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그래왔다. 기자회견을 여는 경우에도 출입 기자단이 사전에 질문을 뽑아 청와대에 넘겼다. 대부분 이런 '관행'을 벗어나지 않았다. 또한 그래왔다. 기자회견을 해도, '국민과의 대화'를 해도 논쟁식 질문은 애당초 허용되지 않았다. 대통령이 동문서답을 해도 질문자가 묻고 또 묻는 진행방식은 거의 없었다. 진행자 또는 청와대 홍보수석이 으레 '시간 부족'을 이유로 단발성 질문으로 제한했고, 그 탓에 질문은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로 일관했다.
크게 다르지 않다. 내일 있게 될 '대통령과의 대화'와 지금까지 있어왔던 '대화'는 크게 다르지 않다. '끝장'을 못 봤고, 못 볼 것이란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오해하지는 말자. 청와대를 두둔하려고 하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이 같은 지적이 청와대의 자신감 부족을 더욱 부각시킨다. '그래봤자' 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고집하는 청와대의 소심함을 더욱 부각시키고, 어차피 한 목소리인데 방송사 공동중계를 고집하는 청와대의 과욕을 더욱 부각시킨다.
▲ 2009년 11월 27일 열린 '대통령과의 대화' 장면 ⓒ청와대 |
다만 강조하고자 하는 건 내용이다. 뭘 하나를 물어보더라도 국민의 궁금증과 갑갑함을 속 시원히 풀어줄 '소통'이다. 묻고 또 물어서 대통령의 뜻과 방침을 국민 앞에 오롯이 드러내는 '논쟁식 묻고 답하기'다. 설령 기본 질문이 청와대에 건네지더라도, 그래서 대통령이 '모범답안'을 준비한다 해도 묻고 또 묻는 방식이 도입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애드립' 질문에 '애드립' 답변이 이어지면 대통령의 속내와 정책의 실체를 좀 더 선명히 드러낼 수 있다.
그래서 '차라리'를 강조한다. 패널 두 명이 돌아가며 질문하는 좌담 방식이 아니라 패널 한 명이 진행의 완급을 조절하며 질문하는 대담 방식이 '차라리' 낫다. '너 한 번 나 한 번'의 부담감을 털어내고, 제 입에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있다는 사명감을 갖고, 청와대에 밉보이더라도 할 말 다 하겠다는 결기로 날 선 질문을 던지는 '대표 대담'이 '차라리' 낫다. 그렇게 'what'이 아니라 'why'를 묻게 하는 게 낫다.
물론 최선의 방법은 기자들이나 분야별 전문 패널이나 각계각층의 국민 대표가 논쟁식으로 질문을 던지는 것이지만 이 방식이 거추장스럽다면, 정히 '단촐한 대화'를 원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대통령과의 대화'에 '원산지' 표시를 해서 책임성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패널조차 제 입맛 따라 낙점하는 청와대의 태도를 볼 때 '언감생심' 같긴 하지만….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 (www.mediatossi.com)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