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는 1년 반 전으로 돌아가면 안다. 노무현 서거 뒤끝에 보인 민주당의 행적이 비교사례다.
국회를 뛰쳐나갔다. 국민의 절절한 애도 행렬을 보고 힘을 얻었는지 국회를 뛰쳐나가 5대 조건이란 걸 내걸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는 물론 특검제 도입과 국정조사 실시까지 아우른 조건이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청와대가 꿈쩍 않고 한나라당이 까딱 않자 미디어법 날치기를 막아야 한다며 제 발로 국회에 걸어 들어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날치기한 데 대해 국민 여론이 들끓자 기세 좋게 장외로 나가더니 제 발로 걸어 들어간다. 대통령 사과 조건 하나 따내지 못한 채 빈손으로 들어간다.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막고, 구제역과 전셋값 대책을 세우고, 서민복지예산을 확보하고, 친수구역특별법과 서울대법인화법을 원상복구하기 위해 국회로 들어간단다.
붕어빵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등원 결정은 '손학규식 스타일'이 아니라 '민주당식 스타일'이다. '통 크게 결단'한 게 아니라 '예정된 결과'다. 예나 지금이나 처음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던 것이다.
▲ 손학규 민주당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
다른 게 하나 있긴 하다. 요구조건은 다섯 개에서 한 개로 줄어든 반면, 등원 명분은 한 개에서 대여섯 개로 늘어난 것이다. 깜냥은 그대로인데 말발만 더 세운 것이다.
이쯤 해두자. 말해 봤자 입만 아프다. 손학규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 말, 즉 "이제 일말의 기대조차 접겠다"는 그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그래도 명색이 제1야당이니까.
그래서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한다. 민주당의 개혁 필요성, 그리고 개혁 방안이다.
2009년에도, 2010년에도 민주당의 장외투쟁 여건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고 노무현 대통령 애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 때였고, 예산안 날치기 비난 여론이 들끓던 때였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빈손을 털어야 했던 가장 결정적 이유는 내부 사정에 있다. 장외투쟁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의원들 때문에 깃발을 들 수도 없고, 대오를 유지할 수도 없었던 내부 사정에 있다. 평균연령 최고령의 '연로 정당', 광장보다 지역구를 좋아하는 '애향 의원', 국민에게 호소하는 것보다 관료에게 호통 치는 걸 선호하는 '고소집착증'이 민주당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게 이유다. 민주당 간판이 정세균에서 손학규로 바뀌어도 '민주당식 스타일'이 전혀 개선되지 않는 이유다. 진열품이 그대로인 상태에선 간판을 바꿔 달아봤자 소용없다. 체질을 개선하지 않는 한 민주당에게 어떤 처방을 내려도, 어떤 비판을 퍼부어도 부질없다.
욕해봤자 누워 침뱉기다. 민주당 의원들의 면면을, 민주당의 체질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유권자들이니까. 욕할 게 아니라 가다듬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누구를 떨어뜨리고 누구를 붙여야 할지 표심을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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