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7대 자연경관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장과 동반성장위원회 초대위원장을 맡으며 총리직 사임 이후 약 4개월 간의 야인 생활을 청산한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최근 여권 상황에 대해 "제가 만약 현재 거기 그 (총리) 자리에 있다면 다시 한 번 좀 인적 재정비를 다시 필요하다고 진언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15일 저녁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해 "(총리직을 수락할 때) 한나라당 정부는 잘못하다가는 보수적인 성향이 좀 심하게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균형추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내가 세종시 국민투표 제안"
정 전 총리는 대권 도전 등 향후의 구체적 행보에 대해선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는 "총리를 그만두면서 국민여러분께 이미 말씀드렸지만 저는 낮은 곳을 비추는 등불의 역할을 계속 하려고 노력을 하겠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찾아가 보겠다"고 예고하며 현안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그는 "세종시가 수정안 쪽으로 가야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다음 대선에 쟁점이 될 수 있겠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예상하는 분들이 많다. 다시 논의해야 되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답했다.
그는 "세종시 문제는 국민투표로 좀 한다든지.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되는데 자기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 아주 소극적으로 대하는 여당 내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안타까웠다"면서 "국민투표 쪽으로 가자는 제안을 제가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총리는 사실상 '세종시 총리'가 아니였냐는 지적에 "저는 세종시 말고 일을 많이 했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대통령께서 입학사정관제만 하면 대한민국의 대학이 다 잘 될 거 같은 말씀을 하셨지만 저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정부에서 돈을 줘가면서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뽑으라고 막 밀어붙였지만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가 대통령께 '입학사정관제는 그만 말씀하십시오' 했더니 그 후로 한 번도 입학사정관제 말씀하신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감세? 경기부양에도 좋지 않고 소득분배에도 바람직하지 않아"
그는 또 "감세 문제에 대해서 대통령께 분명히 말씀 드렸다"면서 "감세는 경기부양에도 별로 좋지 않다는 평가가 아주 오래 전부터 나와 있었고 또 세금을 안 내는 사람이 50~60% 되기 때문에 감세라고 하는 것은 소득분배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이 대통령은 물론이고 청와대는 모두 '감세정책의 유효성'을 강조하며 야당은 물론 야당 일각과 대립각을 세웠고 이 논의는 내년으로 미뤄진 바 있다. 정 전 총리는 이에 대해 "일이라고 하는 건 한꺼번에 그렇게 처리하는 것이 아닌 거 같아서 일단은 처음에 정부에 들어가 가지고서 유예하자, 유보하자 주장하면서 성공을 했다고 저는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논란이 됐던 것도 (감세를) 철회시키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법인세는 조금 유보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소득세에 대해선 똑같은 생각이다"고 답했다.
정 전 총리는 또 "흔히들 하는 말이지만 성장 없는 분배도 곤란하지만 분배 없는 성장도 곤란하다"면서 "2008년에 경제위기를 맞았을 때는 성장을 좀 해야지 하는 생각이었지만 지금 위기극복이 상당히 이루어진 이 마당에 성장도 중요하긴 하지만 역시 분배에 대해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지 한다"고 케인지언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또 "제가 롯데쇼핑이라든지 이마트 (경영자)라면 거기 진출 안 했을 것이다"면서 대형마트의 피자, 치킨 사업 참여를 비판했다. 그는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는 될 수 있으면 싼 치킨이나 피자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할지 모르지만 좀 더 길게, 더 넓게 보자면 치킨이나 피자를 만드는 영세업체들이 살아남기 힘들다고 한다면 장기적으로 결국 대기업한테도 좋은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15일 통큰 치킨 논란과 관련해 "상권 보호도 있지만 소비자가 싸게 먹는 게 중요하다"며 정 전 총리와는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