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기소했다. X파일을 보도한 이상호 MBC 기자 등을 불법도청물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기소했다. 끝내 이겼다. 어제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끌어냄으로써 자신들의 조치가 정당했음을 입증했다.
검찰이 고소당했다. 'PD수첩'을 수사한 검찰이 김은희 작가의 사적인 이메일 내용을 버젓이 공개해 언론이 보도하도록 했다가 당사자한테 '비밀침해죄' 등으로 형사 고소당했다. 국민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검찰이, 사적인 통신 내용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했다.
▲ 검찰 로고 ⓒ대검찰청 |
잣대가 될 것이다. 검찰에게 승리를 안겨준 대법원의 어제 판결이 '피고소인 검찰'을 처리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결과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대법원이 강조하지 않았는가. "(X파일) 보도에 의한 이익이 통신비밀의 유지로 얻어지는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하지 않았는가. 대법원은 이토록 통신비밀을 크게 강조했다. X파일에 담겨있는 대선자금과 검사장급 떡값 제공 내용을 공개해 얻는 이익보다 통신비밀을 보호해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반면에 검찰은 버젓이 이메일을 공개했다. 다른 주체가 아닌 국가기관이 사적인 이메일을, 통신비밀의 원칙까지 어겨가며 대담하게 공개했다.
혹시 강변할지 모르겠다. X파일은 불법도청의 결과물이고 이메일은 합법적인 압수수색의 결과물이니까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니다. 범죄수사 때문에 통신사실을 들여다보더라도 비밀을 준수할 의무가 있고 그 자료의 사용을 제한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검찰은 그냥 공개했다. 공소 유지 과정이 아니라 언론 발표 과정에서 통신비밀 자료를 공개해 버렸다.
보도 이외에 관련 사실을 알릴 다른 행위수단이 없는 기자와 달리 혐의를 입증하는 소명자료를 여럿 제시할 수 있는 검찰이, 더구나 인권 보호에 앞장서야 할 검찰이 굳이 비밀 준수 의무까지 어겨가며 사적인 이메일 내용을 공개한 마당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검찰이 역설적 상황을 어떻게 헤쳐 갈까 궁금해 둘러보니 이미 정리를 해버렸다. 대법원 판결이 있기 한 달 전에 김은희 작가의 고소 건을 기각해버렸다. 하지만 종결된 건 아니다. 김은희 작가 측이 항고를 했다니까 다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검찰의 역설적 처지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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