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 버렸기 때문이다. 실상을 물구나무 세웠기 때문이다.
다윗이 골리앗과 싸운 이유는 침공 당했기 때문이다. 골리앗이 조국을 침공했기에 다윗이 돌팔매를 던진 것이다. 한데 이재오 장관은 이런 전사는 언급하지 않은 채 덩치만 비교했다. 개헌문제에 관한 한 '도발'을 먼저 한 쪽이 친이계, 범위를 더 좁히면 이재오 장관 본인이란 사실은 언급하지 않은 채 정치적 위상만 비교했다. 그래서 요상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도발'과 '응전'의 주체를 가려버린 채 다윗의 이미지만 강조하면 이재오 장관은 '구도자'를 자처한다. 개헌이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온갖 간난을 마다하지 않는, 믿음에 찬 인물로 자신의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더불어 정당화 한다. 자신의 '전도'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면 덩달아 수단 또한 정당화 한다. 여러 정치공세를 돌팔매에 빗대어 불가피한 선택으로 치장한다. 친이계 강명순 의원과 범친이계 정몽준 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쏟아낸 '호의호식' 비난이나 "답답하고 한심하다"는 비난은 그 전조다.
이렇게 '고난'의 길을 걷다가 영화를 꿈꿀지 모른다. 다윗이 유대의 제2대 왕이 됐던 것과 같은 정치적 영화를 노릴지 모른다.
▲ 이재오 특임장관이 지난해 9월 1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박근혜 전 대표를 찾아 '90도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
이미 낌새는 나타나고 있다. 이재오 장관이 자신을 '다윗'에 비유하는 순간 같은 반열에 올라서버렸다. '골리앗'과 '맞짱' 뜨는 존재가 됨으로써 똑같이 대권의 반열에 올라서버렸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구도를 의도적으로 설정함으로써 이재오 대 박근혜의 대립구도를 자연스럽게 끌어내 버렸다.
물론 마음 비우면, 어느 순간 개헌을 포기하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럴 여지는 없다. 이재오 장관이 분명히 말했다. "지금까지 6개월을 뛰었는데 앞으로 딱 6개월 더 뛰겠다. 연말을 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연말에 보면 달라져 있을지 모른다. 개헌이 아니라 이재오 장관의 모습이 달라져 있을지 모른다. '개헌' 깃발 대신 '박근혜 불가' 깃발을 든 첨병의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모른다. '대권을 위해 가장 강력한 상대와 맞서는' 존재가 돼 있을지 모른다.
연말이 되면 한나라당이 총선 체제를 준비하고, 공천 기싸움을 벌이고, 계파 편제를 다듬는다. 이 중대한 시기에, 친이계의 대주주인 이재오 장관이 정치 행보의 정점을 찍겠다고 하면 그 끝이 뭐겠는가.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 (www.mediatossi.com)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