화한 배경엔 이 대통령 특유의 '정치 거리두기'도 한 몫 했다는 지적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제는 초과이익공유제 자체가 문제가 아닌 정치적 상황으로 와버렸다"며 "초과이익공유제 문제를 정리해야 일이 풀리는 상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초과이익공유제 자체는 우회하면서 '동반성장'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정 전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청와대가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 전 총리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임과 기대가 여전히 만만찮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정치적 문제가, 권력투쟁의 문제가 아니다"는 주문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정도로 일이 풀릴 것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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