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이 총회에서 안철수 대표를 향해 "거짓말을 했다"면서 "진실의 힘으로 정치를 하자.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 의원이 지난 21일 발언한 이 일침 뒷면에는 국민의당이 나아갈 길과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길을 가는 안 대표에 대한 답답함이 드러난 셈.
그동안 정 의원은 지난 2016년 2월18일 순창 복흥산방에서 정치재개를 선언한 뒤 안 대표와 발표한 합의문에 따라 약속을 지키며 묵묵히 정치 행보를 내디뎌 왔다.
당시 문재인 대표를 포함한 범 야권 인사들이 정 의원을 잡기 위해 순창에 발걸음이 이어졌지만, 정 의원이 손을 잡은 인물은 안철수 대표였다.
이날 이들은 정 의원의 복흥산방에서 1시간30여분 동안 회동을 갖고 합의문을 발표했다.
정 의원과 안 대표의 공동 합의문은 다음과 같다.
1.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과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대표는 우리 사회가 불평등 해소와 개성공단의 부활 및 한반도 평화, 그리고 2017년 여야 정권교체를 위해 조건 없이 협력한다.
2. 두 사람 만남을 계기로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세력 결집을 통해 우리 사회 경제적 약자 눈물 닦아주는 민생정치를 구현한다.
3. 두 사람은 양당 기득권 담합 체제를 깨지 못하면 한반도 평화도 경제 민주화도 복지국가도 이루지 못한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4. 정동영 전 장관은 국민의당에 합류해 총선승리와 호남 진보정치 복원을 위해 백의종군한다.
이에 따라 정동영 의원은 국민의당에 합류해 총선에서 호남에 녹색돌풍을 일으켜 총 28석 가운데 23석을 차지해 합의문 4항의 내용을 실현시켰으며, 국민의당이 위기에 빠질 때면 언제나 '선당후사(先黨後私)' 자세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당을 위해 백의종군 해왔다.
이를 기반으로 국민의당은 양당 기득권 사이에서 현 정부 인사의 국회통과 여부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터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키기도 했다.
특히 정 의원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 해소를 위해 하청 노동자의 비참한 죽음의 현실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왔으며, 아파트 가격 거품과 건설 하자로 인해 고통 받는 시민들을 위해 '아파트 후분양 제도'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또한 ‘임금체불 막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발의와 월남전 참전군인의 전투근무수당미지급금 지급에 관한 특별법안 대표발의 등으로 사회 경제적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기도 했다.
이와 함께 시간이 날 때마다 지역구 표밭 행사 참석보다, 한반도 평화와 개성공단의 부활을 위해 국내를 넘어 중국과 미국까지 남선북마(南船北馬)' 행보를 보여왔다.
정 의원은 정치재개 선언 이후 1년9개월 동안 안철수 대표와 발표한 합의문에 따라 진실된 정치의 행보를 걸어온 것.
하지만 안철수 대표는 정 의원이 걸어온 합의문에 따른 정치 행보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안 대표는 한반도 평화와 개성공단에 대해 갈지자 행보를 보여왔으며, 정 의원이 녹색돌풍을 일으킨 호남에 ‘지역 홀대론’을 들고와 민심을 잡으려다 하루 만에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직격탄을 맞고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특히 양당 기득권 담합을 깨기 위해 전북을 희생시키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호남은 전북출신 헌재 소장의 임명이 물거품 됐지만 국민의당은 현 정부 인사의 국회통과 여부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터’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켰다.
또 안 대표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 앞서 당론을 모으지 못하고 자율투표를 앞세우며 모호한 태도를 보였지만,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국민의당 의원들이 사법부의 독립과 개혁을 위한 결단을 내려줬다”고 바로 태세를 전환했다.
하지만 이날 김명수 대법원 시대를 연 것은 정동영의 ‘책임 정치론’이었다.
정 의원은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무기명 투표 몇 시간을 앞두고 의원총회에서 안철수 대표를 향해 “중대투표에 있어서 당이 일정한 방향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정 의원은 “국민의당 정치가 국민을 보고, 국민과 함께, 국민을 위해서라면 이 자리가 당의 방향을 정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책임정치를 주창했다.
이날 정 의원은 인준 투표에서 ‘찬성해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피력하며 중대 투표에 있어서 책임 있는 정당이 어떤 방향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당론을 모으는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김명수 대법원 시대를 열었다.
특히 촛불의 선택을 받지 못한 국민의당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당대표 선출 당시에도 안 대표는 후보로 나와 “내가 당 대표가 돼 정당 지지율 26.74%를 복원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은 지난 20일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주간 집계한 국민의당 지지율은 4.9%에 불과했다.
그런 안 대표가 이제는 “지방 선거를 치르기 위해 통합이 필요하고, 통합을 하는 것이 가장 시너지가 많이 날 수 있다”며 ‘바른정당’과 통합을 통한 2당의 길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 의원은 “국민의당이 사는 길은, 정치공학에 있는 것이 아니고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하면 되는 것”이라며 “재벌 개혁과 사회불평등 개혁 등 수천만의 국민이 촛불광장에서 밝힌 정치를 걸어가야 한다”고 주창하고 있다.
이들은 합의문에 따라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세력(국민) 결집을 통해 우리 사회 경제적 약자 눈물 닦아주는 민생정치를 구현하는 일을 앞두고 있지만 안 대표는 국민 결집이 아닌 바른정당 통합으로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꿈꾸고 있어 내홍이 어디에서 끝을 맺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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