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총리가 벼랑 끝에 섰다. 초과이익공유제에서 출발한 논쟁이 동반성장위원장인 정 전 총리의 거취 문제에까지 이른 것.
정 전 총리는 자신을 공격해 온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물론 임태희 대통령실장까지 겨냥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선택을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 전 총리가 동반성장위원장 직에서 물러날 경우 현 정부의 동반성장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사용할 수 있는 정치적 카드를 잃어버리는 타격을 입게 된다. 하지만 임태희 실장과 최 장관 대신 정 전 총리의 손을 들어주기도 난망한 상황이다.
청와대가 '엄호'는 커녕 삼성 편 들었다?
21일 오전 <연합뉴스>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1일 사퇴 가능성을 내비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의 뜻은 정 위원장이 동반성장을 책임지고 이끌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식경제부는 전날 동반성장위원회에 14억 원의 예산을 지원키로 했다고 밝히며 정 전 총리를 대·중·소 기업협력재단 이사장으로 내정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정 전 총리의 마음을 되돌리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조선일보>는 "정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초과이익공유제 문제로 삼성 이건희 회장과 논란을 벌일 때 임태희 실장측이 삼성에 강하게 대응하지 말라는 뜻을 전해 왔다'고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초과이익공유제가 맨 처음 논란이 됐을 때부터 청와대는 한 발 뺀 모습을 보여왔다. 김희정 대변인은 "(초과이익공유제가) 동반성장위원회 전체의 의견으로 정리된 상황도 아니고 청와대가 입장을 밝힐 것도 없다"고 수차례 말했었다.
"(초과이익공유제가) 공산주의인지 사회주의인지 어디서 나온 말인지 모르겠다…(현 정부 경제 정책이) 낙제는 아니다"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원색적 발언이 나왔을 때도 청와대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은 후자에만 각을 세웠을 뿐 전자에 대해선 가타부타 언급이 없었다.
이같은 기류를 눈치 챈 삼성 측도 "낙제는 아니다" 부분에 대해서만 "이 회장의 진의가 아니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을 뿐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언급은 거둬들이지 않았다.
이 부분에서 정 전 총리가 동반성장에 대한 현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최중경 장관의 연이은 맹공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밀어붙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분당을 재보선을 둘러싼 혼란상도 사태를 악화시키는데 한 몫 했다. 정 전 총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당을 출마에 대해 명확한 언급을 피해왔지만, 임태희 실장의 부인이 강재섭 전 대표 측 행사에 참석한 이후 '불출마'를 확언하기 시작했다.
이제 정 전 총리 측은 "'허'자 번호판이 불은 수상한 차량의 미행설"까지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YS시절 이회창하고는 다른 데…
일각에선 정 전 총리가, 총리 재직 시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각을 세워 대중적 인기를 모아 대선 후보자리까지 '쟁취'한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를 벤치마킹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 전 총리의 총리 재직시 평가나, 대중적 인기를 당시 '이회창 총리'에 비기긴 힘들다. 또 당시엔 '이회창 대망론'을 주장하는 인사들이 꽤 많았지만, 현재는 한 때 정 전 총리를 지원했던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도 관망만 하고 있을 뿐이다.
정 전 총리가 실제로 쥐고 있는 카드들이 마땅치 않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 전 총리가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 없이 벼랑끝 전술을 쓸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어쨌든 상황은 21일 중에 정리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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