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한 죄명을 열거하지 않더라도 신체적·정서적·성적학대 등의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범죄의 집합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표현이다.
아동학대의 여파 또한 사회문제로 지적될 만큼 심각한 실정이다.
학대를 받고 자란 아동들이 향후 잠재적인 학대의 가해자가 된다는 점에 이견은 없을 정도이며, 학업중단·가출·자살 등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실행할 가능성이 높고, 성장과정에서 사회적 위축·자존감 저하·우울증 등의 부정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접한 바 있다.
이러한 아동학대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 가정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의 80%가, 언제든지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할 가정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아동학대의 개념부터 새롭게 인식해야할 필요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아동학대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 항상 존재하고 있다.
학대라는 행위가 폭행 등의 적극적인 행위를 요한다는 것이 일반인들의 생각임에 반해, 유기나 방임 등 소극적인 행위도 학대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것이 사법기관의 해석임을 보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순간에도 학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겠다.
아동에 관련된 법률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복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 다른 분야에 비해 특히 많은 편이다. 그만큼 세부적으로 규정해야 할 정도로 중요하고 엄격하게 대처해야 하는 분야이다.
이에 맞추어 국가나 지자체 등을 통해서 많은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지긴 하였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등장과 더불어 학대행위자로부터의 분리조치, 학대가정에 대한 사례관리, 학대예방경찰관(APO)배치 등이 그 예다.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졌다고는 하나 제도를 뒷받침 해줄 우리 모두의 관심과 인식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우리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자. 옆집 아이의 몸에 난 상처가 왜 생겼는지, 학교에 있어야 할 아이가 길거리를 방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이가 왜 계절에 맞지 않는 허름한 옷을 입고 다니는지 관심을 가져보자.
우리의 관심만이, 우리를 책임지고 짊어질 아동들의 학대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아동학대 예방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동의 인권보호와 존중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존중받아야 존중할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말을 다시금 마음속에 새길 때다.
다가올 11월 19일은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1년 중 이날 단 하루만이라도 우리의 미래인 우리의 아동들에게 떳떳해 보자.
순천경찰서장 총경 김 홍 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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