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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이주 고려인 아리랑, 사진으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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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이주 고려인 아리랑, 사진으로 읽는다

아리랑아카이브, ‘사진으로 읽는 고려인 아리랑’ 발간

올해로 80주년을 맞은 고려인 강제 이주 역사와 고려인의 삶과 함께한 아리랑의 전승을 사진으로 조명한 사진집 ‘사진으로 읽는 고려인 아리랑’(신국판·196쪽)이 아리랑아카이브에서 발간되었다.

아리랑아카이브 대표인 진용선 아리랑박물관장은 이 책에서 1860년대부터 연해주 일대에서 살다가 1937년 소련 정부의 정책으로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한 우리 민족인 고려인의 역사와 삶을 사진으로 생생하게 설명했다.

고려인들이 살아온 지난 세월은 고난과 역경 그 자체다. 구한말 탐관오리의 횡포와 굶주림에 시달리다 고향을 떠난 이들이 국경을 넘어 연해주에서 살다가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일대로 내쫓긴 것은 지난 1937년.

ⓒ아리랑박물관

고난 가득한 행로에서 시작해 눈물로 점철된 삶을 살아야 한 고려인들은 지금도 러시아와 유라시아에서 여전히 ‘고려인’, ‘고려사람’이라는 이름으로 떳떳하게 살아가는 동포들이다.

이 책은 제1장 사진으로 읽는 고려인 디아스포라와 제2장 러시아·중앙아시아 고려인 이주사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에 실린 사진들은 고려인들의 역사가 시작된 1860년대부터 1890년대 연해주에 살던 고려인의 모습과 1937년 고려인들이 하루아침에 집과 논밭을 빼앗기고 중앙아시아 행 화물열차에 몸을 싣던 블라디보스토크 역사(驛舍)의 모습이 아련하다.

중앙아시아 정착 후 ‘꼴호즈’라는 집단 농장에서 손발이 부르트도록 땅을 일구며 ‘사회주의 조국’인 소련을 위해 농사를 지으며 헌신하던 삶의 모습 등 고난을 극복한 현장의 사진들이다.

특히 170여 장의 사진은 모두 진용선 관장이 지난 1994년부터 해외동포 아리랑을 연구하며 러시아, 중앙아시아, 일본,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중국 등 해외에서 한 장 한 장 수집하고 역사의 현장을 찾아가 집적 촬영한 것들이다.

이들 가운데 연해주 고려인들이 처음 거주했던 뽀시에트 만과 크라스키노 일대,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산촌 움막 속의 고려인과 어촌의 모습, 블라디보스토크 개척리와 신한촌의 옛 모습, 강제이주 이후 꼴호즈에서 열린 예술단의 공연 모습 등 많은 사진들은 처음 공개되는 것들이 많다.

지난 1880년대 연해주 일대의 모습이 담긴 실물 사진들은 고려인이 1937년 강제이주 되기 전 한인 집단 거주지의 주거와 생활을 이해할 수 있는 귀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1900년대 초 핀란드 출신의 사진작가 칼 요한 슐츠(Schoultz, Carl Johan, 1849~1923)가 찍어 발행한 고려인 생활 모습을 담은 엽서와 러일전쟁을 전후로 일본에서 발행한 상업용 엽서 속의 고려인들도 인상적이다.

고려인 수난의 역사를 담은 사진은 백 마디의 말과 글보다 더 생생하게 역사적 상황을 말해준다.

사진 어느 한 구석에서도 멋스러움을 추구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 프레임 중심에 놓인 것은 한결같이 ‘사람’, 즉 ‘고려인’의 삶 그대로의 모습이다.

겨울철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누추한 흙집 옆에 서있는 블라디보스토크 개척리 어린이들, 골목길에 늘어앉아 일감을 기다리는 짐꾼의 시선과 표정에는 고단하고 서글픈 제각각의 속내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구한말 이후 한민족 수난과 이주의 역사가 곳곳에 묻어나지만 우울한 모습만은 아니다.

중앙아시아에 정착해 꼴호즈에서 드넓은 땅을 개척하는 고려인의 모습과 꼴호즈에서 아리랑과 함께 삶의 회포를 풀어가는 고려인의 공연 활동, 고려인 가수와 연주자들이 취입한 희귀 음반 사진에는 강제이주와 이를 극복한 아리랑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아리랑으로 고단함을 풀어내고 있는 고려인의 꿈과 희망을 읽을 수 있다.


ⓒ아리랑박물관

제2장 러시아·중앙아시아 고려인 이주사 편에는 구한말부터 시작한 한인 이민의 역사를 농업 이민과 망명 항일 운동, 스탈린의 만행과 강제이주, 중앙아시아 정착과 유라시아로 재이주 등으로 자세하게 풀어놓은 논문이 실려 있어 사진 설명에서 빠진 고려인의 삶과 역사를 보완해 설명했다.

진용선 관장은 “지금부터 80년 전 12월 이맘때에도 고려인은 강제이주 열차를 타고 가면서 슬픔과 절망의 굴레를 넘어가고 있었을 것”이라며 “올해 강제이주 8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이 책의 사진을 통해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고단했던 삶을 역사적으로 이해하고, 아리랑을 통해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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