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노인네를 이렇게 매번 찾아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7일 오전 천안시 동남구 신안동 쪽방촌의 어두운 지하쪽방에 살고 있는 김옥분 할머니(77)는 신안동 '맞춤형복지팀'이 문을 두드리자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한걸음에 달려나와 반겼다.
가족없이 홀로 살고 있는 김 할머니는 일주일에 2~3번 자신의 집을 찾아주는 복지사들이 '가족같은 존재'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김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다. 게다가 일주일에 세번 신장 투석을 받아야 하는 50여만 원의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에 월세 15만원을 내고 나면 남은 돈은 병원치료비로 모조리 들어간다.
이 날은 겨울에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동(立冬)이지만 김 할머니의 방에는 변변한 겨울이불하나 없이 휑하다. 신안동 복지팀은 후원받은 겨울이불을 한채를 선물했다.
김 할머니는 전달받은 이불 한 채에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다가 "이제 겨울이 시작되면 어찌 살아야 할지 막막해 그냥 떠나버리고 싶다가도 이렇게 나를 이렇게 도와주는 고마운 분들이 많으니 어찌됐든 살아야지 생각한다"며 다가오는 겨울을 걱정했다.
김 할머니의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미로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방이 밀집해 있다. '쪽방촌'이라 불리는 이 곳 12호방에는 이도훈(가명) 씨(57)가 산다. 이 씨의 방에 들어서자 책상에 생수병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요즘들어 식도염이 심해지면서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물이 유일한 끼니가 됐다. 제대로 된 밥을 먹어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씨는 병원 진료비가 없어 병을 키우다 수급자로 선정돼 최근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수술이 필요하게 되면 긴급지원도 가능하다. 환기도, 빛도 제대로 들지 않는 좁은 방에 살다보니 온갖 곰팡이들이 방안에 가득해 겨울이불마저도 쓸 수 없게 돼 사정을 들은 복지팀이 나서 겨울이불을 지원했다.
이씨는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홀로 살아오다 IMF로 실직한 후 형제간도 소식도 끊겼다"며 "평생을 홀로 살아가는 신세"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복지팀이 지원한 새 이불을 슬며시 덮어보고는 "작년에는 너무 추워서 양말도 신고 목도리에 털모자도 쓰고 잤다"며 "올겨울은 제발 덜 추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안동주민센터에 따르면 신안동 지역에는 김씨와 같이 가족없이 홀로 사는 저소득 1인 가구만 162가구에 이른다. 3.3㎡ 크기의 이른바 '쪽방촌'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독거노인, 장애인 등 가족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가구만 50가구다. 이들은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의 기초생활수급비와 종교단체, 사회복지단체 등의 지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강재형 동장은 "우리 지역내 관심이 필요한 이웃을 지속 발굴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적극 도울 계획"이라며 "쪽방 주민도 우리이웃이고 천안시민이라는 생각을 갖고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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