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시작돼 3회를 맞은 '글로벌 코리아' 국제학술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안보협력을 '동아시아 공동체의 화두'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24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회의 개막 기조연설에서 최근 중동사태와 북핵 문제를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동아시아 미래의 정치적 공유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향한 인류의 염원은 오늘날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면서 "최근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분출되어 중동 지역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정치개혁 요구는 이를 웅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21세기 글로벌 정보화 시대에는 장기독재의 지속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 국가의 정부는 국민의 인권을 존중한다. 또 투명하고 깨끗하며, 신뢰할 수 있다"면서 "동아시아 공동체를 향한 노력에서 민주주의가 중요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정국가를 지목하진 않았지만 최근 '재스민 혁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신경쓰일 만한 발언인 것.
그는 또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주제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바로 동아시아의 안보협력이다"면서 "동아시아의 군비경쟁은 세계 어느 곳보다도 치열하며, 역사, 영토, 영해를 둘러싼 불안정 요인이 잔존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지속적인 핵 개발은 남북한 간의 안보문제를 넘어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세계의 반확산 레짐을 위협하는 현안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한반도의 분단과 냉전의 잔재가 해소될 때, 동북아시아는 진정한 다자안보협력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중국, 베트남과 같은 개방과 발전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무엇보다도 북한 자신을 위한 선택이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보편적 민주주의를 강조한 이 대통령의 이날 연설이 마하티르 전 말레이시아 수상 앞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연설 모두에서 특별히 마하티르 전 수상의 참석에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자신의 정적을 동성애 혐의로 수감시킨 이력이 있는 마하티르 전 수상은 철권적 통치를 한 리콴유 전 싱가폴 총리와 더불어 보편적 민주주의와 궤가 다른 '아시아적 가치'를 주창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아시아의 민주주의 전통과 보편적 민주주의를 주장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리콴유 전 총리 사이의 국제적 논쟁은 <포린어페어스>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바 있다. 마하티르 전 총리도 김 전 대통령과 APEC 등 다자회의에서 각을 세웠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동아시아 경제 위기 당시 IMF의 요청에 일방적으로 따르지 않는 경제 독자 노선으로 평가를 받은 바도 있지만, 어쨌든 이 대통령의 이날 연설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손님이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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