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구소(소장 김우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31개 대기업의 917개 계열사의 등기이사 명단을 분석한 결과 지배주주 일가가 1명이라도 등기이사에 등재된 계열사는 259개로 전체의 28.24%에 불과했다.
특히 삼성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은 단 1개의 계열사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았다. 삼성의 경우 지난 2008년 삼성특검 수사결과 발표 이후 경영쇄신안에 따라 총수일가가 등기이사직을 모두 사퇴했고, 현대중공업은 회장이 현재 한나라당 대표인 정몽준 의원이기 때문이다.
동부그룹과 효성그룹의 등재율은 10% 미만이었고 SK·LG·금호아시아나·한화·CJ·신세계 등은 20% 미만이었다. 70% 이상의 계열사에서 지배주주 일가가 등기이사로 등재된 대기업은 현대그룹과 한진중공업그룹·세아그룹뿐이었다.
▲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들의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등재된 지배주주 일가 수를 나타낸 표. ⓒ경제개혁연구소 제공 |
"현재 상법 개정안으로는 지배주주 일가 규제에 공백 생겨"
경제개혁연구소는 16일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대규모 기업집단 내 계열사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총수 및 그 친족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며 "그럼에도 지배주주 일가가 등기이사로 등재된 경우가 30%에도 미치지 않아 이번 개정안으로는 여전히 그들을 규율하는 데 공백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으로 회사와 지배주주의 거래는 많은 제약이 따르도록 규제하고 있다. 법인세를 엄격하게 부과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내부거래를 감시하며 거래에 있어 이사회 승인을 받은 후 정기주주총회에서 거래내용을 상세히 보고하는 등의 절차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는 등기이사뿐 아니라 이사의 배우자, 직계존·비속들까지 법의 적용을 받도록 함으로써 표면적으로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면서도 등기이사로 등재되어 있지 않은 지배주주 일가는 내부거래를 해도 법망에 걸리지 않는다. 이번에 실제로 등재된 등기이사 비율이 28%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이같은 비판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결국 최선의 방안은 등기이사 등재 여부와 무관하게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자도 등기이사와 동일한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라며 "상법 제401조 2항에 규정한 업무집행지시자를 규제 대상에 포함한 후 회사의 업무에 관여하지 않은 것을 입증할 때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과잉규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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