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없는 애플'이 마침내 '배터리게이트'에 휩싸였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문제로 겪은 홍역보다 그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뉴욕과 캘리포니아, 시카고 등 미국 곳곳을 넘어 이스라엘 등 글로벌 집단소송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의 집단소송제도는 단 한 사람만 승소해도 사안에 따라 징벌적 손해배상액 판결이 가능하고,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 모두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
25일 현재 미국에서 제기된 집단소송만 10건이 넘어섰으며, 집단소송에서 청구된 배상액은 소송별로 500만 달러에서 무려 1조 달러(약 1000조 원)에 달한다. 이스라엘 텔 아비브의 아이폰 사용자 2명이 제기한 집단소송 손해배상금만 해도 1억2500만달러다.
'애플충'이라고 불리는 충성고객이 적지 않은 국내에서도 아이폰 사용자 커뮤티니 중심으로 "우리도 집단 소송에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니냐", "미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상황을 보고 소송을 진행하려고 한다"는 등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 기만, 천문학적 배상 또는 경영진 사퇴 초래할 것"
애플의 '배터리게이트'는 배터리 결함 자체가 아니라 애플사가 강제하는 펌웨어 업그레이드 과정을 통해 고의로 구형 아이폰의 배터리 성능을 저하시켜, 이를 모르는 고객이 신형 아이폰을 구매하도록 유도한 '소비자 기만'을 저질렀다는 의혹이다.
애플사가 구형 아이폰(아이폰6와 아이폰7 시리즈)의 배터리의 성능을 몰래 떨어뜨렸다는 사실은 지난 18일 미국의 테크 전문매체 <긱벤치>가 실험을 통해 폭로했다.
뒤늦게 애플사는 지난 20일 이 사실을 시인하면서 "낡은 배터리를 오래 쓰도록 한 선의의 조치였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집단소송에 나선 소비자들은 "애플사가 몰래 배터리 성능을 저하시킨 것을 모르는 소비자들은 값비싼 신형 아이폰 모델들을 구매하는 것 이외에 대안이 없다는 잘못된 판단을 하도록 유도했다"고 반박했다.
집단소송을 제기한 이스라엘의 소비자들도 "애플사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소비자가 보유한 아이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은 기본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형 아이폰 소비자들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배터리 성능이 저하된 것이 원인인지 모른채 갑자기 인터넷 검색, 이메일 확인, 각종 애플리케이션 구동이 '버벅거리는' 현상을 감내해야 했다.
집단소송을 제기한 소비자들은 "소비자들은 기기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실행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애플사로부터 이런 기본적이고 중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소비자들은 "애플사는 성능 저하를 초래한 업데이트를 하면서 이런 정보를 숨긴 것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임이 분명하다"면서 "애플사는 소비자들이 구형 아이폰들을 가능한 한 빨리 신형 아이폰 모델들로 교체하기를 원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플 분석 전문 매체로 유명한 <패튼틀리 애플>은 "애플과 관련된 단일 사건으로 이렇게 폭발적으로 집단소송이 줄을 잇는 사례는 없었다"면서 "애플사는 엄청난 배상을 하게 되거나, 전세계의 충성고객들까지 분노로 등을 돌리는 상황까지 가지 않게 하려면 애플의 현 경영진들이 사퇴해야할 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비판과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에 대해 애플은 아직까지 어떤 입장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뉴욕증시가 크리스마스 휴장을 끝낸 뒤 거래가 재개되는 26일(현지시간) 애플 주가의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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