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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포퓰리즘? '부자감세'가 진짜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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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포퓰리즘? '부자감세'가 진짜 포퓰리즘!

[손혁재 칼럼] '보편적 복지'는 '부자복지'가 아니다

2011년 한국 정치를 끌어갈 화두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무엇일까. 바로 복지다. '보편적 복지'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는 논쟁이 한창이다. 무상급식이 지난해 6.2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른 이후 각 정당 정파는 보편적 복지의 위력을 깨달았다. 예상을 뒤엎고 무상급식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둔 민주당 등 야당은 복지 담론을 공세적으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선거의제가 복지로 모아지는 것이 불리하리란 판단에서 보편적 복지를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논쟁의 결과가 어느 편에게 유리할 것인가 하는 것과 관계없이 전통적 의제였던 성장(건설)과 안보를 제치고 보편적 복지가 정치의제, 선거의제의 핵으로 떠오른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내년에 치러질 제19대 총선과 제18대 대선도 복지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보편적 복지는 시민적 권리이다. 국가는 성별, 거주 지역, 소득수준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실업, 질병, 노령 등으로 빚어지는 어려움에서 벗어나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복지는 삶이 어려운 일부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극소수를 뺀 나머지 국민들이 일자리를 언제 잃을지 몰라 두려워하고,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민들이 온 몸으로 느끼는 생존의 불안함을 해결하는 첫 단추가 보편적 복지다. 보편적 복지는 누구도 거스르지 못하는 시대적 대세가 된 것이다.

복지라는 화두를 먼저 치고 나온 건 민주당이다. 원래 보편적 복지의 선두주자는 민주노동당이다. 이미 1997년 대통령 선거 때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내세웠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신생원외정당이라 '무상의료 무상교육'은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는 선거구호에 지나지 않았다.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했지만 원내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하는 적은 수의 의석이라 주장에 그쳤을 뿐 실현시킬 수가 없었다. 진보진영의 독점적 담론이던 보편적 복지를 민주당에서 추진하는 건 매우 바람직하다. 이제 야권연대를 통해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보편적 복지는 '망국적 포퓰리즘'이 아니라 '국민을 살리는 가장 좋은 민생정책'이 될 수 있다.

▲ '복지'는 2012년 있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프레시안(이경희)

민주당은 지난해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당헌에 '보편적 복지'를 못 박았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일찌감치 '역동적 복지국가'를 제안했고, 천정배 최고위원도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내세웠다. 이에 뒤질세라 손학규 대표도 신년기자회견에서 '사람중심의 함께 가는 복지국가'를 제시했다.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생애주기별 사회복지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한국형 복지국가' 구상을 발표했다. 복지에 알레르기를 보이는 한나라당에서 박근혜 의원이 복지를 화두로 내세운 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로써 차기 대선주자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들이 대부분 '복지국가'를 약속한 셈이다.

민주당은 새해가 되자마자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그리고 반값 등록금(이른바 무상복지 3+1)을 당론으로 정했다. 당헌의 '보편적 복지'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내세운 것이다. 예컨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방안'은 비급여의료의 전면급여화, 간병의 급여화, 저소득층 보험료면제 등을 골자로 한 무상의료정책이다. 이 방안에는 입원진료비 본인부담을 10%로 줄이고 건강보험부담률을 90%로 늘리며, 외래치료비 본인부담은 30~40%로 줄이고, 병원비 '본인부담상한액'을 100만 원으로 낮추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모든 민주당 의원들이 보편적 복지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무상복지 3+1'을 당론으로 채택하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재원 문제를 들어 '보편적 복지는 불가능하다'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주로 경제관료 출신들이다. 경제성장제일주의시절에 경제정책을 다뤘기에 복지를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보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복지의 기반 없이 경제성장과 안정적 사회통합을 이룬 나라는 없다. 불필요한 토건사업투자만 줄여도, 또 부자감세정책을 철회하면 재정확보는 어렵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보편적 복지가 불편하다. 시대의 대세가 된 보편적 복지를 향해 한나라당은 '포퓰리즘'이니 '망국적'이니 '세금폭탄'이니 하면서 저주를 퍼붓듯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특별연설에서 '보편적 복지'를 국가재정을 망치는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낙인찍었다. 무상급식을 "한정된 국가재정으로 무차별적 시혜를 베풀고 환심을 사려는 복지 포퓰리즘"이라 규정한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복지를 포퓰리즘으로 보고 있다. 무상급식을 추진하는 서울시의회와 거칠게 충돌하면서 무상급식 반대를 위한 주민투표를 제안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의원이나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는 보수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자신의 이미지를 "정치생명을 걸고 '반(反)포퓰리즘'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투사"로 삼은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말한다. "도움이 필요 없는 사람에게 돈을 쓰느라 꼭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가로 막"으니 "도움이 꼭 필요한 분들에게 맞춤형 복지로 촘촘히 혜택을" 주겠다고. 이명박 대통령이 약속하는 '촘촘한 복지'에서는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 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에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면서 복지와 민생예산은 마구 줄인 정부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여야가 입을 모아 빈곤층의 생존권보장을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전면개정을 주장해도 외면하고 있는 정부가 아닌가. 정부의 통계에 따르더라도 인구의 8.4%인 410만 명이 빈곤층이면서도 복지혜택은 받지 못하는 비수급빈곤층이다. 그런데도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를 줄이고, 이들에게 지원하는 생계급여예산마저 잘라버린 채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한 정부의 말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보편적 복지'는 '부자복지'가 아니다. 보편적 복지가 국가재정 위기를 불러온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요즘 유럽을 덮치고 있는 재정위기는 복지국가인 북유럽이 아니라 북유럽 나라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복지수준이 낮은 남유럽에서 일어났다. 남유럽의 재정위기는 이 나라들의 경제정책이 잘못된 데다 유로화라는 단일통화 때문에 정책수단이 제한되어 있어서 불거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재정위기는 복지 때문이 아니라 부자감세 때문이다.

사회서비스 중심의 보편적 적극적 복지가 발달한 북유럽과는 달리 남유럽 나라들은 가족복지와 시장에 의존적이다. 이로 말미암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아졌고,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가 소홀하였다. 북유럽 나라들이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펴는 데 비해 남유럽 나라들은 '현금 지원' 위주의 소극적 복지를 제공하는데 치중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덮치자 남유럽 나라들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해서 재정위기가 닥친 것이지 복지 과잉으로 재정위기가 온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강력한 복지정책을 펴고 있는 스웨덴 등 북유럽 나라들은 금융위기 속에서도 가장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서울시 의무급식 지원예산 규모는 700억 원 정도이다. 전국 의무급식을 시행해도 1조 원에 불과하다. 부자감세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인 셈이다. 국가재정을 어렵게 만들면서까지 소수 부자에게만 혜택을 돌아가게 한 부자감세를 제쳐두고 무상급식을 놓고 망국적이니 아니니 논쟁을 벌인다는 사실 자체가 창피한 일이다. 포퓰리즘으로 따지면 부자감세야말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부자에게 줄 필요가 없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지금 당장은 한나라당에게 유리한 프로파간다이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를 끝내 거부한다면 이 말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무상급식을 거부하다가 민심의 직격탄을 맞은 게 바로 일곱 달 전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한나라당이 2007년 대선에서 10년 만에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잘 살게 해 달라'는 국민의 요구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를 망쳐놨다던 그때보다 경제적 여건이 더 나빠진 상황에서 보편적 복지마저 거부하는 속셈은 도대체 무엇일까. 부자들에게 주는 혜택이 정말로 아깝다면 부자감세정책부터 철회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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